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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r 28. 2018

05. 부모님 용돈이 아닌 ‘용도자금’ 준비가 먼저다.

<가정경제 재구성>



나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부모님의 노후를 들여다보십시오. 삶의 자리가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를지라도 부모님의 현재가 코앞에 닥친 나의 미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님의 노후를 보살펴드리며 곧 닥칠 나의 노후를 준비하는 기반으로 삼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녀들에게도 산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부모님께 매달 돈을 드리는데, 그건 용돈인가요, 생활비인가요?” 요즘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용돈을 드리면서도 구체적인 ‘용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께서 현재 소득이 없다면 생활비로 쓰시겠지만, 근로나 임대 소득이 있다면 용돈 정도로 쓰실 겁니다. 부모님의 노후를 길게 봐야 하고, 자녀의 양육과 결혼 등으로 인해 ‘쓸돈’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용도를 정해 부모님을 제대로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가족 간의 재무 대화를 통해 부모님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재정 설계를 해야 합니다. 용돈은 일상생활에서 쓰일 돈이지만 ‘용도자금’은 미래 부모님이 겪으실 생활의 어려움이나 위험을 대비해 자녀들이 돈을 모아 준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날 평균 수명이 82세라지만, 현재 60세 여성의 평균 기대 수명은 88세입니다. 오래 사시는 것이 축복이 되도록 자녀들도 현명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부모님을 위한 용도자금에서 가장 염두에 둘 것은 ‘노후의료비’입니다. 예기치 못하게 부모님이 중병에 걸리실 경우 막대한 의료비가 들어 자녀 가정이 큰 부담을 지는 일이 많습니다. 비교적 건강하시다면 실손의료보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민의료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후 의료비가 이전보다 4.4배나 많이 든다고 합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의료비가 실비로 보장되는 실손보험을 우선 준비해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 부담한 의료비의 일부를 돌려받는 보험입니다. 65세 이하의 경우 입원의료비 5천만 원 한도 안에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노후실손의료보험의 경우 75세 이하까지 가입이 가능합니다(일부 회사는 80세까지 가입). 노후실손의료보험은 일반 실손보험에 비해 자기부담금(공제 금액)이 높아 보험료가 저렴합니다. 50대는 2만 원대, 60대는 3만 원대, 70대는 4만 원 전후로 생각보다 저렴하죠. 이는 1년마다 갱신되는 상품으로, 나이가 들수록 보험료가 인상되지만, 형제자매와 함께 ‘용도자금’으로 비용을 분담하면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혈압, 퇴행성관절염 등 지병이 있거나 약을 복용 중이라도 가입이 가능합니다. 묻고 따지지 않고 가입하는 사망보험보다 여러 회사에 ‘묻고 따져서’ 제대로 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하고 나니 지방에 계신 엄마가 너무 걱정되네요. 엄마의 노후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회사원 김지현 씨는 혼자 계신 어머니가 너무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어머니 이름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매달 12만 원씩 붓고 있죠. 김지현 씨가 당시 55세였던 어머니의 월 보험료를 12만 원씩 10년간 납부하면 어머니는 65세부터 매달 18만 5,000원씩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금액을 올려주면 어머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지급이 되고요. 국민연금은 부모님의 노후를 준비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김지현 씨처럼 어머니를 위해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임의 가입’이라고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소득이 있어서 가입하는 의무 가입자가 아닌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부모님의 연세가 만 60세가 되기 전까지 가입이 가능합니다. 만약 부모님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이 전혀 없다면 가입한 시점부터 10년 동안 빠짐없이 납부해야 합니다.
  
최소 월 89,100원으로 가입하면 12년 뒤 생일 달부터 약 20만 원씩 평생 받을 수 있습니다. 연금은 납입 기간이 길수록, 보험료가 많을수록 나중에 받을 연금액이 올라갑니다. 국민연금은 물가가 오르면 오른 만큼 더 받고 평생 받을 수 있으며,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득이 적고, 의무로 납입하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짧은 부모님은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으실 수 있기에 눈여겨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들이 적극 나서서 국민연금 콜센터에 전화하면, 부모님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하고, 자녀들이 문의해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국민연금을 내신 적이 있는지, 밀린 보험료가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혹시 중간에 사정이 어려워 밀린 금액이 있다면 한꺼번에 내는 것이 부담되겠죠? 그럴 때는 매달 나오는 보험료부터라도 차근차근 내고, 자녀들이 종잣돈을 모아 몇 회에 나누어 불입해도 됩니다.
  
고용 불안, 자녀교육비 증가 등 경제 현실이 참으로 어려워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님의 사정, 용돈의 형태, 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부모님께 지혜롭게 말씀드리세요. 현재 상황을 잘 말씀드리고, 자녀로서 진솔한 마음과 미래 용도자금에 대한 목표를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노후를 돈으로만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게라도 부모님의 노후를 위해 용도자금을 저축하는 자녀의 지혜로운 모습은 능동적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부모님에게 건강한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 역시 당장의 용돈에 기대기보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노후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래의 귀중한 용도를 위해 가족 간 역할을 지혜롭게 나누는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여 좋은 방법을 찾아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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