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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1. 2018

02. 녹화 버튼을 눌러라.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내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말하는 건 쉽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건 어려운 일이다.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on-Levitt)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on-Levitt)은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 최고의 배우다. 〈브릭(Brick)〉 〈인셉션(Inception)〉 〈500일의 썸머(500 Days of Summer)〉 〈스노든(Snowden)〉 등 예술과 블록버스터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글로벌 스타로 맹활약 중이다.
  
〈돈 존(Don Jon)〉이라는 영화로 시나리오 작가 및 감독 데뷔도 했다. 또한 온라인 예술가 커뮤니티인 힛레코드(HITRECORD)를 설립해 총괄하고 있다. 힛레코드는 ‘커뮤니티 중심의’ 제작사로 발전해 출판, 레코드 발매, LG나 ACLU 등 다양한 브랜드의 홍보 비디오 제작 등을 진행한다. 조셉은 〈힛레코드 온 TV(HitRecord on TV)〉이라는 버라이어티 쇼를 제작, 에미상을 받기도 했다.
  
  
녹화 버튼을 눌러라.
  
조셉은 6살 때부터 배우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9살 때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역배우 일을 그만뒀는데, 나중에 다시 본격적으로 성인 배우 일을 하려고 했을 때는 일자리를 좀처럼 구할 수가 없었다. 1년 동안 계속 오디션을 봤지만 모두 떨어졌다. 다시는 배우로 일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정말 무섭고 고통스러웠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때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게 정확히 뭘까? 다시는 배우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무엇을 잃게 될까? 할리우드의 화려함을 동경한 적 없으니 그건 아니었다. 관객들이 내가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별로 신경 쓴 적 없었다. 그냥 연기가 좋아서 한 것뿐이었다. 그러니 잃을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연기라는 창의적인 과정 그 자체를 사랑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것만은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조셉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오디션 결과로 결정하는 사람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결정은 오직 그의 몫이어야만 했다. 그래서 그는 두려움과 불안에 맞설 용기가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만트라’를 만들었다.
  
“내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주문을 만들었으니 바로 ‘힛 레코드(hit record: 녹화 버튼을 눌러라)’다. 어릴 때 나는 늘 비디오카메라를 갖고 놀았다. 그래서 카메라의 빨간색 녹화 버튼이 모든 일을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신념의 상징이 되어주었다. 그때부터 나는 오디션을 보러 가는 대신 비디오 편집을 배우고 단편 영화를 찍고 노래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형의 도움을 받아 작은 웹사이트를 개설한 뒤 거기에 내가 만든 작품들을 올리고 그 사이트를 ‘hitrecord.org’라고 불렀다. 그게 12년 전의 일이다. 그 후 힛레코드는 전 세계 50만 명 이상의 예술가들이 모인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우리는 힘을 합쳐 온갖 놀라운 것들을 만들어냈고,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고, 권위 있는 상도 받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사이트의 핵심은 여전히 창의력 그 자체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다. 이것이 바로 지독한 자기혐오와 실패의 늪에 빠져 죽어가던 12년 전에 내가 찾아낸 녹화 버튼이다.”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표현하라.
  
그러니까 조셉의 말은 자신이 추구하는 게 정확히 뭔지를 스스로에게 먼저 냉정하리만큼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을 얻기 위해 얼굴을 알리기 위해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도 모를 오디션에 끌려다니면, 그저 그런 배우로 일하다가 슬며시 사라지고 만다. 빨간 녹화 버튼을 스스로 눌러 타인이 원하는 장면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어야, 비로소 우리는 타인이 원하는 매력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명성과 돈이 따라오는 것이다.
  
“지금껏 살면서 깨우친 교훈이 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아닌지’ 말하는 것은 쉽다. 오디션장에서 ‘나는 감독님이 생각하는 그런 배우가 아니에요!’라고 외치는 건 쉽다.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하지만 무명일 때는 내가 어떤 배우이고, 어떤 독창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선보일 기회는커녕 진지하게 생각해볼 겨를조차 사실 없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빨간 녹화 버튼을 직접 눌러야 한다. 그래야만 인생이, 시작된다.”
  
명성은 매우 유혹적이다. 모두가 아무것도 없는 청년이 스타가 되는 내용의 영화를 좋아한다. 생물학적인 진화 측면에서 봐도 유명해지고 싶은 건 인간 본능이다. 우리 조상들은 야생에서 살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야 후대에 유전자를 물려주는 데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조셉 고든 래빗은 말한다. 
“명성을 얻고 싶어 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길로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내가 만나본 유명 스타들 중 행복을 찾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결코 자신이 스타이기 때문에 행복해진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이유 때문에 행복하다. 늘 수백만 명에 이르는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기는 해도, 항상 건강하고,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있고, 또 자기가 하는 일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간에, 당신이 성공했다고 평가받게 될 때는 그에 따른 매력적인 보상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춰 진심을 다해 말하자면,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가장 정직한 즐거움이다.”
  
결국 우리는 명성을 얻지 못해 유명해지는 데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명성이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는 있다.
지금 당장 빨간 녹화 버튼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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