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시프트>
이직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 전망 좋은 직업을 택해 전직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직급이 올라갈수록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문제다. 하지만 생각을 이동하기는 쉽지만 몸을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무조건 경력을 쌓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이동시키는 게 중요하다. 운전을 할 때도 갑작스럽게 핸들을 틀면 차가 뒤집힐 수 있다.
얼마 전에 상담 받은 김 팀장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오프라인에 있다 보니 기술을 다 까먹고 8년간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김 팀장이 털어놓은 한마디였다. 그는 전문대 정보통신 분야를 전공한 뒤 8년간 기업의 IT 솔루션 판매 부서에서 주로 여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교육을 담당했다. 그는 자신의 전문기술 분야에 대해 공부할 시간도 없고 학력 콤플렉스도 있고 해서 야간대학에 편입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8년간의 경력도 있고 해서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번번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력에 대한 잘못된 관점부터 수정해야 했다. 김 팀장은 자신을 ‘8년 동안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한 엔지니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경력에서 중요한 것은 직업, 분야, 영역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커리어 코칭은 크게 진단, 발견, 실행이라는 3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맨 처음 진행되는 커리어 진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진단 목적은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므로 어떤 유형에 끼어 맞추는 진단을 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엑스레이를 찍었어도 병에 대해 다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에 따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
김 팀장의 경우 간단한 커리어맵(careermap)을 그려보면, 정보통신 전공 졸업 → 8년간 기술 콜센터 근무 → 각종 CS 교육 수료 등으로 연결된다. 그는 무릎을 치면서 자신이 ‘IT 전문가’에서 ‘서비스 관리자’로 이동한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큰 발견이고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제 경력 목표를 이동해서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큰 문제들은 자신에 대한 잘못된 관점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 내가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헤매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한다. ‘내 직업은 무엇인가?’, ‘내 전문 분야는 무엇인가?’, ‘내 영역은 어디인가?’ 등등 질문하지 않으면 미래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 김 팀장은 자꾸 과거로 회귀하려는 마음부터 버려야 했다.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퇴행이 아니라 진행이다. 자신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을 때 원하는 방향으로 경력을 이동시킬 수 있다.
성공하는 경력을 쌓는 3가지 방법
다음에 제시한 ‘성공하는 경력을 쌓는 3가지 방법’을 하나하나 습득해나간다면 당신은 성공적인 커리어맨,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첫째, 자신의 직업을 정의하라.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며,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한 뒤 자신의 일을 정의해봐야 한다. 일에 대한 정의는 목표를 명확하게 만들어주고 실현 가능하게 해준다.
둘째, 자신의 분야를 선택하라.
자신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어느 분야에 속해 있는지 떠올려보라. 그들과는 계속해서 눈을 맞추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다. 분야를 옮길 때는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다.
셋째, 자신의 영역을 파고들어라.
피겨 스케이팅=김연아, 축구 선수=박지성 등과 같이 자신의 영역이 있다는 것은 경쟁력이 있다는 말이다. 경쟁력 있는 스페셜 영역을 찾아야 발전한다.
회사를 옮기거나 직업을 바꿀 때 주의해야 할 점
누구든 회사를 옮기거나 직업을 바꿀 때가 있다. 방송인이 청와대 대변인이 되는 것은 이슈가 되지 않는다. 그런 커리어 패스의 이동은 흔히 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 방송국 앵커가 사표도 내지 않고 청와대 신임 대변인 내정자로 기자들 앞에 섰다고 한다. 이에 방송국 후배들이 나서서 그 선배를 비난했다. 그 이유는 뭘까?
경력 전환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직업과 분야를 모두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방송인이 사업가로 이동한 경우다. 정미홍(KBS 출신)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만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경력을 인정받기 힘들다.
두 번째는 분야는 바꾸지 않고 직무만 옮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방송 분야에서 기자가 앵커로 이동한 경우다.
세 번째는 분야는 옮기고, 직무를 바꾸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방송 분야에서 정치 분야로 이동한 경우다. 이윤성(KBS 앵커 출신), 정동영(MBC 앵커 출신), 맹형규(SBS 앵커 출신), 민경욱(KBS 앵커 출신) 등 사례가 많다. 하지만 강용석(국회의원 출신)처럼 정치인이 방송인이 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렇게 분야를 옮길 때는 하는 일이 비슷하더라도 인수인계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 된다. 직업 전문가 네이선 아즈린은 이렇게 비유한다. “채용 과정은 차 한 대를 새로 살 것인가의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과정과 같다. 사람을 채용하는 일도 남녀가 선을 볼 때처럼 상대를 잘못 고르게 될까봐 잔뜩 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그마한 실수도 크게 부각될 수 있다. 업무 인수인계 등 이전 직장과의 관계 정리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회사를 옮기고 분야를 옮기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커리어 측면에서 큰 실수를 했다면 실수를 인정해야 더 크게 될 수 있다. 정치에 뜻을 품었다면 더욱더 방송인으로서 책임감과 의무도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전직 방송인으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아무리 급해도 분야를 옮길 때는 이전 직장에서 깔끔하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줘야 레퍼런스가 좋아진다. 레퍼런스는 채용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상식적인 예의에서 보더라도 답은 하나다. 업무 인수인계는 커리어 관리의 기본이다. 옛 애인을 정리하지도 않고 결혼을 한다면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경력을 이동시킬 때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보자.
1. 분야나 직업을 바꾸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2. 전 직장에서 업무 인수인계 등 마무리를 깔끔하게 했는가?
3. 옮기려는 분야나 직업에서 10년 후의 내 모습은?
경력 탈선을 주의하라! 경력 브레이크를 밟자.
성장하고 있는 사람일수록 주위에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유의하라. 자신보다 잘나가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인간은 시기심을 갖기 마련이다.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시기심이다. 작은 실수로도 지위와 명예를 날릴 수 있다. 경력에서 이탈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독단성, 과시욕, 무자비함 등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오랫동안 학습되어온 것이다. 세계적인 리더십 기관 CCL(The Centre for Creative Leadership)은 1983년부터 ‘경력 탈선(career derailment)’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이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야심찬 임원 중 절반이 실패한다. 해고당하거나, 강등당하거나, 승진이 중단된다. 그들은 대부분 정상을 향해 고속 승진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실패하는 주요 요인 두 가지는 변화 혹은 부적응과 대인관계에서 오는 문제점이다. 다른 연구기관에서도 야심가들의 상승 행진이 갑자기 파멸로 반전되어 심리적 충격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조사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야심가의 강점으로 인식되던 요소가 오히려 몰락의 원인이 된 경우가 많았다. 초기에는 긍정적인 요소로 보였던 경력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경력이 막 성장할 때는 의도적으로라도 브레이크를 밝아줘야 한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경력 브레이크’라 볼 수 있다. 순식간의 큰 성장은 사고를 치기도 한다. 전인적인 성장은 느리면서도 꾸준하게 정도를 갈 때 온다. 이 사실을 잊지 말자! 인생은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 경력 탈선을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