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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3. 2017

01. <작은 요한네스>, 독버섯 이야기

<내가 나로 살아갈 자유>



네덜란드의 외과의사이자 작가 프레데리크 반 에덴이 쓴 동화집
《작은 요한네스(De Kleine Johannes)》에는 ‘버섯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산책을 나갔습니다.
길을 가다가 길섶에서 버섯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그걸 바라보던 아버지가 버섯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얘야, 저건 독버섯이란다!”

독버섯으로 지목된 버섯은 충격을 받아 그만 혼절해버렸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 버섯이 그를 위로했습니다.
“너는 늘 내 곁에서 다정하게 대해준 고마운 친구야!”
라며 달랬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그에겐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콕 찍어서 독버섯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달래도 안 되자
그 친구 버섯이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건 인간이 한 말이잖아!”

버섯은 버섯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겠지요.
먹을 수 없는 독버섯이란 말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이 하는 말이라는 겁니다.
버섯이 인간의 먹잇감이 되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니까요.
버섯은 모름지기 버섯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내 인생은 내 관점에서 판단하고 살아야 합니다.
남들이 나를 독버섯이라고 한다고 해서
내가 독버섯인 것이 아닙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나일 뿐 남들이 보는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닙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신영복 선생님은
《담론》에서 이것을 가리켜 ‘자기의 이유’라고 표현했습니다.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를 줄이면
‘자유(自由)’가 된다는 것이지요.
자유야말로 끝까지 내가 지켜야 할 
나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자 자부심입니다.

그런데 자기만의 이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자기의 이유를 끝까지 지킨다는 것이 보통 지난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이유’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입니다.

버섯은 버섯이지 약버섯과 독버섯이 따로 없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식탐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차별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버섯은 오로지 버섯으로 존재할
숭고한 존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인생 또한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내 인생을 독버섯이라고 규정할 수 없습니다.
나는 오로지 나로서 존재할 뿐
어느 누가 감히 나를 이리저리 재단할 수 있겠습니까.
가장 나다운 삶을 살아간다면
그로써 가장 당당하고 멋진 내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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