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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1. 2018

05. 삼성은 왜 택시기사에게 ‘직업관’교육을 맡겼는가

<천직을 넘어 전설을 꿈꾸다>



“왜 하필 택시기사인 접니까”
  
“‘삼성인의 직업관’을 주제로 강의를 해주실 분은 충분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더군요. 그러다 내부 토의를 거쳐 정 선생님이 적격자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우리 삼성에게도 정 선생님을 모셔서 ‘삼성인의 직업관’에 대한 강연을 맡기는 것이 모험이고 도전이자 혁신입니다.”
  
매스컴에 깜짝 등장하고 몇 번의 강의를 하고 이내 무대에서 사라지는 강사들이 많다. 나도 이런 부류에서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강사들이 선호하는 삼성그룹에서 연간 강연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택시기사로서 세계 제일인 일본의 MK택시와 영국의 블랙캡을 따라잡기 위한 열정, 그대로 그들을 카피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 이에 만족하지 않고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가는 어느 택시기사의 도전정신을 높게 사준 교육담당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삼성에서 강연한 것이 뭐가 대단한가? 이미 많은 강사들이 거기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만의 경험담으로 창조관에서 ‘삼성의 직업관’을 강연한 강연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마치 ‘국가대표 택시기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삼성그룹 강연 이후 더 많은 기업에서 나를 초빙했고, 강사들이 꿈을 꾸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물론 내가 갈 길은 아직 멀었고, 부족한 것이 많았다. 다만 다시 택시대학을 혼자의 힘으로 오픈하고 책 나눔 캠페인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고 있음에 감사했다.
  
보통 책에 나오는 직업관은 관념적이다. 관념적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다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직업관이라는 말은 구체적인 체험을 통해 깨달은 직업관이 아니라 유명한 사람들의 직업관을 문헌으로 연구해 도출한 교과서적인 직업관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기업에서 원하는 직업관은 책에 나오는, 누구에게나 다 적용될 수 있는 직업관이 아니다. 현재의 직업을 직접 온몸으로 경험하면서 개인이 얻은 구체적인 직업관이다. 그런 직업관이라야 주관적인 신념을 엿볼 수 있고, 주관적인 신념이 깃들어 있는 직업관이라야 왜 그런 직업관을 갖게 되었는지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삼성이 나에게 원하는 직업관은 도덕이나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직업관이 아니다. 택시기사를 하면서도 자기 직업에 대해 자부심과 열정을 갖게 된 사연과 배경, 그런 직업관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창조해 내는 나만의 비법을 듣고 싶은 것이다. 나는 소중한 이 경험을 통해 환경미화원에서 첨단산업 종사자에게까지 직업관을 고취시켜서 국가 발전에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리고 택시기사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 선입견에 대해 강연을 통해 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 택시기사라는 내 직업으로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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