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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2. 2017

08. 리더는 위기일수록 앞장선다. (마지막 회)

<1인자의 인문학 한국편>


소현세자, 김상헌과 함께 조선으로 돌아온 최명길은 곧 정계에서 은퇴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천집』의 저술에 몰두했다. 그는 오랑캐와 손을 잡고 명나라와의 의리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으며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기개만을 뽐내는 척화파에 맞서 나라와 백성을 위해 헌신한 2인자 리더십은 난세의 표상이 될 만했음에도 그를 역적으로 몰고 갔다. 그러나 『인조실록』도 그의 업적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최명길은 눈치가 빠르고 권모술수에 능했다. 화의를 힘써 주장하며 척화 대신을 협박하여 보냄으로써 사감을 풀었고 환도한 뒤에는 그른 사람들을 등용하여 사류와 알력이 생겼다. 그러나 위급한 경우를 만나면 앞장서서 피하지 않았고 일에 임하면 칼로 쪼개듯 분명히 처리하여 미칠 사람이 없었다. 역시 한 시대를 구제한 재상이라 하겠다 .”


영화 <남한산성> 최명길 스틸컷


인조도 그가 죽자 조회에 나와 탄식하기를 “최상(崔相)은 진심으로 국사를 보필했는데 불행하게도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진실로 애석하다.”라고 했다. 사관은 비록 명분론에 따라 척화파를 칭송하며 주화론을 전개한 그를 매도했으나 그가 나라를 구한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김상헌은 『인조실록』 사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의 관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2인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신을 위해 모시던 주군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의 안위와 백성의 안녕은 돌보지 않았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누구보다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인조다. 왜란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 패망의 위기에 몰렸던 당시의 상황에 비춰볼 때 그는 시종 척화파의 주장에 떼밀려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난세에 최고통치권자의 우유부단은 가장 위험한 것이다. 학계에서 그가 조선의 역대 군왕 중 가장 무능한 인물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난세에 실패한 1인자 리더십의 전형으로 꼽히는 인조는 선조와 마찬가지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한 정치적 2인자다. 그는 8년 동안 오바마의 친구이며 가족에 가까울 정도의 신뢰와 연대관계를 형성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오바마는 이렇게 회상했다.
“바이든은 나를 더 나은 대통령, 더 나은 군통수권자로 만들었다. 단둘이 있을 때는 직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두 사람의 의견이 다를 때 더욱 그랬다.”

위기의 순간과 평화의 시기를 막론하고 바른말을 할 수 있는 것이 2인자가 존재하는 의미일 것이다.

오바마는 그를 ‘형’이라고까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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