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 마스터>
국내 모 대기업 영업총괄 본부장이 영업 윤리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이렇게 말했다.
“저와 함께 일하는 팀장 중에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한 명은 회사 규정을 정확히 지키고 항상 원칙대로 성실히 영업 활동을 하지만 주어진 목표의 80%도 못 채웁니다. 다른 팀장은 회사 규정 경계선을 넘나들어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항상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의 130%이상 달성하고 목표 달성에 절대적 기여를 합니다. 솔직히 둘 중 후자가 더 예뻐 보입니다. 영업 윤리가 중요하지만 현실에 부딪치면 리더인 저도 중심을 잃습니다. 이것이 현실 아닐까요?”
어이없는 얘기지만 이런 리더들이 의외로 많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리더, 우회적으로 불법을 유도하는 리더 등 자신의 손에만 피를 안 묻히면 된다고 생각하는 리더들이 의외로 많다. 리더들이 이런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그 리더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영업 목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영업 윤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비록 당장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진 못하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성실히 영업하는 팀장은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든다. 현재 시점에 조직의 성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더라도 규정을 어기는 팀장은 용인되면 안 된다.
영업 규정 위반으로 인사위원회에 출석한 리더가 조사가 끝나갈 무렵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는 말에 당당히 말했다.
“제가 전체 고객의 50%를 맡고 있고 매출의 60%를 담당합니다. 비록 규정을 위반했지만 비즈니스를 위해 어쩔 수 없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황당했다.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나는 부문 대표로 옮긴 첫날이었고 한 달 동안 조사를 거쳐 ‘경고’로 처벌 수위가 결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결정 번복은 어려웠다.
“변 실장이 본부가 아닌 회사 비즈니스를 모두 책임지더라도 현재와 같은 잘못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리더가 비즈니스를 위해 규정을 위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리더는 더 이상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이 잘못인지 알겠습니까?”
그 리더는 잘못했다고 말했지만 잘못된 의식은 쉽게 고쳐지기 어려웠다. 얼마 안 가 그는 더 큰 문제를 일으켜 조직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회사를 떠나야만 했다. 지금 막 새로 시작하는 신입사원이라면 교육과 지도로 바로잡을 수 있겠지만, 오랜 경험을 지닌 리더의 영업 윤리가 올바르지 않다면 그의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사람을 바꾸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조직의 정직성과 영업 윤리 의식은 리더에 의해 100% 좌우된다고 봐야 한다. 리더에게 역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직함이다.
해결방안
-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녹아 있어야 한다.
영업 윤리와 관련해 점검과 관리 프로세스가 정립돼 있어야 한다. 대부분 기업들은 자체 규정이 있고 관련 교육을 실시하지만, 영업 프로세스와 연동되어 영업 윤리 이행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장치가 미흡하다. 제반 규정 교육을 실행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 정신없이 허둥댄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고 파생되는 영향을 최소화하느라 다른 업무는 마비된다. 열심히 재발방지책을 준비하지만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가면 다시 원래 하던 대로 돌아간다. 그것이 대개의 모습이다.
앞에서 독일의 대표적 기업이 FCP-A 위반으로 10억 유로 가까운 벌금을 물고 최고경영자와 관련 임원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들었다. 그 정도 되면 웬만한 기업은 재기가 불가능하거나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이 기업은 3년 후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Barrons)》가 선정한 ‘존경 받는 세계 100대 기업’ 중 21위에 선정되었고 유럽기업 중 선두자리에 올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창사 이래 최초로 외부에서 영입한 새로운 최고경영자는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조치를 실행했고, 사건재발 방지를 위해 제정한 ‘준법 프로그램’은 현재도 수많은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들의 표본으로 적용되고 있다.
① 행동강령 간소화
② 준법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강화
③ 준법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④ 익명성 보호 신고 시스템 도입
⑤ 부패행위 자진 신고 직원 사면
⑥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개선 대비
이 회사의 프로그램은 실행과 연계되는 핵심 내용에 집중해 직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또한 프로그램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부패행위는 항상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는 프로세스를 정비했고, 이를 놓친 경우 조기 발견에 주력해 단기간에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