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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07. 2017

02. 최고의 준비

<백만장자와 함께한 배낭여행>



그래공부터 차 놓자.

막상 여행을 떠나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모든 것이 생소했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몰랐다.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갈 때도 비행기 표를 예약하는 것이나 숙소를 미리 잡아놓는 것 등을 모두 아내에게 미뤄오던 터였다. 정해진 날짜에 비행기 표를 찾아 예약하기부터가 쉽지 않았다. 항공사마다 여러 종류의 표가 있었다. 어떤 조건으로 사야 똑같은 표를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는지 구분하기 역시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이런 데 막상 떠나면 어떤 일이 발목을 잡을까. 공연한 걱정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컴퓨터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아, 아,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그냥 하염없이 책장의 책들을 눈으로 훑을 뿐이었는데, 문득 예전에 함께 책을 몇 권 만들었던 저자의 책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그때 그 저자가 내게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한국 축구가 왜 강한지 알아요?”

내가 고개를 젓자 그는 대답했다.

“공 차 놓고 뛰는 정신 덕분이에요.”
“!”

CJ 그룹 마케팅 부사장 출신으로 지금은 잘 나가는 푸드테크 기업 ‘배달의 민족’ 마케팅 고문을 맡고 있는 신병철 박사의 얘기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한국이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놀라운 성적을 종종 거두는 비결은 일단 공을 찬 다음에 그 공을 쫓아 ‘죽어라 뛰는’ 데 있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을 때는 피식 웃었지만, 생각할수록 그 말 속에 진실이 깃들어 있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은 기본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없다. 그걸 일정한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며 ‘나중에, 나중에’ 하고 미루다 보면 시간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흘러가 버린다.

인생을 풍요롭게 경험하고 살려면 일단 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차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공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야 한다. 그래야 변화가 일어난다.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당장 매월 가족들의 생활비는 어떤 일을 해서 마련하지? 바로 이런 질문들이 두려움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우리를 옭아맨다. 어쩌면 그 두려움이 나를 14년 동안 한 직장에 묶어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지켜야 할 가족, 직장에서의 커리어,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 이런 것들에 눈이 가려지면 10여 년의 시간은 훌쩍이다. 그사이에 내가 꿈꾸었던 일, 원했던 여행, 나를 돌아보는 쉼, 이런 것들은 뒷전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니 꿈이든 여행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나누는 일이든,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일단 공을 차 놓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 공을 잡기 위해 달리면 된다. 단순하지만 강하다. 돌이켜보면 일단 공을 차 놓았던 일은 대체로 다 수습됐다. 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했지 싶을 정도로 썩 훌륭하게 말이다. 이런 경우, 저런 경우를 떠올리며 공연히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부터 하는 것이 준비가 아니다. ‘설교의 황태자’라고 불렸던 찰스 스펄전 목사는 “10년 근심하는 것보다 10분 기도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최고의 준비는 10분 기도한 뒤, 곧바로 공을 차는 일이었다.

‘그래, 공부터 차 놓자.’

그 뒤로 여행 준비는 일사천리였다. 출발 전날이 되고 보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모든 출발 준비가 깔끔하게 끝나 있었다. 나이가 마흔이 넘을수록 공 차 놓고 뛰는 정신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들고 새로움을 버거워하다 보면 변화를 두려워하게 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누구나 날 때부터 ‘꼰대’로 태어나지는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믿고 그 경험 안에서 사는 삶의 편안함에 중독되어 변화에 눈감고 도전을 회피할 때, 그때부터 남의 도전을 비웃는 꼰대가 되는 거다.

새로운 일을 맞닥뜨려 두려움이 눈 앞을 가릴 때, 잊지 말아야겠다.
일단 공부터 차 놓는 거다.
그런 다음 심장이 터질 만큼, 폐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만큼 최선을 다해 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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