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연애는 미분(微分), 결혼은 적분(積分)
사랑만으로는 잘 살 수 없습니다. 열렬히 사랑했다고 열렬히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사랑해서 결혼한 수많은 부부의 이혼율이 30% 가깝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지요. 결혼의 성공 여부는 애정의 정도가 아니라 성숙의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흔히 사랑의 종착역이 결혼이라거나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라고도 말합니다. 제 생각엔 둘 다 틀렸습니다. 결혼은 사랑이 끝난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고,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이 꽃피는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연애는 사랑에 빠지는 것, 결혼은 사랑하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연애 감정은 변할 수 있습니다. 만나다가 아니다 싶으면 헤어질 수도 있고요.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연애의 ‘연(戀)’자를 한번 자세히 볼까요? ‘그리워할 연’인데 ‘변할 변(變)’자와 비슷합니다. 연=마음심, 변=등글월문
자, 이번엔 결혼의 ‘결(結)’자를 보겠습니다. ‘맺을 결’입니다.
가는 실(糸)+길할 길(吉)=실로 행복을 엮는다는 뜻입니다. 무조건 행복한 것이 아니라 실타래처럼 크고 작은 문제가 얽혀서 쉽게 풀 수 없음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풀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연애는 변함을 전제로 하지만 결혼은 변치 않음을 전제로 합니다.
연애할 때 변하면 헤어지면 됩니다. 그렇지만 연애할 때는 잘 변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사랑에 빠진 것은 마약중독 상태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달콤하고 매력적이니 안 변하는 거죠. 그러다가 결혼하고 나서 비로소 변하게 됩니다.
그런데 과연 변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걸까요? 어쩌면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랬는데 미처 못 본 것인지도 모릅니다. 연애할 때는 그놈의 성호르몬 때문에, 눈에 콩깍지가 씌었기 때문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여자친구 집에 데려다주고 막차 타고 1시간을 가도 피곤치도 않고, 택시비 3만 원씩 들여서 집에 돌아가도 돈이 안 아까웠던 것입니다. 그게 정상이 아니라 일종의 마약중독 상태라서 그랬는데, 애인은 자기 남친 또는 여친이 평소에 그런 줄 알았던 것이죠. 엄밀하게 말하면 본의 아니게 사기를 친 셈입니다.
연애 시절에는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남자는 대범한 척, 씀씀이가 큰 척, 포용적인 척, 싸움 잘하는 척, 머리 좋은 척, 공부도 잘한 척하기 마련입니다. 여자는 조신한 척, 많이 안 먹는 척, 배 안 나온 척, 술 못 먹는 척하지요. 그러나 결혼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대로 되돌아옵니다. 변한 게 아니라 원래 그랬는데, 정신이 ‘헤까닥’해서 잠깐 그랬다가 원래대로 되돌아왔을 뿐인데 이걸 변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연애=1+1 결혼=2+4
연애는 미분법으로, 결혼은 적분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단어의 의미를 풀어드리면, 미분은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게 보는 것이고, 적분은 전체적으로 크게 보는 것을 말합니다. 연애는 상대의 구석구석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봐야 하지만 일단 결혼한 뒤에는 전체를 봐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 부부들은 반대로 합니다. 그들은 결혼해서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를 시시콜콜 따지는 미분법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일단 결혼했으면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무려 50~70년간 같이 살 사람이 아닙니까. 그 사람에 대해 시시콜콜 따져서는 제명에 못 죽을 겁니다.
연애는 두 사람이 하는 거지만 결혼은 ‘2+4=6’, 즉 여섯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연애는 너와 나의 문제지만 결혼은 두 가문의 결합이라는 말이지요. 내 부모만이 아니라 양가 부모, 즉 부모가 네 분이 된 것입니다. 결혼을 한다는 것은 너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부모 외에 네 부모도 같이 섬겨야 하고, 자녀가 태어나면 그와도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