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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Apr 25. 2018

01. 돈이 없을수록 경매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365 월세 통장>



물건값은 깎으면서
왜 아파트값은 안 깎는 걸까?

요즘은 인터넷으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을 한다. 품질만큼이나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렇다. 가습기 하나를 사려고 알아보는데 13만 원짜리를 결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비교해봤는지 모른다. 결국 만 원이나 할인해주는 쿠폰을 찾아내고서야 비로소 결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다. 

가습기 하나를 사는 데도 꼼꼼히 비교하고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하물며 집을 살 때는 어떨까? 나는 처음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고 경매에 대해 알게 되면서 가습기를 만 원이나 할인받아 사는 방법을 발견했을 때만큼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구나 알다시피 경매는 시세보다 아파트를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가성비로 따지면 최고인 셈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대체 왜 사람들은 경매로 집을 사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호황기에 미래 가치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부동산을 매수한다. 그런데 부동산 경매는 다르다. 매매 시장의 흐름에 ‘역행’해야 수익이 크게 발생한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일 때는 부동산 가치도 하락하면서 시세가 떨어지고 거래가 감소해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다. 이렇게 부동산이 일반 매매로 잘 안 팔릴 때는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내놓는 물건들이 경매 시장에 많이 나오면서 우량 물건의 수가 증가한다.

또 이상하게도 불황기에는 경매 시장의 입찰자도 호황기에 비해 줄어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경쟁률이 낮아지고 낙찰가 역시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1년 이상 지속되면 낙찰가의 하락 속도가 매매가의 하락 속도를 앞지르게 되면서 물건 가격이 더욱더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투자자라면 이후 매매가의 하락 추세가 멈추고 보합세(가격이 거의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시세)가 나타날 때를 주목해야 한다. 그때가 바로 경매로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경매 낙찰가는 급매가보다 더 싸다.


부동산 시장의 아파트값이 보합세를 보이던 2009년, 나는 지방의 한 아파트에 입찰을 하려고 현장조사를 떠났다. 아파트 근처에 있는 부동산 중개소에 들어가 이것저것 정보를 물어보는데 중개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엔 급매도 많고 가격도 떨어질 만큼 떨어져서 별 차이가 없어요. 급매로 바로 사셔도 경매로 사는 것과 가격은 비슷할 걸요?”

부동산 경기에 따라 때때로 경매 낙찰가와 급매가가 비슷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러나 막상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경매 물건과 비교했을 때 급매물 중에 괜찮은 물건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다. 또한 내 경험상으로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시세보다도 급매가보다도 낙찰가가 반드시 낮았다.

결국 나는 그 아파트를 경매로 8500만 원에 낙찰받았는데, 당시 급매가는 1억 원 이상이었다. 낙찰 금액 이외에 들어간 제반비용을 다 합쳐도 급매가와는 1000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평범한 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아이를 키우며 가계를 꾸리는 엄마들이라면 1년에 1000만 원을 모으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다. 누군가는 고작 1000만 원 가지고 대단한 일을 해낸 것처럼 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보통의 월급쟁이 직장인들 혹은 콩나물값 깎으며 살림을 꾸려가는 주부들에게는 금쪽보다 더 귀한 돈이다. 

‘경매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며 일반 매매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전문적인 공부는 필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가 투자한 꼬마 아파트들은 거의 대부분 나 같은 경매 초보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아무래도 경매 초보자가 가장 걱정하는 점은 낙찰자의 인수사항(선순위 임차인이 배당을 받는다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금액은 없다. 또한 배당받는 임차인은 명도도 쉽다)이 있는지, 명도를 할 때 험악한 일을 겪진 않을지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아파트 경매에서 낙찰자 인수사항은 몇 가지만 주의하여 살펴보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요즘에는 명도 과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점유자가 협상을 통해 이사비용을 조금 더 받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경매를 통해 매수한 소유자로서의 권리는 일반 매매를 통해 얻은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간혹 명도가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법원은 낙찰자의 손을 들어준다. 즉, 기본기와 마음가짐만 잘 갖춰져 있다면 경매에 대해 그리 큰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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