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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12. 2016

05. 인연·세 번째

<엽기적인 그녀>

제 5화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은
우리도 모르는 성욕일 수도 있다. 하지만 …




멀쩡한 남녀가 소주방에 들어간 지 20분도 안되어 남자가 여자를 업고 나오는 광경이란 …!!!

으으 … 종업원이 먼 가 수군거리는 듯 합니다.

‘야, 약 먹였나봐 …!’

헉 …! 뭡니까? 약을 먹이다니!!!

주위가 깜깜해서 다행입니다. 막상 그녀를 들쳐 업고 밖으로 나왔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있습니까??

한번 경험이 있지 않습니까? 해본 대로 하는 수밖에 ….

갔습니다!! 어젯밤 그 여관을 ….


역시 어젯밤 그 아줌마가 우리를 맞으시더군여. 절라 친한 척 합니다.

“엇, 학생!! 또~오 왔네?”

“네, 안녕하세요? 아줌마.”

“오늘도 색시가 떡이 됐네. 푸하하핫!”

“ …….”

“얼른 따라와.”

헐~! 아줌마가 오늘은 능수능란 하시군여. 별말 없이 방을 내줍니다.

아줌마를 따라 객실로 갔습니다. 역시 침대가 있는 방이더군여. 침대에 그녀를 눕혀놓고 아주머니를 봤습니다. 아주머니가 말하시더군여.

“좀 기다려! 술 깨는 약 사다 주께 ….”

단골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어제는 약 같은 건 없다고 매몰차게 그러더니 오늘은 약국까지 가서 직접 사다 준다고 까지 합니다. 아줌마가 갖다 준 숙박부를 적고, 역시 그녀의 지갑을 꺼내서 여관비를 계산했습니다.

제가 왜 냅니까!!!

침대에 누워 있는 그 여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습니다.


‘대체 나랑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길래 이 모양이냐?’

똑똑~!

“네, 들어오세요.”

“학생, 여기 술 깨는 약이야”

“아줌마, 정말 감사해요.”

“학생~! 근데 오늘도 그냥 갈꺼야?”

“네? 왜요?”

“아니, 아니야 …. 하핫!”

“ …….”

아줌마가 사다준 술 깨는 약의 뚜껑을 땄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먹이기 위해 그녀 위에 올라탔습니다.

꾸울꺽~!

그녀는 입을 앙다물고 자고 있더군여. 양 볼을 살짝 눌러서 입을 조금 벌렸습니다. 손끝에 전해져오는 그녀 얼굴의 감촉이 너무 부드럽고 따뜻합니다.

약을 조금씩 그녀의 입으로 흘려 넣었습니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손이 떨려서 자꾸 삑사리가 납니다.

콧구멍에도 들어가고 볼로 턱으로 약이 흘러내리더군여. 어쨌든 전부 먹이고 나서 수건으로 흘러내린 약을 닦아 주었습니다.

침대에는 그녀가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옆에 앉았습니다. 저의 상체는 그녀의 위에 있습니다. 가슴이 막 설렙니다. 심장이 자체할 수 없을 정도로 뛰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입술을 봤습니다. 하얀 목도 보입니다. 그리곤 가슴을 봤습니다.

‘헉 …!’

잽싸게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대에 올려 있는 거울을 봤습니다. 뻘겋게 상기되어 있는 제 얼굴이 보이더군여. 거울에 있는 저한테 말했습니다.

‘미쳤군!’

거울에는 그녀의 자고 있는 모습이 비칩니다.

이 여자, 왠지 좋은 느낌이 듭니다. 원래 이렇지 않은데 실연의 아픔이 너무나 큰 것 같습니다. 아마 술로 아픔을 달래려고 한 것 같은데, 술을 잘 못하는 것으로 봐서 많이 마셔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괜히 불쌍한 마음이 듭니다. 제 마음 어디에선가 싸늘한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내일이 월요일이라 학교를 가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여자를 두고 그냥 집에 갈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다 포기하고 이 여자랑 자기로 했습니다.

헉! 옆에서 쪼그리고 잔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이 여자의 아픔을 한번 치료해 보자!’

…………

………

……


부시럭~ 부시럭~!
자리가 불편하고 허리가 아파서 잠을 깼습니다. 반쯤 감긴 눈으로 낯선 천장이 흐릿하게 들어오더군여.


‘으으 … 여기가 어디지? 에구~ 허리야!’


한참 만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방바닥에 앉아서 침대에 기댄 체 쪼그리고 잤는데 일어나 보니 엎어져 있더군여. 그녀는 아직도 자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세수도 하고 양치질도 하고 나왔더니 그녀가 잠에서 깨어 앉아 있습니다.

그녀가 절 쳐다보면서 어색한 미소를 짓더군여. 저도 멋쩍은 미소를 지어 주었습니다. 헤헤헤~~~!

‘앗! 맞다. 주민등록증!!!’

그녀의 얼굴을 보니깐 어제 그녀의 주민등록증에서 훔쳐봤던 나이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절라 터프하게 말했습니다!!

“저, 저기. 야!! 아니, 너, 너 … 내가 몇 살 쯤 돼 보이냐?? …세여?”

젠장! 이 말 하면서도 떨었습니다.

그녀가 눈을 흘기더군여.

움찔!

“너? 글쎄에 …그런데 왜? 그게 뭐가 중요한데?”

“얍! 너! 76년 생이잖아! 내가 오빠야 오빠!! 죽을래! 정말 팍 그냥!”

이라고 말했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기 … 그쪽은 76년생이신 것 같은데 제가 나이가 더 많아요. 말을 … 좀 ….”

“아~그래? 너 몇 살인데? 그럼 너두 말 놔라!”

“ …….”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도 말을 놓게 되었습니다. 어딘가 좀 억울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지만 두드려 맞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녀가 세면을 하고 방을 대충 정리하고 아침 해가 막 빛을 발하려고 할 때 쯤 그녀와 여관에서 나왔습니다.

그녀와 저는 참 묘한 인연입니다. 만난 지 2박 3일 만에 2박을 여관에 가고 지금이 3일째입니다.

오늘 그녀에 대해서 알아낸 게 있다면 그녀가 S대를 다닌다는 것과 그녀의 집이 부평이라는 것, 그리고 그녀의 나이와 이름, 전화번호입니다.

부평역 앞에는 출근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분주합니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어서 티가 별루 안 날지 알았는데,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려는 사람들과 저와는 뭔가가 구별이 되더군여.

제가 말했습니다.

“나 지금이라도 학교에 가봐야겠다.”

“그래??”

“응. 넌 학교 안가?”

“난 오늘은 안 갈래.”

“하하하! 오늘만 안 가는 거 맞지?”

“조심해서 들어가. 다음에 봐.”

“안녕~!”

그녀와 저는 이렇게 만났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저의 생활로 그녀는 그녀의 생활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도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있으니 언제라도 원하면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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