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Oct 20. 2017

02. 난해한 것을 잘 설명하고 싶다면?

<악마의 대화법>



비유의 기술

난해한 대상을 설명할 때 언어논리의 고수들은 기막힌 비유 또는 생동감 있는 예를 들어 상대방의 연상을 유도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물에 비유법을 활용하면 상대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본인의 말에도 설득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청자는 낯선 개념과 익숙한 개념 사이의 비교 연상을 통해 화자가 묘사하는 대상을 머릿속에서 이미지화한다. 언어논리학에서는 이것을 비유추론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예를 들어 말하기’가 그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길고 장황한 표현보다 ‘예를 들어 말하기’를 선호한다. 언어논리학 전문가가 ‘그녀는 상대방의 말을 듣자 부끄러운 감정이 일어나,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모세혈관이 확장돼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라는 문장을 본다면 웃을 것이다. 비유법을 활용해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 같았다’라고 표현하면 문장을 한결 단순하고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사람들은 이러한 비유추론 방식을 애용한다.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논점을 더욱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심지어 일반적인 묘사로는 도달할 수 없는 수준까지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비유추론을 통한 논증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유추식 비유로 ‘여자 한 명은 삼천 마리의 오리와 같다’ ‘그녀의 노랫소리는 꾀꼬리처럼 곱다’ ‘여자는 물로 만들어졌고 남자는 진흙으로 만들어졌다’(고전소설 《홍루몽(紅樓夢)》에 등장하는 유명한 비유)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비유할 때 자신에게 익숙한 대상을 고른다는 점이다. 같은 보름달을 보더라도 촌락에 사는 농사꾼은 달을 접시에 비유하고, 도시에 사는 시인은 진주에 비유할 것이다.

둘째는 추리식 비유다. 예를 들어 고대 중국인들은 가혹한 통치자가 지역을 다스리는 시기를 가리켜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라고 비유했다. 당시 사람들은 맹수인 호랑이를 무척 무서워했는 데, 정치 환경이 호랑이보다도 두렵다니 통치자에 대한 원망과 공포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언어논리의 고수는 소통하는 과정에서 비유논증을 통해 복잡한 이치를 설명하곤 한다. 이렇게 비유를 통한 논증 방식은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하려면 무척 까다로워서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논리적 오류를 쉽게 범할 수 있고, 소통은 가로막혀버린다. 이렇게 비유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요소와 관계가 있다.


첫째, 상대방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다. 
발화의 주체인 우리와 이야기를 듣는 청자의 생각이 완벽히 일치하기란 무척 어렵다. 낯선 사람과 처음으로 소통할 때 우리는 반드시 상대방의 문화적 배경, 국적과 민족, 학습 또는 업무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 다음 적절한 비유법을 찾아야 서로의 뜻이 통하고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양산백여축영대>(梁山伯與祝英台, 중국인이 사랑하는 민간설화로 소설과 경극, 텔레비전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졌다)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초기에 탄생한 희극 작품이다. 당시 총리로 해외 순방을 계획하던 저우언라이(周恩來)는 중국문화를 알릴 목적으로 이 작품을 영화로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전통극이 상영된다는 소식에 많은 외국인들이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런데 작품의 제목을 보고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고 극장은 텅 비어버렸다. 이 소식을 들은 저우언라이는 사람을 보내 이유를 조사하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외국인들은 작품이 어떤 내용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작 담당자가 작품 제목을 <양산백과 축영대의 비극>이라고 번역해놓은 것이 문제였다. 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제목에서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했고, 결국 실망한 채 극장을 떠났던 것이다. 상황을 파악한 저우언라이는 웃으며 말했다. “제목을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바꾸시오.”

그로부터 며칠 뒤 극장에는 다시 관객들이 몰려들었고 작품은 호평을 받았다. 처음에 번역된 제목이 공감을 얻지 못한 까닭은 담당자가 관객들의 문화적 배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산백과 축영대는 중국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이름이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낯설었다. 저우언라이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정확히 짚어냈고, 그 결과 외국인들의 이해와 인정을 얻어낼 수 있었다.


둘째주체와 비유 대상의 관계가 모호한 경우다
실제 대화에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비유를 들을 때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비가 오고 어머니는 시집간다’의 경우, ‘비가 온다’는 자연현상과 ‘어머니가 시집간다’는 사실 사이에는 어떤 관계도 성립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나 연관된 부분이 거의 없어 비유성은 물론이고 설득력도 약하다. 잘못된 비유논증이라고 할 수 있다. 비유하는 주체와 대상 사이에는 반드시 밀접한 관계가 있어야 하며, 듣자마자 이해될 정도로 직관적이어야 한다.

유명한 고사 중에 ‘안자사초(晏子使楚)’라는 이야기가 있다. 제나라의 사신 안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무례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훌륭한 비유 논증을 펼쳐 나라의 위신을 지켰다는 내용이다.

안자와 술을 마시던 초나라 왕이 일부러 형리를 시켜 제나라 출신의 죄인을 데려오게 했다. 안자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심산이었지만 안자는 뜻밖에도 차분한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귤나무는 강남에 심으면 맛 좋은 귤이 열리지만 북쪽에 심으면 그 열매가 시고 맛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토양과 물에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지요. 제나라에선 물건을 훔치지 않던 사람이 초나라에 와서 도둑이 되었습니다.”

안자의 절묘한 비유를 들은 초나라 왕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비유를 통해 자신의 논점을 더욱 효과적으로 증명하려면 논점 자체에 중점을 둬야 한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든 업무를 할 때든 말하면서 언제나 논점을 놓치지 말고 비유를 들어야 한다. 서한시대의 문학가 유향(劉向)은 “책은 약 같아서 열심히 읽으면 어리석음을 고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책을 좋은 약에 비유해 독서를 열심히 하면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논점의 핵심은 ‘책의 역할’이지 책이 약이라는 것은 아니다. 만약 표면적인 뜻을 그대로 받아들여 ‘독서는 약 같다’ ‘책이 바로 약이다’라고 이해한다면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니, 비유를 하거나 들을 때는 핵심을 파악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04. 10분보다 강렬한 1분 말하기 법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