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Apr 12. 2018

03. 나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려면?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자녀나 후배,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나 대부분 갖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잘하는 것은 보려 하지 않고 잘못된 측면만 주목하는 경우가 있다. 뭐가 문제일까?


우선 롤모델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사전적인 정의상 롤모델은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직책이나 임무 따위의 본보기가 되는 대상이나 모범’이다. 이 롤모델은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앞의 사전적 정의는 말 그대로 긍정적 롤모델이다. 하지만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혹은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롤모델도 있다. 이른바 부정적 롤모델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상황이다. 긍정적 롤모델과 부정적 롤모델은 각기 더 효과적인 경우가 따로 있다. 이 두 경우는 한 인간의 두 가지 동기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이른바 접근과 회피 동기다.

인간의 욕구는 접근과 회피 두 동기로 양분된다. 접근 동기는 이른바 좋은 것을 가지거나 바라는 상태로 가고 싶은 ‘향상(promotion) 욕구’를 의미한다. 반면 회피 동기는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상태로부터 벗어나거나 그 상태를 막아내려고 하는 ‘예방(prevention) 욕구’를 뜻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접근 동기가 주된 상황에서는 긍정적 롤모델이, 회피 동기가 강조되는 상황에서는 부정적 롤모델이 사람의 마음을 더 강하게 움직인다.

프랑스 류미에흐 리옹 2대학의 루시아 보손(Lucia Bosone) 교수의 연구를 살펴보자.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을 읽게 했다. 절반의 사람들은 활력 증진이나 좋은 기분의 유지와 같이 긍정적 결과를 강조한 다이어트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춘 글을 읽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은 스트레스 감소 혹은 질병 예방과 같이 부정적 결과를 방지하기 위한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읽었다.

그 결과, 긍정적 결과에 기초한 접근 동기에 초점이 맞춰진 사람들은 좋은 다이어트 방법을 활용하는 긍정적 롤모델을 봤을 때 다이어트의 의지가 더 강해졌다. 이건 상식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부정적 결과를 회피하기 위한 동기가 자극된 사람들은 좋지 못한 다이어트 방법을 사용해 실패를 경험한 부정적 롤모델을 볼 때 더 강한 다이어트 의지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동기 상태와 롤모델의 긍정/부정 형태가 호환성을 가질 때 건강식을 먹을 의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활용하는 방법들에 있어서도 이 호환성은 중요하다. 긍정적 목표와 긍정적 롤모델이 매치된 사람들은 과일이나 야채를 가까이하는 행동(긍정적 행동)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부정적 결과를 회피하려는 마음으로 부정적 롤모델을 본 사람들은 소금이나 지방의 섭취(부정적 행동)를 자제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접근 동기-부정적 롤모델 혹은 회피 동기-긍정적 롤모델 식으로 자신의 동기 상태와 롤모델이 미스매치된 경우에는 어떤 방법이든 강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려는 경향이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 이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서두에서 꺼낸 의문을 풀어보자.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은데 왜 사람들은 나의 나쁜 점만 주목할까? 실제로 그렇다면 자신이 평소 회피 동기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았는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회피 동기가 강한 분위기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저러지 말아야지’하는 측면만 주로 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부정적인 롤모델이 더 주목받을 만한 상황을 자초해놓고는 자신의 좋은 측면을 봐주기를 바라는 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