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이병철과 정주영의 공통점은?

<리딩으로 리드하라>

by 더굿북

가장 감명을 받은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내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도 오히려 만족한다.
-이병철(1910~1987, 삼성그룹 창업자)-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의 일이다. 경상남도 의령과 강원도 통천에서 두 아이가 태어났다. 의령에서 태어난 아이는 재벌에 버금가는 부자를 아버지로 두었다. 덕분에 당시 최고 엘리트 코스였던 일본 유학까지 갔다. 그는 사회생활도 사장으로 시작했다. 아버지로부터 건물 몇 채 값에 달하는 거액을 사업자금으로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통천에서 태어난 아이는 가난한 소작농을 아버지로 두었다. 덕분에 소학교까지밖에 다닐 수 없었다. 그는 종일 허리가 부러져라 일하고도 아침은 보리밥에, 점심은 거르고 저녁은 콩죽으로 때우는 빈농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했다. 하지만 돈도 없고 학력도 없는 그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길 리 만무했다. 결국, 막노동꾼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두 아이는 집안 환경만큼이나 성격도 극과 극을 달렸다. 의령에서 자란 아이는 전형적인 귀공자 스타일이었다. 그는 하루를 원두커피로 시작할 정도로 낭만적이었고, 명품 정장을 즐겨 입었고,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는 조용하고 섬세하고 차분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반면 통천에서 자란 아이는 전형적인 카우보이 스타일이었다. 그는 거친 현장에서 하루를 시작했고, 싸구려 점퍼를 즐겨 입었고, 화가 나면 욕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대방의 뺨을 때리고 발길질을 할 정도로 다혈질이었다. 그는 거칠고 투박하고 불같은 성품의 소유자였다.

마치 물과 불처럼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에게도 공통점이 있었다.

1.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받았다.
2. 평생 인문고전을 애독했다.
3. 세계적인 기업의 창업자가 되었다.

의령에서 태어난 아이는 일곱 살 때 할아버지가 세운 서당인 문산정(文山亭)에 들어가 5년 동안 동양고전을 공부했다. 당시 그는 『논어』 『중용』 『대학』 『맹자』 『시경』 『서경』 『주역』 『자치통감』 같은 고전을 줄줄 암송할 정도로 치열하게 읽었다고 전한다. 그는 평생 인문고전을 애독한 것으로 유명했는데, 자서전에 “가장 감명을 받은 책을 들라면 서슴지 않고 『논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내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해도 오히려 만족한다” 1라고 썼을 정도로 『논어』를 삶의 지침으로 삼았다.

통천에서 태어난 아이도 소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할아버지가 세운 서당에 들어가 3년 동안 동양고전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동몽선습』 『소학』에서 『대학』 『논어』 『맹자』 『자치통감』까지, 고전들을 눈 감고 줄줄 외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그는 후일 자서전에 이렇게 고백했다. “그때 배운 한문 글귀들의 진정한 의미는 자라면서 깨달았다.” , “그 한문이 일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내 지식 밑천의 큰 부분이 되었다.”

이쯤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밝히자. 의령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는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통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는 현대그룹의 창업자 정주영이다.

%BC%B6%B3%D7%C0%CF%C3%D6%C1%BEf.jpg?type=w1200 (왼쪽 부터) 정주영, 이병철



세상에는 두 사람의 경영 비결을 다룬 연구자료들이 무수히 많다. 그 자료들은 공통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병철은 ‘세심한 인재경영’, 정주영은 ‘불굴의 의지경영’으로 성공했다.” 물론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병철의 ‘인재경영’과 정주영의 ‘의지경영’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말하고 싶다.

이병철의 ‘인재경영’은 『논어』에서 나왔고, 정주영의 ‘의지경영’은 『채근담』과 『대학』을 비롯한 여러 고전에서 나왔다.

이병철은 자서전에서 자신의 모든 경영 비법은 『논어』로부터 비롯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리고 경영의 지혜를 갈구하던 청년 이건희에게 단 한 권의 책을 추천했는데 『논어』였다. 여기에 더해 『장자』 「달생」 편에 나오는 고사 ‘목계(木鷄)’를 경영 교훈으로 물려주었다.

정주영은 자서전에서 고백했다. 고령교 복구공사 위기 때는 『채근담』, 현대건설의 해외 진출을 앞두고는 『대학』의 지혜를 활용해 위기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정주영이 이 두 사례에서만 고전의 지혜를 활용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그는 고전에서 직접 발췌한 글귀들을 한문으로 써서 액자에 담아두고 그것을 늘 되새기면서 영감을 받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그는 고전의 지혜를 토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성공을 거두었다.

회사를 세우는 이도, 회사를 이끄는 이도, 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도, 회사의 고객이 되는 이도 인간이다. 즉 경영은 인간이다. 인문고전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특히 경영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인문고전이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동안 각 시대의 리더들에게 철저하게 검증받은, 인간에 관한 최고의 지침서이기 때문이다. 각 시대의 리더들은 문학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철학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생각을, 역사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삶을 배웠다. 그리고 자신의 배움을 국가, 군대, 기업 등의 경영에 활용했다.

이병철과 정주영이 경영인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경영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어쩌면 당신이 이제껏 이병철, 정주영 이상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은 그들만큼 인문고전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만일 당신이 이병철, 정주영 이상의 인문고전 독서가가 된다면, 당신의 회사는 어떻게 변화할까?

경영자 밑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언젠가는 CEO가 되거나 아니면 스스로 회사를 창업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어쩌면 당신이 이제껏 혁명적인 변화 없는 회사생활을 꾸려온 것은 당신의 삶에 이병철, 정주영 같은 수준의 인문고전 독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만일 당신이 이병철, 정주영 이상의 인문고전 독서가가 된다면, 회사 내에서 당신의 지위는 어떻게 바뀔까? 그리고 먼 후일 당신이 창업하게 될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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