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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13. 2018

01. 침묵도 서비스가 된다.

<장정빈의 서비스 그레잇>



일본 로손 편의점은 커피를 판매하는데, 다른 경쟁 업소와는 달리 커피 전담 직원을 별도 배치하고 있다. 고객이 커피를 주문하면 35초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을 직원이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객이 좋아하는 커피, 거주지 등등 많은 정보를 듣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고객 관리를 한 결과 월매출이 1.5배~2배 상승했다.
  
실제로 대화는 고객의 브랜드 기억율을 매우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친밀한 고객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대화가 핵심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오히려 대화 서비스와는 달리 ‘무언(無言) 접객 서비스(침묵 서비스)’ 도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매장에는 두 종류의 쇼핑 바구니가 있다. 두 종류의 바구니에는 각기 ‘혼자 볼게요’, ‘도움이 필요해요’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고객이 ‘혼자 볼게요’ 바구니를 들면 점원은 다가가 말을 걸지 않는다. 반면에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적힌 바구니를 들면 고객에게 다가가 제품을 추천하거나 피부 진단 등의 상담을 해준다.
 


고객이 선택에 따라 점원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혼자 쇼핑할 수 있는 이니스프리 매장의 쇼핑 바구니. 일종의 침묵 서비스다.


일본의 의류 브랜드 ‘어반 리서치’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쇼핑을 하는 동안 직원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로 표현되는 쇼핑백을 매장 입구에 비치해 놓고 있다.
  
서울대학교 소비 트렌드 분석 센터는 최근 ‘사람과의 접촉(Contact)을 지운다’는 의미로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를 만든 바 있다.
  

이런 침묵 서비스는 왜 생겼을까?

첫 번째는 메시지나 SNS 등으로 사람과 관계를 맺고 대화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타인과 직접 대화하며 갈등을 풀어 가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의 시각이 변했다는 점이다.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추구하는 한국에서는 과잉 친절과 갑질 논란이 이어져 왔다. 더 친절하고 더 돈을 낸다는 이유만으로 구매자는 ‘갑’이, 판매자는 ‘을’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서비스가 갑을 관계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합리적인 공생 관계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최근 감정 노동이 이슈가 되면서 ‘침묵 서비스’가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훨씬 큰 서비스업 특성을 고려해 갈등이 생길 상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은 절대 똑같지 않다. 소비자의 욕구가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따라서 성격유형이나 상황에 따라 응대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어느 시점에서 접촉하고, 어떻게 ‘언택트’ 하느냐를 판단하는 것도 훌륭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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