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제자리>
“그가 날 떠났다. 죽고 싶었다.
이미 머릿속으로
내 장례식을 상상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남들 눈에 띄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전부 버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잘못 나온 사진들, 고등학교 동창들의
편지, 낡은 속옷, 일기장(…).
그래서 이런 것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버리다 보니
갑자기 심경에 변화가 찾아왔다.
슬픔 대신 만족감이 느껴진 것이다.
정말 만족스러웠다!
실제로 버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유루리 마이,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현재에 별 의미도 없는 옛날 물건을 가지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번잡스러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건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본다. 하지만 물건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처음에는 상지를 구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그 안에 넣고 몇 달간 보관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그 물건들을 다시 보면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상자를 마련하는 것은 돈도 얼마 들지 않고 물건에 대해 생각할 시간도 얻게 된다.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물건과 잠시 이별의 인사를 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그 다음에는 버리는 것은 낭비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필요가 없어지고 거추장스럽기만 해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을 생각하면서 정신을 어지럽히는 것이 진짜 낭비다.
쓸모도 없는 물건인데 곰팡이가 피지 않게, 쥐가 갉아먹지 않게, 없어지지 않게 신경을 쓰는 일이 낭비다. 뿐만 아니라 필요 없는 것을 붙잡고 있다 보면 쓸데없이 돈도 들여야 한다(공간 임대료, 토지세, 보험, 도난방지 경보 등).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갖고 살면 가볍고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이를 깨닫게 되면 점점 버리는 일이 쉬워진다. 마법과도 같은 일이 펼쳐진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자, 해당 물건이 필요한지 아닌지 알 수 있는 확실한 테스트가 있다. 쓸모 있을까 생각했을 때 머뭇거린다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다.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라면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