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PRIZE 우주여행의 시작>
2004년 6월 21일 예순세 살의 테스트 파일럿 마이크 멜빌(Mike Melvill)은 탄소섬유와 에폭시 수지로 만든 단출한 검은색 조종석에 홀로 앉아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
80초 안에, 음속을 돌파해 아직까지 민간 비행사가 가본 적 없는 100킬로미터 높이까지 수직으로 상승해야 했다. 고무와 같은 성질을 가진 고체 연료를 액체 아산화질소로 연소시키는 엔진이 7,700킬로그램의 무시무시한 추력으로 로켓을 밀어 올리자, 멜빌의 몸이 좌석 뒤로 홱 젖혀지며 쇠가 서로 긁히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바람이 급격하게 변하는 윈드시어(wind shear) 현상이 발생해 기체가 왼편으로 90도 돌자 오른손으로 조종간을 잡고 발로 방향타 페달을 밟은 멜빌이 기체를 바로잡으려 했으나,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90도 도는 바람에 좌우로 180도를 움직여 마치 곡예비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기체는 경로를 50킬로미터나 벗어나 거의 수직으로 치솟으며 한때는 전설적인 속도라 생각했던 마하 11에 근접했다. 비행기에 충격을 가해 조종사를 죽게 한다고 알려진, 시속 약 1,100킬로미터에 이르는 혼란스러운 속도다. 멜빌은 살아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 비행사로 역사에 기록될 터였다.
“하나님, 제발 실패하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멜빌이 테스트 파일럿의 기도를 변형해 중얼거렸다.
음속보다 빨라지면 충격파 때문에 조종익면(control surface)의 기능이 약화되고 공기가 기체 옆으로 매끄럽게 빠져나가지 못하므로, 멜빌은 조종간과 방향타로 기체를 제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폭포에서 카약을 타고, 절벽 가장자리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스스로 저돌적이라고 말하는 멜빌이 공중에서 발사된 누에고치같이 생긴 소형버스 크기의 로켓에 앉아 맹렬한 속도로 대기권을 지나가고 있었다. 약 40명의 기술자가 팀을 이뤄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제작한 로켓이었다. 이전에는 세계 강대국(소련, 미국, 중국) 정부만 할 수 있었던 일, 즉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일을 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2만명이 넘는 사람이(그중에는 버즈 올드린(Buzz Aldrin)도 있었다) 스페이스십원(SpaceShipOne)이라 불리는 달걀 모양의 날개 달린 로켓이 이른 아침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승용차, 오토바이, 비행기, 캠핑카 등을 타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쪽으로 160킬로미터 떨어진 모하비 사막으로 찾아왔다.
우주에 먼저 도달하는 팀에게 1,000만 달러의 상금을 주겠다며 불가능해 보이는, 우주로 향한 민간의 경쟁을 꿈꿔 왔던 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도 사막의 모래밭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평생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는 날이었다.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제작된 유인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가 불과 몇 미터 떨어진 활주로로 무사히 돌아올 예정이었다. 앞으로 우주여행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피터에게도 많은 것이 걸린 일이었다. 멜빌이 탄 무게 2,700킬로그램의 수동비행 우주선은 하얀 비행운을 뒤로 남기고 푸른 하늘을 가르며 거의 수직으로 쏜살같이 솟구쳤다.
“처음에 아주 힘들었고, 피칭이 심했다.” 멜빌이 관제센터에서 모하비의 비행 대기선을 내려다보고 있던 비행 책임자 덕 셰인(Doug Shane)에게 숨찬 목소리로 말했다. 멜빌의 좌석 바로 뒤에는 1,300킬로그램의 아산화질소와 360킬로그램의 고체 연료를 실은 하이브리드 엔진이 있었다. 멜빌이 말을 계속했다. “속도가 떨어졌다. 엔진이 꺼졌다. 내가 끈것이 아니라 저절로 꺼진 것이다. ……엔진 작동 상태가 양호하지 않은 것 같다.” 엔진은 77초 연소한 후 약 55킬로미터 상공에서 멎었지만, 기체는 관성의 영향으로 목표로 삼은 지상 62마일, 즉 지구 위 100킬로미터 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이 높이는 헝가리 물리학자 테오도르 폰 카르만(Theodore von Karman)의 이름을 따서 카르만 선2이라 불리는 곳으로, 일반적으로 우주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받아들여지는 선이다.
