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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an 04. 2018

01. 갈퀴 혀 공주

<기묘한 사람들>


고대 왕국 프랑켄부르크에 기묘한 비밀을 숨긴 공주가 살았다. 입속에 갈퀴 모양의 긴 혀가 숨어 있고, 등에는 다이아몬드 형태의 반짝이는 비늘이 덮여 있었다. 이렇게 뱀 같은 특징은 청소년 시절이 되어서야 나타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에게 들킬까 두려워서 입을 잘 열지 않았기 때문에, 시녀만 빼고 아무도 모르게 비밀을 지킬 수 있었다. 아버지인 왕조차 몰랐다.



공주의 생활은 외로웠다. 공주는 갈퀴 모양 혀를 누가 얼핏 보기라도 할까 봐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주에게 정말 힘든 문제는, 갈라티아 왕자와 결혼하게 된 것이었다. 공주와 왕자는 서로 만난 적이 없지만, 공주의 미모는 아주 유명해서 왕자는 공주와 결혼하겠다고 했으며, 결혼식을 올리는 날에 처음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 결혼식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두 사람의 결합은 프랑켄 부르크와 갈라티아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것이며, 두 지역의 번영을 확고히 할 것이고, 두 나라의 공통된 적국인 전쟁을 좋아하는 프리지아 공국에 대항하여 단결된 방어력을 갖추게 될 것이었다. 공주는 정략결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왕자가 자기 비밀을 알면 결혼을 거부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시녀가 조언했다. “걱정 마세요. 왕자님은 공주님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알게 되고, 나머지는 다 이해할 거예요.”

공주가 대꾸했다. “안 그러면? 평화를 바라는 우리 소망은 무너져. 나는 평생 혼자 살게 될 거야!”

왕국은 왕실 결혼식 준비로 바빴다. 금빛 비단을 궁전에 늘어뜨리고, 전국 각지에서 온 요리사들이 화려한 진수성찬을 준비했다. 마침내 왕자가 수행 신하들과 함께 도착했다. 왕자가 마차에서 내려 왕에게 다정히 인사했다.

왕자가 물었다. “제 신부는 어디에 있습니까?”
왕자는 공주가 기다리고 있는 접견실로 안내되었다.
왕자가 소리쳤다. “공주님! 명성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우십니다.”

공주는 미소를 지으며 절했다. 하지만 입을 열어 말하지는 않았다.

왕자가 말했다. “어디 불편하십니까? 제 잘생긴 외모 때문에 할 말을 잃으셨나요?”

공주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왕자가 대꾸했다. “아, 그럼 제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군요. 그런가요?”

공주는 깜짝 놀라서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뜻은 전혀 아니었다! 그렇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다.

왕이 식식거렸다. “얘야, 뭐라도 말을 해. 혀를 꽉 묶고 있을 때가 아니야!”

시녀가 말했다. “마마, 송구합니다만 공주님이 왕자님과 처음 이야기하는 것은 단둘일 때 더 편할 겁니다.”

공주가 고마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이 못마땅해서 말했다. “그건 법도에 어긋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왕의 호위병들이 공주와 왕자를 단둘이 있을 방으로 안내했다.

왕자는 호위병들이 자리를 비킨 후 말했다. “자, 저를 보신 느낌이 어떤가요?”

공주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말했다. “아주 잘생기셨어요.

왕자가 물었다. “왜 입을 가리고 말씀하시나요?”

공주가 대답했다. “습관이에요. 이상해 보인다면 죄송합니다.”

“이상해 보여요. 그렇지만 공주님의 미모를 생각하면, 그런 습관에는 익숙해질 수 있어요.”

공주는 심장이 고동쳤지만 얼른 평정을 찾았다. 왕자가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결혼한 뒤에 밝힐 수도 있었지만, 공주는 왕자를 속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공주는 여전히 입을 손으로 가린 채 말했다. “고백할 게 있어요. 들으신 뒤에는 저와 결혼할 마음이 사라질까 두렵습니다.”

왕자가 말했다. “그럴 리가요. 무슨 고백인가요? 아, 이런, 우리가 사촌인가요? 그런가요?”

공주가 말했다. “아녜요.”

왕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럼, 우리 결혼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부디, 하신 말씀을 지키는 분이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공주는 손을 치우고 갈퀴 모양의 혀를 보여 주었다.

왕자는 흠칫 놀라며 소리쳤다. “이런 세상에!”

공주가 말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그리고 한쪽 팔을 드레스에서 빼고 등에 덮인 비늘을 보여 주었다.

왕자는 깜짝 놀랐다가 몹시 화냈다. “너 같은 괴물이랑 결혼 못해! 못 믿어. 네 애비는 나를 속이려 했어.”

공주가 말했다. “아니에요.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세요!”

왕자가 씩씩댔다. “그럼 이제 곧 알게 되겠네!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야!”

왕자가 방에서 튀어 나가서 왕에게 말하러 가고, 공주는 뒤쫓으며 그러지 말라고 사정했다.

바로 그때, 요리사로 가장하고 들어온 프리지아 자객 다섯 명이 케이크 안에서 단검을 꺼내고 주방에서 왕의 방으로 달려갔다.

자객들이 문을 박차고 들이닥칠 때, 왕자는 공주의 비밀을 밝히기 직전이었다. 자객들이 근위병을 죽이자 비겁한 왕은 옷장으로 달려가서 옷더미 아래 몸을 숨겼다.

자객들은 왕자와 공주에게 달려들었다.

왕자가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저는 그저 외국에서 심부름을 온 사동입니다!”

대장 자객이 말했다. “시도는 좋았군. 갈라티아 왕자, 공주랑 결혼하고 우리나라에 맞서서 동맹을 맺으려고 여기 왔잖아. 자, 각오해!”

왕자는 공주를 자객들과 마주하게 버려두고 창으로 달려가 열려고 안간힘을 썼다. 자객들이 피 묻은 단검을 들고 다가오자, 공주는 혀 안쪽에서 이상한 힘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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