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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0. 2018

02. 걱정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

<교양인을 위한 고전 리더십>



진소왕이나 범저는 신분이나 상황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상황이 간절하고 절박했다. 간절함과 절박함의 바탕에는 불안감이 있다. 불안감은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럼 범저와 진소왕은 무엇이 간절하고 절박했을까? 무엇이 그들을 불안하게 했을까?

먼저 범저를 보자. 그는 가난했다. 그래서 성공이 간절했다. 아울러 자신을 모함해 죽이려던 수가와 왕제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컸을 것이다. 합종설로 6개 나라의 재상이 된 소진은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선비로서 머리를 숙여가며 학문을 하고도 벼슬과 영화를 얻을 수 없다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은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 한 몸 부귀하면 친척도 우러러 보지만 비천해지면 업신여기는데 하물며 남이라면 어떻겠는가!” 
  
당시 성공이 선비들에게 얼마나 간절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범저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처했다. 당신이 그런 처지라고 가정해보자. 세상 부조리와 자신의 박복함을 한탄하며 자포자기할 것인가 아니면 그 위기에서 벗어나 다음 기회를 엿보겠는가? 역사에 이름을 남긴 리더들은 그런 순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쉽게 포기하지도 타협하지도 않았다.

절박함은 꿈이 있어 생긴다. 생각해보라. 이룰 목표가 없는데 간절하고 절박할 이유가 있겠는가? 꿈이 있는 사람에게만 그것을 달성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과 실패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멸시당하지 않으려는 욕구, 남들보다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아직 부족하다는 결핍,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초조감이 성공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진소왕의 절박함과 간절함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무엇이 불안했을까? 진소왕이 불안했던 이유는 외삼촌 양후 때문이었다. 범저가 진소왕을 설득하는 장면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양후는 대왕의 중요한 권력을 장악해 마음대로 사신을 보내 제후들을 다루고 천하의 땅을 나누어 사람을 봉하고 적을 무찌르고 나라를 치는 등 진나라 국사를 전횡하고 있습니다. 싸움에서 이기면 그 이익을 자신의 봉읍인 도 땅 소유로 만들고 싸움에서 패하면 백성들을 원망하며 다른 나라에 그 화를 돌립니다. 
  
▶지금 진나라에서는 지방 수령을 비롯한 모든 높은 벼슬아치부터 왕 좌우의 신하들까지 상국 양후의 측근이 아닌 자가 없습니다. 신이 보건대 대왕께서는 조정에서 철저히 고립되어 있습니다. 신은 만세 후 진나라를 통치할 사람이 대왕의 자손이 아닐 수도 있음을 두려워합니다. 
  
양후는 소왕의 외삼촌으로서 권력을 장악하고 마음대로 사신을 보내 제후들을 다루고 천하의 땅을 나누어 사람을 봉하고 적을 무찌르고 나라를 치는 등 진나라 국사를 제멋대로 전횡하고 있었다. 외교권과 인사권을 주무르며 왕보다 큰 권력을 갖고 있으니 소왕은 권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왕권강화가 절실했다.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현재의 불안감은 절박함으로 바뀌고 사람에게 행동 변화를 유도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게 만든다.

마음이 편한 사람은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 늦잠이나 자고 할 일이 있어도 잠이 잘 오고 상황을 항상 안이하게 해석해 ‘설마 어떻게 되겠지’라고 안주한다. 스트레스가 없으니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리더들은 그렇지 않았다. 항상 결핍에 시달렸고 수모를 당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꿈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한 절박감은 강력한 동기가 되었다. 

심리학자 줄리 K. 노럼(Julie K. Norem)은 자신의 저서 「걱정 많은 사람이 잘되는 이유」에서 비관적 사고방식의 긍정적인 효과를 다루었다. 그는 걱정이 많은 사람들을 ‘방어적 비관주의자’라고 불렀는데 그들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불안감을 느끼며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상황을 상상한다. 그들은 불안감으로부터 동기를 부여받는다. 일단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면 그 상황을 피하려는 동기가 생기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모든 사항을 치밀히 준비해 자신이 상황을 장악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그들의 자신감은 앞으로 겪을 어려움에 대한 무지나 환상에서 솟아나오지 않고 현실적인 평가와 철두철미한 계획에서 나온다. 


불리한 상황을 일부러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원치 않지만 상황이 사람을 절박함으로 내몰 때가 많다. 결핍이 그렇다. 결핍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부족해야만 간절함이 생긴다. 어려움에 처해 절박함을 느껴야만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낸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만큼 절박해야만 필사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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