“깃털을 준비하기 바란다.” 덕 셰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깃털(feather)’은 스페이스십원의 비밀 병기로, 항력을 주기 위해 반으로 구부릴 수 있게 만든 날개다.
사람과 우주선을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해 항공 개념 디자이너 버트 루탄이 만든 야심작이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발명품이었다. 버트는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는 복합재료와 서프보드 기술을 응용해 비행기를 만들고, 날개를 앞으로 엔진을 뒤로 이동시키는 등 기발한 발상의 대가였다. 또한, 대칭의 개념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항공우주산업계의 기존 관행을 창의적인 발상으로 깨뜨리려는 시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우주로 보내본 경험은 없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도중, 특히 오늘과 같은 날, 버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정말로 일이 진행되고 있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하다니, 우린 정말 미친놈들이야.’
“깃털 잠금장치 해제. 깃털 모드 돌입. 깃털을 수직으로 구부리겠다.” 멜빌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얀 로켓은 엷은 공기층 속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멜빌은 150종 이상의 비행기를 타고 9,500시간을 비행한 사람이었다. 그중에는 마치 기수가 말을 타듯 비행기 위에 앉아 조종하는, 버트가 설계한 엉뚱한 비행기도 있었다. 그래도 로켓과 같이 무시무시한 힘을 경험해본 적은 없었다. 멜빌은 이중 플라스틱 창을 끼운 조그맣고 둥근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우주선 앞부분에는 지름 23센티미터의 창문 16개가 빙 둘러 설치되어 있었다. 안쪽 창은 플렉시글라스였고, 바깥쪽은 그보다 더 단단한 폴리카보네이트 유리였다. 우주선 제작 단계와 시험 단계에서 버트는 조종사에게 도끼를 건네며 창문을 깨보라고 한 적도 있었다.
캘리포니아 시간으로 오전 8시경, 포물선3의 거의 끝부분을 바라보던 멜빌의 눈에 들어온 것은 로스앤젤레스 해안을 따라 둥둥 떠 있는 거품같은 구름, 갈색과 베이지색이 섞인 사막, 희미하게 빛나는 캘리포니아 반도의 해안, 그리고 숲으로 뒤덮인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산맥(거대한 봉우리들이지만, 그 높이에서는 사막처럼 평평하게 남쪽으로 뻗어 보였다)의 모습이었다. 흰색, 백금색, 회색 등 형형색색의 구름이 보였다. 은으로 만든 옷감처럼 두꺼워지는 구름도 있었고, 망망대해의 물결처럼 구불구불한 엷은 회색 구름도 있었다. 호수와 강은 금을 녹여 넣은 것처럼 반짝였다. 아스라이 떨어진 곳에 엷고 푸른 지구의 선이 보였다. 멜빌은 왜 우주인들이 지구의 모습을 한 번 보면 영원히 잊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았다. 상공에서 바라본 이 조그만 푸른 구슬은 몹시도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멜빌의 위치는 에드워드 공군기지(Edwards Air Force Base) 상공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그들은 2515라고 알려진, 기지 내의 엄격한 통제구역에서 비행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건조하고 무더우며 외딴곳에 자리 잡은 에드워드 공군기지는 테스트 파일럿의 발할라요, 시험 비행기의 메카였다. 소닉붐이 탄생한 곳이고, 조종사들의 기량과 패기를 시험하는 곳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비행기들이 처음으로 날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멜빌은 ‘에너지 고도 예측계’를 쳐다보았다. 엔진이 꺼진 다음 기체가 도달할 수 있는 최종 고도를 보여주는 디지털 계기였다. 친구이자 멘토인 앨버트 ‘스코티’ 크로스필드(Albert ‘ Scotty’ Crossfield)가 로켓 엔진을 점화한 뒤 조종간을 잡아당기고 나면 방향감각을 상실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크로스필드는 최초로 마하 2의 속도로 비행한 조종사이자 군용 X-15(1963년 최초로 고도 100킬로미터에 도달한, 검은 야수같이 생긴 로켓 비행기)를 가장 많이 조종한 경험이 있는 비행사였다. “기체 앞부분이 확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거야. 그러고는 누운 채로 올라가게 되지X. -15를 탄 사람 모두 그랬어.”
