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Mar 14. 2018

04. 말투를 바꾸면 설득력이 달라진다.

<장정빈의 서비스 그레잇>



언제 또 오시겠어요.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일식집에 간 적이 있다. 손님이 식당을 지정했는데 그분이나 나나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고 출입문을 나서는데 20대의 젊은 여종업원이 문을 나서는 우리를 배웅하며 매우 친근한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언제 또 오시겠어요?”

보통 손님을 배웅하는 인사말은 평범하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십시오”, “맛있게 드셨습니까?” 정도인데, 그 기막힌(?) 말 한마디가 나의 귓속을 강하게 파고들었다. 나는 돌아서서 종업원에게 그런 인사말을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다. 내가 정색을 하고 물으니 종업원이 좀 당황해했다. “제가 잘못한 일이라도…?”

나는 웃으며 인사말이 참 좋았다고 대답했다. 그 짧은 인사말 한마디로 나는 그 식당의 단골이 됐다.



지인이기도 한 창의 경영 연구소 조관일 소장님의 경험담이다. 이 종업원은 말투를 살짝 바꿔 단번에 단골을 만들었다.
  
이른바 ‘노쇼(No-Show)’ 행위가 최근까지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노쇼’란 말 그대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예약 부도’라고 하며, 식당이나 호텔에 고객이 예약을 해 놓고도 그 날짜에 아무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노쇼로 발생하는 매출 손실이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이해 할만하다.
  
미국도 예전에는 노쇼 고객 때문에 머리가 아팠던 모양이다. 1998년 미국 시카고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한 고든 싱클레어 씨의 레스토랑은 예약 부도율이 30퍼센트가 넘었다. 그러다가 예약 전화를 받는 직원의 멘트를 살짝 바꾸어서 예약 부도율을 크게 낮췄다. 처음엔 종업원이 예약을 받을 때 “취소하실 일이 생기면 전화 주세요”라고 부탁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싱클레어 씨는 종업원들에게 “전화 주세요”라는 부탁 대신에 “못 오실 경우 전화를 주시겠습니까?(Would you Please…?)”라는 질문 형식으로 부드럽게 말하도록 했다. 예약 손님의 답변을 이끌어 내는 이 질문에 대부분의 손님은 당연히 “예”라고 대답했다.
  
이 간단한 말 한마디 때문에 한 달 뒤 레스토랑의 예약 부도율이 10퍼센트대로 내려갔다. 고객은 “예”라고 대답하면서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왕 내친김에 노쇼를 예방하는 ‘더 좋은 해답’을 알아보자. 영국의 강연자이자 컨설턴트인 스티브 마틴(Steve Martin)은 예약 부도율을 낮출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연구했다. 마틴의 연구팀은 ‘행동 몰입’이라는 개념을 활용했다. 행동 몰입이란 사람들이 직접 행동하게 하여 관여도를 높이는 걸 말한다. 이들은 외과 병원을 등을 대상으로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 행동 몰입을 구분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첫 번째 그룹 환자에게는 예약 번호를 알려주고 기억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예약 번호가 ‘1198’이라면 “선생님의 예약 번호는 1198번입니다. 꼭 기억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 그룹 환자에게는 예약 내용을 말로 따라 하게 했다. 예를 들면, “선생님의 외과 진료 예약은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시입니다. 따라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세 번째 그룹 환자에게는 진료 예약 내용을 직접 쓰게 했다. 예약을 확인하는 맨 마지막 순간에 “예약 내용을 종이에 메모하여 주시겠습니까?”라며 글로 쓰도록 요청한 것이다.
  
실험 결과 4자릿수의 예약 번호를 알려준 첫 번째 그룹은 오히려 실험 전 6개월 평균과 대비해 1.1퍼센트가 증가했다. 말로 예약 내용을 따라하게 한두 번째 그룹은 예약 부도율이 3.5퍼센트 줄었다. 글로 예약 내용을 직접 쓰게 한 세 번째 그룹은 예약 부도율이 18퍼센트나 감소하였다.
  
글로 쓰게 한 세 번째 그룹에서 훨씬 큰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 이유는 글로 쓰는 것이 더 강력한 행동 몰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03. 더 좋은 서비스의 체크 포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