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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당신은 도쿄 감성인가, 다낭 감성인가?

<2018 트렌드 노트>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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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나도 떠나고 너도 떠나는 여행이지만, 이왕이면 내가 떠난 여행을 남들이 부러워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다. 타인의 여행과 내 여행의 비교창구는 이번에도 인스타그램이다. 나는 지금 근교에 있는 강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는데 가장 친한 친구가 하와이의 석양을 배경으로 칵테일 마시는 사진을 올렸다. 씁쓸하다. 비교는 여행 후에도 계속된다. 학생들은 개학해서 학교에 가면 방학 동안 뭐했냐는 안부 인사를 통해 은연중에 비교하고, 직장인들은 책상 위에 올려진 휴가지 기념품을 통해 알 수 있다. 말없는 비교의 장(場)에서 내가 더 좋은 곳을 다녀왔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지난번보다 더 알차게 여행을 계획하고, 핫한 여행지를 탐색하며, 남들보다 저렴하게 가기 위해 미리 계획하고, 예약한다.

그렇다면 이른바 ‘핫한 여행지’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여행지가 있다. 최근 가장 많이 뜬 여행지는 괌, 오키나와, 후쿠오카, 대만, 다낭 등이다. 특히 일본은 2015년 이후 제주도를 따돌리고 명실상부한 1등 여행지가 되었다. 국내여행 경비와 별반 차이가 없고, 미리 계획해서 예약하면 오히려 국내보다 저렴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많이 받게 되었다. 괌의 경우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여행의 가장 큰 고려요인인 ‘아이’를 염두에 둘 때 짧은 거리이지만 휴양지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 꾸준히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태교여행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다낭은 2016년 직항노선이 생김에 따라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여행지의 인기를 가장 많이 견인하는 것은 방송이다. 2017년 초반에 방영된〈윤식당〉의 촬영지인 롬복 길리 트라왕안은 원래 한국인의 발길이 뜸한 곳이었다. 하지만 방송 이후 이곳은 한국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고, 방송이 끝난 후에도 한국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드라마〈도깨비〉의 극중 배경으로 등장한 캐나다 퀘백은 방영 후 여행상품 예약이 70% 이상 증가했으며, 패키지여행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인〈뭉쳐야 뜬다〉는 방송된 지역의 관광객이 전년 대비 평균 30%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이처럼 방송에 나온 지역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각종 여행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그것도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발권완료!!! 발리 1박+트라왕안 3박+발리 2박 자유여행???????? …
나도간다 #윤식당나도간다 #발리 나도간다 #트라왕안 #발리 #발리여행 #길리트라왕안 #윤식당촬영지 #6박8일 #다이어트 #밤비는어디에”

방송이 시작되고 정확히 3주 후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인기 프로그램에 나온 여행지가 화제가 되면 곧바로 사람들은 그곳으로 떠나고, 방송 내내 인기는 지속된다. 그러다 방송의 영향이 식으면 해당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어든다. 방송으로 뜬 곳의 숙명이다.

그런가 하면 세월의 부침 없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끄는 여행지들이 있다. 도쿄가 그렇고, 괌이 그렇다. 이곳들의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여행지 특유의 감성에 있다.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을 주는 여행지일수록 한국인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한국과 매우 가깝지만 전혀 다른 감성이 나타나는 도쿄가 그러하고,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휴양지들의 느낌이 그러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여행을 갈망한다. 하지만 단순히 ‘떠나고 싶어서’거나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여행패턴의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유럽여행을 여전히 많이 가지만, 최근에는 일주일 동안 7~8개 나라를 돌기보다는 파리 여행, 런던 여행 등 한 도시만을 방문해 쭉 그곳에 머문다. 하루에, 그것도 수도만 잠시 방문했다가 또다시 다른 나라에 가 유명 박물관에 들러 사진만 수십 장 찍고 또다시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장기간 머물며 그곳을 느껴보고 싶어 한다. 그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그 지역의 공간과 사람들이 전하는 감성이다.

물론 그 감성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내가 느끼고 싶은 그 감성을 그곳이 가지고 있어야 행선지로 선택될 수 있다. 친구들과 클럽에 가서 신나게 놀며 즐기고 싶다면 스페인 이비자에 갈 것이고, 회사생활로 지친 당신에게 휴식과 위로가 필요하다면 다낭에 가서 선베드에 누워 독서를 할 것이다. 내가 원하는 감성과 여행지가 주는 감성이 일치할 때 우리는 그곳으로 떠난다. 즉 내가 느끼고 싶은 감성에 최적화된 곳을 방문하는 것이 요즘 여행의 트렌드다.

특히 최근 여행에서 각광받는 감성은 ‘휴식과 여유’다. 이 두 감성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상의 역할을 한다. 지친 일상을 빠져나와 여행을 통해 심신을 위로하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똑같은 위로와 보상이라도 지역에 따라 휴식과 여유라는 감성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억지로 말을 만들면 ‘도쿄적 감성’과 ‘다낭적 감성’이라고 할까? 두 지역 모두 휴식과 여유를 제공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는 해당 지역별 연관행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도쿄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행위는 ‘먹다’이고, 다낭에서 두드러진 행위는 ‘쉬다’이다. 먹고 노는 도쿄, 쉬고 즐기는 다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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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과거부터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여행지였다.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한국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선호되었다. 게다가 요즘은 저가항공 노선이 증가하고 물가도 예전보다 저렴하게 느껴져 국내보다 더 많이 찾는 여행지가 되었다. 특히 주말에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짧은 휴식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면 다낭의 감성은 최근 급격히 주목받고 있다. 이는 휴양지로 대표되는 휴식과 여유의 감성이다. 그곳을 찾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관광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다. 한 자리에 편히 머물며 그저 쉬는 것이다. 최근 괌, 다낭, 오키나와 등 휴양지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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