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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목적에 맞게 준비자금 늘리자. (마지막 회)

<인생 2라운드 50년>

by 더굿북

앞에서 나는 필요자금을 낮추는 방법에 대해 많이 얘기했는데, 주된 골자는 의식의 문제였다. 그에 비해 준비자금 늘리기는 상대적으로 기술의 문제다. 돈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차이가 크지만, 돈을 버는 것은 마음먹는 대로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잘못된 각오와 욕심 때문에 돈을 많이 까먹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준비자금 늘리기는 냉철한 마음, 다시 말해 제3자와 같은 태도가 요구된다.

그럼 여기서 준비자금의 3요소를 생각해 보자.

준비자금 = 저축(투자)금액×수익률×준비기간

위의 식대로라면 저축금액을 늘리고, 수익률을 높이고, 준비기간을 늘리면 준비자금은 늘어난다. 그럼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하자.


저축금액 늘리기
누구나 저축금액을 늘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손에 들어오는 돈은 유한하고, 쓰고 싶은데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어떻게든 저축금액을 늘려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목표를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목표를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지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반대로 목표가 없을 때 돈이 모아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목표, 다시 말해 재무목표 없이 돈이 잘 모아질까? 구두쇠처럼 쓸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모으기만 하면 잘 될까? 전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잘 안 된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기계가 아닌 이상, 시도 때도 없이 수없이 몰려오는 돈 쓸 일을 감당할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목적지나 목표 없이 열심히만 해서는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무자비한 목표를 세우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만원으로 한 달 버티기!’

지출을 만원으로 묶어놓는 똑 부러지는 목표다. 인간관계와 욕구를 철저히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대단한 해법이다. 이렇게라도 목표를 명확히 하면 효과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가 돈만 많이 모으자고 세상을 사는 게 아니니, 이런 무자비한 방법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많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저축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사람이 쓴 책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무분별한 소비 때문에 파산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큰 문제다. 그러나 지나치게 저축에 집착하는 것도 옳지 않다.’

가장 올바른 해법은 인생 전체를 고려하면서 적절한 재무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게 저축을 뚜벅뚜벅 실행하는 것이다. 저축을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목표에 맞게 끝까지 하는 게 진짜 중요하다. 끝까지 할 수 있도록 하자면 먼저 목표를 현실에 맞게 정해야 한다.


목표를 무리하게 정해 놓고, 실행하지 못하는 자신의 의지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유한한 나, 무력한 나에 대한 지나친 학대다. 우리는 남 때문에 고생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게 더 많다.

나는 상담을 하면서, 저축을 늘리기 위해 소비지출을 줄이라고 권한 경우는 몇 되지 않는다. 상담을 받으러 오면서, 스스로 저축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미리 세우고 온 경우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대로 반영해 주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스스로 소비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겠다고 하는 고객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도 반영해 주었다. 그렇지 않고,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주도해서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라고 권유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그것은 보통 이런 경우다.

첫째 부류는 돈을 모을 목적의식이 없는 경우다. 앞날을 내다보고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낭만적 성격 때문인지 목적의식이 흐릿해서 그런지, 별로 그런 목표가 없는 경우다. 이런 고객들에게는 대화하면서 미래를 그려보게 하고 스스로 목표를 갖게 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룰 저축계획을 세우게 한다. 이런 경우는 서로 그다지 신경을 예민하게 쓸 필요 없이 상담이 잘 이루어진다.

상담사에게는 어떤 면에서는 이런 경우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미래에 대해 별생각이 없던 고객은 목적의식이 생겨 스스로 흐뭇해하고, 상담에 대해서도 만족해하기 때문이다. 상담사 역시 보람도 있고, 더불어 상담사를 통해 금융상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특별한 수익도 생겨 좋다.

둘째 부류는 월별 현금흐름이 적자인 경우다. 적자가 일시적이거나 적자와 흑자가 교차해서 연중으로 따지면 큰 문제가 없는 예도 있는데, 그래도 이런 경우는 크게 걱정할 일 없이 돈 흐름을 제대로 설계하면 바로잡아진다.

문제는 적자 구조가 굳어진 경우다. 이런 가정의 경우는 고객과 상담사가 정말 머리를 싸매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지점은 고객의 기운을 북돋아 줘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러 공부 못하려고 하는 학생 없듯이, 누구나 다 돈 많이 벌고 싶고 저축도 많이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떤 이유 때문에 안 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를 찾고 고칠 해법이 있는지를 같이 고민해 보자고 상담을 하는 것이지, 현재 상태가 비관적이라는 것을 확인하자고 상담을 받는 게 아니다. 생각하고 얘기해 보면서 지금 상태에 이르게 된 과정과 원인을 되돌아보고, 지금이라도 개선할 방법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 힘은 사실 고객 자신에게 있다. 상담사는 고객이 그런 힘을 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누구나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 볼 틈이 없다. 상담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일상의 정지다. 그것만으로도 반은 이룬 셈이고, 여기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좀 더 합리적으로 분석해 보고 해법을 찾아보는 것이다.

의외로 쉬운 해법도 있다. 가장 극단적이지만, 파산이나 개인회생 또는 워크아웃이 가장 좋은 해법인 경우도 있다. 멀리서 보거나 지나고 보면 당연한 해법이지만, 늘 일상에서 쫓기거나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다 보면, 당연한 해법이 전혀 생각조차 되지 않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상담은 소비지출을 줄여 빚을 갚아야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일지라도, 나는 고객에게 끝도 없이 절제하라고 요청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돈만 벌거나 빚만 갚으며 살아야 하는 인생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평소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지 않는 과감하고 독특한 해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몇 년 전 파산절차를 마친 지원 씨는 자녀가 셋인데 송파구 남쪽 지역에 월세로 산다. 가진 돈이 없으니 전세도 못 구하는 것이다. 남편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중기운전을 한다. 부부가 열심히 벌기는 하지만, 지출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애가 셋인데 식비나 아이들 관련 비용을 줄일 수는 없다. 내게 가장 크게 보인 수치는 월세였다. 나는 정비공장 하다 망하고 강화로 이사하던 즈음이 생각났다.

“남한산성으로 이사하면 어떨까요?”

지원 씨는 내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나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농촌 학교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비싸지만 아이들에게 별로 좋지 않은 현재의 월셋방보다는 농촌의 주거환경이 나을 것이라는 점, 남편 직장에서도 그다지 멀지 않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지원 씨는 결심을 하고 곧 바로 남한산성 마을을 찾아갔다.

여기서 핵심은 아이들 교육이다. 싼 월셋방이라는 점만으로는 지원 씨가 이사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지만,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현금수지도 맞추어야 하지만,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 둘 다 이룰 해법을 우리는 찾아야 하고, 나는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나 그런 해법이 없지 않다고 확신한다. 문제는 새로운 해법을 향한 열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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