“R C S로 잘해보기 바라네.” 덕 셰인이 기체의 자세를 조정하는 데 쓰는 조그만 추진기인 ‘냉각가스 자세제어시스템(reaction control system)’을 언급했다.
“모든 것이 정상일세, 덕.” 멜빌이 보고했다.
관제센터로부터 “100킬로미터”라는 소리와 함께 박수 소리가 들리더니 금방 수그러들었다. 잠시 환희의 순간이 지나자 버트가 설계한 등록번호 N328K F 스페이스십원이 출발지를 향해 제대로 내려올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려면 데이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버트와 팀원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번 비행에서 가장 어려운 과정이 남아 있었다.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Columbia)호는 바로 1년 전인 2003년, 대기권 재돌입 과정에서 산산조각이 나 타고 있던 우주인 일곱 명이 모두 죽었다. 날개 달린 비행체로는 스페이스십원 외에 유일하게 우주에 도달한 X-15도, 기수를 숙인 자세로 40도 각도를 이루며 마하 5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 어마어마한 부하를 받는다. 버트의 친구였던 X-15 조종사 마이크 애덤스(Mike Adams)는 1967년 서른일곱의 나이에 비행 도중 사망했다. 학자이자 최고의 테스트 파일럿이었던 애덤스는 고도 81킬로미터까지 올라갔다가 마하 5의 맹렬한 속도로 내려오던 중, 고도 70킬로미터에서 스핀이 발생해 회복하지 못했다. 로켓 비행기는 산산조각이 났고, 잔해는 사막 모래 위 거의 100킬로미터 사방에 흩어졌다.
멜빌은 계기판을 쳐다보았다. 조종사는 자신의 감각보다 계기판을 믿어야 한다고 교육받았지만, 멜빌은 이 비행체를 느낄 필요가 있었다. 멜빌은 앉는 부분을 통해 비행을 했다. 즉, 문자 그대로 자신의 엉덩이를통해 비행기가 나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경기에 나가 모터사이클을 탈 때와 같은 방식이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비행기도 각기 다른 특징이 있다. 멜빌은 수평안정판을 움직이기 위해 조종간 위에 달린 스위치를 켰다. 수평안정판은 피칭과 롤링을 제어하는, 움직이는 플랩이다. 멜빌은 재진입을 위해 양쪽의 트림을 30도로 재조정한 후 기다렸다. 깃털은 완벽하게 구부러져 있었다. 엔진이 꺼진 상태라 깃털이 전방 테일붐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멜빌이 다시 계기판을 쳐다보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안정판 트림을 확인해 보고 싶네.” 덕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행기의 고도가 높고 속도가 빨라 조종간과 방향타 페달이 제 기능을 못하면, 고정익 수평안정판과 엘러본(elevon: 안정판의 뒤에 붙어 있는 플랩)은 테일붐에 설치된 정교한 전기 모터와 기어박스로 제어하게 되어 있었다. 재진입을 위해서는 안정판이 정확하게 양각 10도에 맞춰져 있어야 했다.
