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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Feb 08. 2018

01. 홍제천을 거슬러 세검정에서 성문을 보다.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창의문


인왕산 정상과 기차바위에서 내려오는 길은 구불구불 지네를 닮아 궁궐로 들어가는 지세이다. 이러한 지세를 잠 재우려고 창의문 홍예에는 지네의 천적인 닭을 닮은 봉황이 그려져 있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 중 ‘창의문’의 그림은 인왕산 끝자락 자하 고개에서 도성 안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창의문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은 경회루가 솟아 있고,저 멀리 2층 문루 숭례문이 시야에 들어온다.

반쯤 핀 모란같은 백악산과 화강암 돌산 인왕산을 끼고 목멱산을 바라본다. 봄날 참꽃, 진달래꽃과 연분홍 복사꽃들에 둘러싸여 별천지에 온 느낌이다.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비경을 따라 성곽길 18.627km, 4대문과 4소문 그리고 암문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인왕산 자락을 걸으면
돈의문와 숙정문 사이에 4소문 중 원형을 유일하게 보존하고 있는 문.
창의문 ~
1396년(태조 5)에 창건한 문으로 자하문이라고도 불린다.
홍제천 세검정과 양주로 가는 유일한 통로이다.
1623년 조선 최초의 반정에서 직접 말을 타고 선봉에서 자하문을 두드린다.
능양군, 인조반정이다.

도성 안 청운동과 자하문 밖 부암동
백사실 계곡을 경계하는 북소문, 창의문, 자하문.

인왕산과 백악산의 경계
숙정문이 폐문되어 북문의 역할을 한다.

창의문에서 내려다 본 도성안 서울 전경,
600년 전에는 먹과 묵과 붓으로, 한자와 그림을...

인왕산과 백악산 자락,
서울 성곽길을 비소리와 함께 걸어간다.
비와 바람 그리고 구름은 600여 년 전에도..
지금도 성곽길 속에 함께 있다.

내가 없었고
그 누군가가 있었다.

내가 있고
그 누군가는 없다.

비 내리는 성곽길
현재를 걷고
미래를 본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시간여행
역사가 된다.


인왕산과 백악산 사이 가장 오래된 성문(城門)

한양도성 성곽길은 산과 산을 잇는 자연 친화적인 곳이다. 주산은 백악산으로 경복궁과 함께 궁과 궐을 감싸 안고 있다. 양주와 의주로 향하던 관문으로 숙정문을 대신하여 북대문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1396년(태조 5년) 건립되어 4대문과 4소문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있는 역사가 깃든 성문이다.

1623년(광해군 14) 3월 홍제원에서 집결한 1,000여명의 반정군은 홍제천을 거슬러 올라온다. 세검정에 모여 칼을 씻고 창의문을 통해 창덕궁으로 향한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광해군이 폐위되며, 함께 했던 공신들과 함께 새로운 왕에 등극한다. 창의문 문루 위 현판에는 1등공신, 2등공신, 3등공신의 이름이 새겨져 역사가 흐르고 있다. 이것이 인조반정의 역사이다.

인왕산과 백악산이 만나는 곳,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청명한 하늘
4대문과 4소문 중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문,
임진왜란에 불탄 후 영조 때 복원한다.

창의문, 북소문이지만 북문의 역할을 한 곳, 자하문이라 부른다.

양주와 고양 방면의 통로,
청운동과 부암동의 경계.

능양군은 홍제천에서 말을 타고 반정을 준비하며
창의문을 소리없이 두드린다.

광해군을 폐위시킨 후 인조반정을 마무리한다.
1623년, 1등 공신으로 부원군 봉하고,
2등 공신과 3등 공신의 이름을
창의문 문루 위 판에 새기여 지금껏 보존한다.

창의문 밖 지세는 지네를 닮고 홍예 천장엔 닭으로
천적을 대신하여 그린다.
봉황인가, 닭인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미당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이 그려지는 하늘이다.
68년 전 하늘이 보고픈 가을 아침.

백로와 한로 사이 24절기 중 16번째 추분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계절의 분기점이다.
밤이 빨라지고 밤공기가 차갑다.
고구마순 나물이 제철인듯 가을걷이를 해야겠다.

태풍도 준비하자.
추분이다 ~
It's the autumnal equinox day

시월에 시원하게 시작하는 시간여행.
시대명주(是大明呪)



힘차고 활기찬 말처럼... 히히힝~
호접처럼 훨훨훨 ~



백악산 정상에서 한양과 서울을 만나다.

청운동과 부암동을 가르는 고갯마루 정점에 우뚝 선 창의문이 있다. 자하계곡에 있어 자하문이라 부른다. 한양도성의 북소문으로 장의사 사찰이 장의동에 있어 장의문으로도 불렀다. 북소문이지만 대문의 역할을 하였다. 반정에 성공하여 창의문이 개선문인 셈이다. 이후 도성방어를 정비하며 한양도성과 한강아래 남한산성을 수축한다. 또한 삼각산 아래 북한산성과 탕춘대성을 쌓아 창의문 밖 방어체제를 구축한다. 백악마루에 올라 도성 안을 바라보면 인왕산 성곽을 돌아 돈의문까지 한양 서쪽을 품고 있다. 궁과 궐을 따라 종묘와 사직단이 한눈에 펼쳐진다. 빌딩과 빌딩 숲 사이로 600여 년 한양과 서울이 보인다.

밤사이에 된서리가 내린다.
인왕산과 백악산 사이 창의문에도 노랗고 빨갛게 단풍이 든다.

24절기 18번째 상강이다.
한로와 입동 사이.
산야는 물들고, 들 동물들은 동면을 준비한다.

첫 서리 맞은 뽕잎차가 그립다.
고구마, 생강차도 제철이다.

멋진 날씨,
국화가 우아하게 상강을 즐긴다.


비님 오시는 봄날
백악산과 인왕산이 만나는 곳.
창의문에도 노란 개나리가 비를 머금고 창의문과 백악마루를 지킨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구름 속에 산은 걸려 있고,
꽃이 피고 꽃이 져도 봄은 말없이 보고만 있다.

이 비 그치면...
한양도성 안과 밖에도
화창한 봄날이 온다.


밤새 비를 흠뻑 먹고
피어난 호박꽃.
이 비 그치면
성곽길에 열매를 맺는다.
밤은 깊어가고
성곽길 불빛이 새롭다.
백악산과 인왕산 아래
창의문이 밤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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