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길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

<세일즈 마스터>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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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알면 앞서 가라.
-속담-



조선시대에 부산에 사는 선비가 한양에 과거시험을 보러 간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평지도 있었겠지만 험한 산길도 넘고 강도 건넜을 것이다. 제대로 쉬지 않고 걸어도 보름은 걸렸을 것이고,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걸었다면 최소 한 달은 걸렸을 것이다. 힘들고 위험한 순간도 많았겠지만 한양으로 가는 길이 헷갈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길이 다양하지도 않았고 이동수단도 간단하지 않았을까. 건강하게 무사히 도착하는 데만 신경 썼을 것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준공, 개통되면서 온 나라가 바뀌었다. 패러다임과 생활 패턴이 바뀌었고 거기서부터 한강의 기적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그것을 단순히 서울과 부산을 잇는 고속도로라고만 부르지 않고 민족의 대동맥이라고도 불렀다.

1905년 일제에 의해 경부선 철도가 준공된 지 100년이 지난 2004년 수많은 반대와 논란 끝에 시작된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되었다. 이것은 1949년 첫 취항 이후 가장 빠르고 편리한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던 항공편을 밀어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강원도에 가려면 어김없이 꼬불꼬불 위험한 길을 지나가야만 했다. 미시령, 대관령, 한계령 등 모두 아슬아슬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 터널이 뚫리고 새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과거의 꼬부랑길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달라진 것은 길뿐만이 아니다. 옛길 주변의 식당, 휴게소, 판매점은 어찌 되었을까. 새 길이 생긴다는 사실을 몰라서 망하거나 남들보다 먼저 알아내고 팔고 탈출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길은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만이 아니라 승자와 패자도 새로 만들어낸다.

1981년 출간된 김주병 선생의 『객주』는 두 차례 TV 드라마로 소개되었다. 130년 전 보부상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지금도 영업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대작이다. 이 작품에서 보부상을 이끄는 미약한 객주인 주인공이 막강한 권력자인 육의전 대행수의 생명줄을 끊을 수 있었던 결정적 한 방은 ‘길’이었다. 육의전 수장은 화적패를 이용해 동해 해산물 집산지인 원산까지의 지름길인 북관대로를 틀어막고 있었다. 물화 통로를 막아 시장을 독점하고 그로부터 축적된 엄청난 부를 이용해 육의전 수장이 되고,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년 동안 원산으로 넘어가는 풍등령은 아무도 지나갈 수 없는 불가능의 길이었다. 산도적이 막고 있던 공포의 길, 한 명의 절대권력자가 도구로 써왔던 부정의 통로였지만 주인공의 기지, 용기, 사명감으로 모든 사람에게 물화의 통로로 돌아왔고 장사의 길로 바뀐 것이다.

길이 열리면서 독점적으로 폐쇄되었던 권리는 모두에게 열렸고 기득권 세력은 무너졌다. 길은 생존과 성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고객과의 약속이 있어 이동하기 위해 차 시동을 걸었다면 핸들을 잡기 전 맨 먼저 하는 작업은 무엇인가? 누구나 내비게이션으로 경로탐색을 할 것이다. 같은 목적지여도 이동 경로, 교통수단, 출발 시간에 따라 경로는 다르며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나 이동 도중 실시간 교통 상황에 의해서도 경로가 바뀐다.

길은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 이동 수단도 한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길에서는 항상 변수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목적지까지의 경로는 수없이 다양하다. 마찬가지로 영업직원이 담당할 고객까지의 길과 경로는 다양하고 변화는 필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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