버트가 전송되어 온 데이터를 살펴보았다. 잠시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입을 떼는 사람도 없었다. 관제센터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95킬로미터가 넘는 상공에서 멜빌이 급하게 반복적으로 스위치를 만지는 소리뿐이었다.
“멜빌, 브레이커를 잡아당겨요!” 팀의 수석 항공역학자 짐 타이히(Jim Tighe)가 소리쳤다. 브레이커를 당기면 예비 모터가 작동하게 되어 있었다. 멜빌이 이미 시도해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왼쪽 안정판은 30도, 오른쪽 안정판은 10도로 양쪽의 각도가 달랐다. 20도 차이가 난다면 고속의 치명적 스핀에 빠질 가능성이 있었다. 멜빌은 로켓 엔진이 마하 3의 속도로 자신을 지구 대기권 밖으로 밀어냈고, 중력이 다시 같은 속도로 자신을 지구로 끌어당기리라는 물리법칙 정도는 알고 있었다. 좌우 안정판이 균형을 잃은 채 재진입한다면 살아날 확률이 거의 없었다. X-15와 달리 사출 좌석이 없었기 때문에 로켓에서 나가는 유일한 방법은 비행기의 앞부분을 통하는 것이었다. 위기 상황이 오면, 먼저 조종실 안의 기압을 낮춘 뒤 바닥에 있는 레버를 잡아당겨 비행기의 앞부분을 몸체와 분리한 다음 어떻게든 거기서 뛰어내려야 했다. 이 모든 일을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와중에 해내야 한다. 크로스 필드는, 로켓 비행기에서 탈출하려는 행위는 ‘살해당하지 않으려고 자살을 선택하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고 했었다.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왔다. 공포심은 들지 않았고 그저 슬플 뿐이었다. ‘그 모든 노력이 결국 이렇게 끝나는구나.’ 거의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우주비행이라는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겠다는 꿈을 공유한 사람들이 사막에 모였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했다. 쉰이 넘은 아내가 저 아래 비행 대기선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 함께 달아났던 귀여운 금발머리 아내는 아마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있을 것이다. 강인하고 조심스러우며 아직까지도 자기한테 푹 빠져 있는 아내 샐리(Sally)는 비행복에 행운을 상징하는 말편자 장식을 꽂아 주었다. 1961년 자신이 디자인해 선물한 액세서리로, ‘마이크와 샐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샐리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다. 멜빌이 다시 스위치를 만져 보았다. 왼쪽 안정판이 말을 듣지 않았다.
“상황이 안 좋아.” 짐 타이히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덕의 오른편에 앉아 있던 버트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몸을 앞으로 굽혔다. 멜빌은 자기 회사 최고의 테스트 파일럿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루탄 항공기 제작소(Rutan Aircraft Factory)’에 맨 처음 입사한 사람이기도 했다. 샐리는 남편이 스페이스십원의 시험 비행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랐다. 로켓과 관련하여 좋지 않은 예감이 든 샐리는 남편이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위해 할 만큼 했다고 주장했다. 버트는, 아침에 멜빌이 이륙하기 전 평소 그답지 않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멜빌은 자신이나 팀을 위해 또, 이런 대단한 일을 절대로 해내지 못할 많은 사람을 위해 역사에 남을 일을 하고 싶어 했다. 피터 디아만디스가 2주 안에 우주를 두 번 왕복하는 팀에게 주겠다고 한 상금 1,000만 달러도 걸려 있었다. 이날은 역사를 새로 쓰는 날이기도 했지만, 상금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날이기도 했다.
비행기는 오전 6시 47분 이륙했었다. 간밤에 휘몰아치던 바람과 천지를 뒤덮던 모래 먼지가 잔잔해지고 오렌지 빛 태양이 희미한 지평선 위로 솟아오르던 시간이었다. 이륙 직전 버트는 조종석으로 다가가 친구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었다.
“멜빌, 이건 그냥 비행기일 뿐이요. 다른 비행기 조종하듯이 조종하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