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을 위한 고전 리더십>
부정적인 변화의 시기, 즉 부정적인 일은 부정적인 생각을 몰고 온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는다. 위기의 순간 상반된 결과를 가져온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월나라 구천왕이다. 그는 수많은 굴욕을 당하고 나서 반성을 하고 준비하여 결국 오나라를 멸했다. 그는 걸출한 신하도 있었고 부차의 오만이 한몫 거들었고 때마침 자공의 아이디어를 쓸 행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감이 있어 치욕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실패를 견디고 반성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 자신감이 없었다면 이런 순간을 견디고 복수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항우는 부정적인 변화의 시기가 닥치자 자결하고 말았다. 자살은 도전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있다면 자살할 이유가 없다. 항우에게 자신감이 없다니? 그의 자신감은 오만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부차의 경우와 같다. 「사기」 〈항우본기〉에서 항우의 마지막을 들여다보자.
항왕(항우)의 군대는 해하에 방어벽을 구축했는데 군사 수는 적고 양식은 모두 떨어지고 한의 군대와 제후 병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 밤이 되자 한의 군대 사방에서 초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항왕이 깜짝 놀라며 “한이 초를 이미 손에 넣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밤중에 항왕이 일어나 군막에서 술을 마셨다. 항왕은 ‘우’라는 미인을 예뻐해 항상 데리고 다녔고, 항상 ‘추’라는 준마를 타고 다녔다. 이윽고 항왕은 복받쳐 오르는 비통한 심정으로 시를 지었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고도 남건만
때가 불리하고 추도 달리려고 하지 않는구나!
추가 달리려고 하지 않으니 어찌할까!
우여, 우여! 그대는 또 어찌할까!
몇 번이나 노래를 부르니 미인도 이에 화답했다. 항왕이 눈물을 흘리며 울자 좌우 모두 눈물을 흘리며 차마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러고는 항왕이 곧바로 말에 올라타니 휘하 장사들 중 말을 타고 따르는 자가 800명이 넘었다. 그날 밤 그들은 포위를 뚫고 남쪽으로 내달렸다. 날이 밝고서야 이 사실을 안 한의 군대는 기장 관영에서 기병 5,000기를 이끌고 뒤쫓았다. 항왕이 회수를 건널 무렵 그를 따르는 기병은 100여 기에 지나지 않았다.
항왕은 음릉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 한 농부에게 물으니 “왼쪽으로 가십시오.”라고 거짓말했다. 왼쪽으로 갔더니 큰 늪에 빠졌고 한이 그 틈에 바짝 뒤쫓아오게 되었다. 항왕이 다시 병사를 이끌고 동쪽으로 가 도성에 이르니 겨우 28기만 남아 있었다. 뒤쫓아 오는 한의 기병 수는 수천 기에 달했다. 항왕은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기병들에게 말했다.
“내가 군사를 일으킨 지 8년째다. 몸소 70여 차례 전투를 치렀다. 맞선 자는 격파하고 공격한 자에게는 항복을 받으면서 패배를 몰랐기에 마침내 천하를 제패했다. 그러나 지금 갑자기 이곳에서 곤경에 처했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못한 죄가 아니다. 정녕 오늘 죽기를 각오하고 그대들을 위해 통쾌하게 싸워 반드시 3번 승리함으로써 포위망을 뚫고 적장의 목을 베고 깃발을 쓰러뜨릴 것이다. 그리하여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못한 죄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대들이 알게 하겠노라.”
항왕은 곧 기병을 4개 부대로 나누어 사방으로 돌진시켰다. 한의 군대가 겹겹이 포위했다. 항왕이 기병에게 “내가 그대들을 위해 저 장수를 베리라”라고 말하고 기병들에게 사방으로 말을 달려 내려가 산 동쪽 세 지점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이어 항왕은 함성을 지르며 말을 아래로 몰아 달려가니 한의 군대는 엎어지고 쓰러졌다. 마침내 한의 장수 한 명을 베었다. 이때 적천후가 기장이 되어 항왕을 뒤쫓았는데 항왕이 눈을 부라리며 꾸짖으니 적천후의 사람과 말이 모두 놀라 몇 리 밖으로 줄행랑쳤다. 항왕은 세 지점에서 기병들과 만났다.
