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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7. 2018

03. 정부 정책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모두가 주식을 살 필요는 없지만, 누구나 살 집은 필요하다.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거주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어쨌거나 집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사회든 집값은 굉장히 민감하다. 누구에게는 전 재산이 걸려 있고, 누구에게는 주거 안정성이 걸려 있다. 집값의 변화에 따라 민심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어느 정부든 안정적인 시장 관리를 위해 갖은 애를 쓴다.

만약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데 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버블이 커진 만큼 버블 붕괴의 고통도 엄청날 것이다. 반대로 집값이 폭락하는 것을 방관하면 중산층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대출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급증하여 은행까지 휘청거릴 수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률만큼만 안정적으로 오를 수 있도록 주택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국가의 주 수입원인 세금을 걷는 일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살 때는 취득세, 보유할 때는 재산세, 팔 때는 양도소득세 등을 세금으로 내는데 이런 세금이 잘 걷히지 않는다면 국가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 건설 경기가 GDP 성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막대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으로 올라야 자산 효과로 인해 소비도 늘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정부도 부동산 시장을 죽이려고 정책을 펴는 경우는 없다. 안 좋으면 부양책으로 살리고, 너무 뜨거우면 규제책을 강화해서 열기를 식힌다. 부양책이든 규제책이든 주로 세금과 대출 정책에 변화를 주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 대출을 쉽게 해주거나 양도소득세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집을 구입하라는 신호를 주고, 부동산 시장이 뜨거우면 양도소득세 중과세나 대출을 조이는 방식으로 수요를 억제한다.

시기와 정도에 따라 바로 먹히는 정책도 있고 시간이 좀 걸리는 정책도 있지만 결국 정부의 각종 정책은 분명 부동산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영향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정부 정책이라 할지라도 시장의 큰 흐름을 마음대로 좌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래의 [정부 정책과 전국 매매·전세 누적 증감률]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듯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규제와 완화를 오간다. 1997년 IMF 이후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완화정책이 펼쳐졌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면 본격적인 규제정책을 펼쳤다. 2003년 10.29 주택시장안정종합대책이 대표적인 예다.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투기 지역 LTV 40% 강화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당시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분명한 건 온갖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의 대세 상승 흐름을 막진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과 전국 매매·전세 누적 증감률

데이터 출처 : KB 부동산


정부 정책과 서울의 매매·전세 누적 증감률

데이터 출처 : KB 부동산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역시 양도세 중과 정책이 핵심이다. 뜨거운 시장을 식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 효과가 계속 이어지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부동산 규제는 주로 서울 지역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 및 전세가의 흐름을 따로 볼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과 서울 매매·전세 누적 증감률] 차트를 보면 서울 역시 본격적인 규제정책이 펼쳐지면 잠시 주춤하다가 이후 엄청난 급등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일단 지금으로선 2005~2008년대에 나왔던 흐름과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이 상승 폭은 좁힐 수 있겠지만 상승하는 큰 흐름까지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서 봐야 할 건 금융위기가 끝난 2009년부터 매매가의 흐름이 전국 평균과 서울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전국 평균을 보면 2017년 12월 기준 매매가는 2009년 1월 대비 27.3%가 상승했지만, 서울은 11% 상승해 이제 겨우 전고점을 넘은 정도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사람은 억울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비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30~70% 이상 오를 때는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다가 서울 및 수도권이 조금 움직이니 투기 지역으로 지정해서 규제를 하니 말이다. 특히 이제 겨우 2008년의 가격을 회복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서울 및 수도권이야말로 버블이 없다. 그러니 상승 동력이 더 큰 것이고, 정부 역시 그것을 알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규제정책을 펼쳤을 것이다.

조금 더 정교하게 부동산 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긴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2000년대 초중반에 엄청난 규제정책이 없었으면 부동산 가격이 훨씬 더 많이 올랐을 것이고, 그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 때의 타격도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지금 역시 시중에 유동성이 막대하게 풀렸고 대중의 마음속에 탐욕이 생길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정부가 아무런 규제 없이 손 놓고 있다면 엄청난 폭등을 할 텐데, 본질적인 가치를 크게 벗어난 폭등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버블이 큰 만큼 위기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부에서는 각종 규제정책으로 적절히 브레이크를 잡아줘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을 투기 수요로 단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중반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확대 때문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자산 시장이 다 같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 시기에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투기 수요만으로 돌리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어쨌건 정부 정책이 주는 신호는 비교적 분명하다. 다주택자는 주택을 내놓든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는 것이고,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라는 것이다. 물론 실제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매수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의 의도대로 쉽게 되지 않는다고 불만이 많을 것이다. 예를 들어 실수요 심리도 함께 얼어붙어 팔고 싶어도 못 파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분양을 받고 싶어도 소득이 높아 자격이 안 되는 실수요자도 많을 것이다. 소득이 낮은 사람이 비싼 집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외벌이 신혼부부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에 따른 효과를 지켜보고 세심한 후속 대책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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