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공감의 힘

<감정 시대>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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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선 상담사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그 마음을 비출 상대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여러 가지 이유로 꺼내기 어렵거나, 혹은 아직 인식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있는지 없는지 아예 모르는 자기 마음의 감정은 상대방이 꺼내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공감받는 경험이 있어야 마음을 드러낼 수 있거든요. 이런 경험을 주고받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공감. 쉽게들 이야기하는 이 감정이 아저씨들에게는 아직 생소하고 어렵다. 그래서 공감의 경험을 나누기 전 다섯 사람은 상처가 됐던 말 한마디를 주제로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오기로 했다. 숙제를 해서 만나기로 한 날, 김미성 상담사는 각자 지금 마음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편안해요. 벌써 이 모임도 네 번째니까, 이야기를 많이 나눈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해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기대도 되고 그렇네요.”

철신 씨가 이야기하자 우성 씨는 숙제하면서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상처를 받았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생각나는 대로 주절주절 적어봤어요. 그때 어떤 대화를 했는지,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그런 내용을 적어서 보내긴 했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이게 나를 찾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상하 씨는 상처가 됐던 대화에 대해 털어놓았다.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아내가 심각하지 않은 말투로 그냥 툭 던지듯 ‘오빠가 돈을 잘 못 벌어오니까 그러지’ 하더라고요. 그때 비수를 맞은 듯했어요.”

윤호 씨는 일하면서 겪었던 마음의 상처를 내보였다.
“저는 일을 하는데, 고객이 ‘그렇게 보는 눈이 없어요? 그렇게 보는 눈이 없으면서 이 일을 왜 하세요, 당장 때려치우지’ 그러더라고요.”

각자의 사연을 미리 받은 뒤 역할을 바꿔가며 다른 사람의 사연을 자신의 일처럼 읽어보았다. 과연 이들은 상처로 남은 서로의 사연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우성 씨의 사연을 철신 씨가 읽을 차례였다.
“모처럼 시간이 돼서 그동안 연락을 못했던 어머니를 모시고 외식을 했습니다. 먼저 요즘 어머니의 건강과 근황을 묻고 앞으로 어떻게 사실 계획인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마디 하시더군요. ‘난 아들이 있는데 뭐.’ 그 말을 듣자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 나 없으면 어떻게 살 거야? 내가 용돈 안 드려도 잘살 수 있어?’”

우성 씨의 사연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성 씨는 성년이 되기 전부터 아버지 역할을 대신했고, 부모의 손길이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순간에도 혼자서 헤쳐 살아왔다. 어머니가 자신을 보호하고 지지해주기는커녕 전적으로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그는 마음이 격해지고 말았다.

“엄마가 뭐야? 아들한테 부담이나 주는 게 엄마야? 엄마면 자식을 걱정하고 뭐든 해주려고 해야 하는 거 아냐? 다른 부모는 자식한테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고 못 주는 걸 안타까워하는데, 엄마는 아닌 것 같아.”
사연을 대신 읽던 철신 씨가 우성 씨에게 감정을 이입한 듯 목소리가 떨렸다. 그 순간 우성 씨는 주변에서 보는 헌신적인 엄마라는 존재가 자신에게는 없으며, 그런 엄마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원망의 감정이 솟았지만 곧이어 엄마에게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내가 용돈 안 줘도 난 엄마 아들인 것 맞아? 나를 아끼고 사랑해?’ 그랬는데, 아무 말씀도 안 하셨습니다. 그 순간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뭔가에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번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끝까지 아무런 대답도 안 하셨습니다.”

이 사연 안에는 원망과 죄책감 외에도 어머니를 향한 또 다른 마음이 숨어 있었다. 바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연을 대신 읽은 철신 씨는 우성 씨가 되어 새로 나온 이 마음을 전달해야 했다. 김미성 상담사가 거들었다.
“지금 읽어주신 이야기 중에 제 마음이 가장 아팠던 질문이 ‘엄마는 내가 돈을 안 갖다 줘도 나를 사랑해?’였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엄마가 정말 나를 오로지 돈 때문에 사랑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철신 씨가 우성 씨가 되어 대신 대답했다.
“어머니가 제게 전화를 하실 때는 늘 용돈이 필요하거나 무슨 도움이 필요할 때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한테 기댔던 적은 있어요?”
“음,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고 어머니도 그러셨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나 지원으로 무슨 일을 시작할 생각은 안 해봤어요. 오로지 내 힘으로 해야 한다, 내가 안 움직이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던 같아요.”

가정이 따뜻하다고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가정 내에서 가장 외롭다. 그들에게는 공감을 나눌 타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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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혼자 살아가지만, 동시에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나만 느끼는 특수한 감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리적 혹은 내면적으로 혼자 살아가지만 자신의 감정을 보여주고, 타인과 나눌 때 혼자의 삶은 더욱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다. 감정을 나눈다는 말, 공감. 이 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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