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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7. 2017

09. ‘중년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자.

<지적성숙학교>


‘중년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자: 고도성장 이후 저성장기에 접어든 경제

: 소다 가즈히로(영화 시나리오 작가)


중년의 위기에 빠진 나라

일본은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중년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정면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정치·경제·언론·학습·교육 등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이 ‘파탄 직전’의 위기에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전환기에 살아남는 지혜란 우선은 내가 사는 나라의 사회가 ‘중년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나라에도 성장에 따른 연령 구분이 있다.

인생에 청년기와 중년기, 노년기가 있듯이 나라에도 비슷한 연령 구분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일본은 아무리 뜯어봐도 청년기는 아니고 중년기에 들어와 있다. 아니, 보기에 따라서는 중년기조차 이미 지났고 노년기에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그런 현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초조해하고 있으며 ‘나는 아직 청년기야’ 하고 고집을 부리며 헛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년기이므로 아무리 노력을 해도 효과는 없고 점점 더 막다른 처지에 빠져든다.


‘고도성장기’는 ‘청년기’였다.

민주주의를 신조로 새로이 출발한 일본은 급격한 발전을 이룬다. 특히 경제적인 발전은 감탄할 만했다. TV·세탁기·냉장고라는 ‘3종의 신기’가 급속하게 보급되었으며, 사람들의 급여는 해마다 올라가고 생활수준도 급격하게 풍요로워졌다. 

1955~73년 약 18년간 ‘고도경제성장기’라 불리는 시기가 계속됐다. 인생으로 말하자면 ‘청년기’다. 1973년 오일쇼크를 계기로 일본의 경제성장에는 그늘이 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1991년 정도까지 ‘안정성장기’라 불리는 시기를 보낸다. 인간의 인생으로 말하자면 20대 정도의 느낌일까. 표면적으로는 단지 성장의 속도가 완만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배후에서 노화현상이 완만하게 진행되어 간다. 


나이 먹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니뽄아저씨

자신이 나이 먹는 것을 자각하고 싶지 않은 니뽄아저씨는 버블붕괴 후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활발하게 움직이려 한다. 그러나 예전 같지 않다. 무리해서 움직이고 나면 지쳐서 파김치가 되고 만다. 그 때문에 점점 초조해진다.

그러는 사이에 이웃의 중국군(君)과 인도군(君)의 경제가 성장기에 들어선다. 그들은 예전의 니뽄아저씨처럼 굉장한 기세로 성장하며 힘을 키운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군은 드디어 키(GDP)도 니뽄아저씨보다 더 커졌다. 어떻게든 뒤처진 것을 되돌리려고 말도 안 되게 애쓴다. 하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니뽄아저씨는 나이를 먹었으므로 중국군에게 단거리경주에서 못 당하는 건 당연하다. 그 사실을 깨닫기만 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아저씨 나름의 깊은 맛이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근육강화제를 주사하다.

다시 청년기로 돌아가겠다며 무리하게 돈을 찍어낸다. 다시 경제 근육 불끈. 어쩐지 의심스러운 건강약품의 과대광고 같은 냄새가 난다. 중년 아저씨가 젊은 척하다가 허리를 삐끗하지나 않을지 걱정일 정도다.

청년기로 되돌리려고 근육강화제를 주사하거나 근육트레이닝을 하는 사이 신체에 부담이 가서 도리어 노화가 빨라지고 사망 시기가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돌연사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큰 것’보다 ‘작은 것’에서 가치를 찾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첫걸음은 자신의 나라가 ‘중년의 위기’에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데 있다. 나라가 늙어가는 것 자체는 유럽의 선진국들도 이미 경험한 일이고, 그렇게까지 비관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북유럽의 나라들처럼 해를 거듭하면서 청년기의 나라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깊이 있는 지혜와 맛을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라의 노화’에 잘 적응하며 성숙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경제가 양적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파이를 다 같이 잘 나누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의 시대에는 ‘경쟁’보다도 ‘협동’이 중요하다. 
‘수탈’보다도 ‘상호지지’가 중요하다.
‘양’보다도 ‘질’이 중요하다.
‘큰 것’보다도 ‘작은 것’에서 가치를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젊은이가 전환기를 살아남기 위한 지혜와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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