항왕이 간 곳을 놓친 한의 군대는 군을 셋으로 나누어 다시 항왕을 포위했다. 항왕이 말을 달려 다시 한의 도위 하나를 베고 수백 명을 죽였다. 그러고는 다시 기병을 모으니 단 두 명이 죽었을 뿐이었다. 이에 기병들에게 “어떠냐”라고 묻자 기병들이 모두 엎드려 “대왕의 말씀대로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항왕은 동쪽으로 오강을 건너려고 시도했다. 오강의 정장이 배를 강 언덕에 대고 기다리다가 항왕에게 “강동은 작지만 땅이 사방 천리요, 백성 수가 수십만이니 왕이 되시기에 충분한 곳입니다. 원하건대 대왕께서는 서둘러 건너십시오. 지금 저에게만 배가 있으니 한의 군대가 오더라도 건널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항왕은 웃으며 말했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데 내가 건너 무엇하겠는가! 게다가 강동의 젊은이 8천 명이 나와 함께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갔다가 지금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 설령 강동의 부형들이 나를 불쌍히 여겨 왕으로 삼은들 무슨 면목으로 그들을 대하겠는가?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이 항적의 마음은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고는 정장에게 “그대가 장자라는 것을 안다. 내가 이 말을 5년 동안이나 탔는데 당해낸 적이 없었다. 하루에 천리를 달렸다. 녀석을 차마 죽일 수 없으니 그대에게 주겠다.”라고 말했다. 곧 기병들에게 말에서 내려 걷게 하고 짧은 무기만 들고 싸우게 했다. 항적 혼자 한나라 군사 수백 명을 죽였다. 항왕도 열 군데 이상 부상을 당했다.
항왕이 한의 기사 여마동을 돌아보며 “네 놈은 예전의 내 부하가 아니더냐”라고 묻자 여마동이 정면으로 항왕을 바라보더니 왕예에게 “이 자가 바로 항왕입니다.”라고 지목했다. 그러자 항왕은 “듣자하니 내 머리에 천금과 읍 1만 호가 걸려 있다고 하니 내가 너를 위해 덕을 베풀겠다.”라고 말한 후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사마천은 항우를 이렇게 평가했다.
자신의 전공을 자랑하고 사사로운 지혜만 앞세워 옛것을 배우지 못했다. 패왕의 대업이라며 천하를 힘으로 정복하고 경영하려고 하니 5년 만에 나라를 망치고 몸은 동성에서 죽으면서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자신을 책망할 줄 몰랐으니 이것이 잘못이다. 그런데도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못한 죄가 아니다’라며 핑계를 댔으니 어찌 황당하지 않은가?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다’라는 말은 운이 없다는 말 아닌가? 부정적인 변화의 시기가 닥치면 이렇게 운을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도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꼭 운이 없다며 푸념한다. 이것이야말로 ‘깨닫지 못하고 자신을 책망할 줄 모르는’ 처사다. 오만이다. 자신감은 무엇인가? 자신의 능력을 믿는 것이다. 실패나 좌절 따위로 나락에 떨어져 있지만 자신에게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감을 찾으려면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이나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나는 못해’, ‘내 주제에’처럼 자신을 비하하거나 ‘내가 뭘 하겠어’ 같은 부정적인 질문은 얼마 안 남은 자신감마저 깡그리 긁어버린다. 마음속에서 자신감이 사라지는 순간에도 ‘의도적’으로 자신감을 불어넣는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신 있게 행동해야 한다. 의도적인 자기암시는 생각보다 강한 영향력이 있다. 의도적이라는 말은 사실 그렇지 않지만 일부러 그렇게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