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한강에서

<카오스의 별>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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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한 남자.
마포대교 중간쯤 다리 난간에 팔을 기대며, 한강을 멍하니 바라본다. 고개를 떨구고 저으며 다시 강을 바라보고 그러기를 몇 번, 그런데 갑자기 난간 위로 다리를 올린다. 순간 “아저씨 안돼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오히려 자극될까 봐 페달 소리를 크게 내어보고, 자전거 경보음을 여러 차례 울려본다. 그 남자는 난간에서 내려와 다시 고개를 떨구며 대교를 따라 어디론가 힘없이 걸어간다. 그가 가는 발걸음을 등 뒤로 지켜보다가 내가 그만 난간에 부딪혀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한강대교 강어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
쭈그리고 앉아 강을 쳐다본다. 신발을 벗고 한쪽 발을 강에 담갔다가 뺏다가를 계속 반복한다. 어떤 이의 신고로 경찰들이 와서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달래고 달래어 강어귀에서 끌어내어 보지만, 뿌리치고 다시 강가에 가서 쭈그리고 앉고, 다시 끌어내면 다시 뿌리치고.... 그러기를 계속 반복하다가 경찰들도 그냥 주저앉아 그녀와 같이 한강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런저런 대화를 시작한다. 착한 분들이다. 공권력보다는 인간애가 보이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결국, 그녀는 경찰관들의 손을 잡으며 강어귀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향한다.


한국 자살률 OECD 국가 중에서 8년째 1위라는 불명예,
그중 투신장소 1위인 마포대교.

가난했던 이가 가난의 고통을 알고,
소외당했던 이가 소외됨의 고통을 알며,
극단까지 결심하려 했던 이가 그 극한의 고통을 알 것이다.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어 버리기 위해 캠페인에만 급급했던 우리의 현실,
정작 필요한 건....
그들을 위한 열린 귀와
그들을 위한 뜨거운 눈물과
그들을 위한 진심 어린 포옹과
사랑과 관심 그리고
살 수 있게 인도할 수 있는 신중하고 실제적인 대화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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