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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15. 2018

03. 아이가 자꾸 ‘남 탓’을 한다면 어쩌면 부모 때

<부모가 함께 자라는 아이의 사회성 수업>



한 평론가가 방송에 나와서 한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느 영화에서 주인공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가 네 편이 되어 줄게”라는 말을 아주 쉽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그 평론가는 이 영화가 이 한 마디로 모든 결론을 쉽게 내버린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진짜 중요한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중대한 메시지가 빠진 것이 이 영화의 맹점이라고 했다. 사람은 서로 알아가면서 이해하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무척 공감되는 말이었다.

아이들이 관계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너무 귀한 바람에 어떤 관계 문제가 생기면 아이의 맘이 상할까 봐 몹시 걱정한다. 아이를 최대한 감싸주고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려 한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정작 아이는 그로 인해 자기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을 잘 배울 수 없게 된다.


아이에게 남 탓을 쉽게 길러주는 뗏지병

“누가 감히 우리 손주를! 뗏지! 뗏지!”

어린아이가 길을 가다가 넘어지면 어른들이 흔히 하는 반응이 무엇인지 기억나는가? 주로 할머니들이 어린 손주를 보듬으며 하시는 반응이다. 바로 바닥을 치며 “뗏지!”하고 혼내는 것이다. 어른들은 나름 아이의 기를 세워 주기 위해 이렇게 한다. 인지적으로는 아이의 발달에서 물활론적 사고가 생기는 시기라 사물에게도 생명이 있는 것처럼 꾸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심리학적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문제 상황에서 남탓을 기르는 반응으로 보여진다. 그래서 이것을 “뗏지병”이라고도 부른다. 어른들이 “뗏지!”하면서 바닥을 혼내는 것을 보고 아이는 자기도 그렇게 한다. 함께 바닥을 치면서, 뗏지, 뗏지 말하며 자기가 왜 넘어졌는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나를 넘어뜨린 바닥만 애매하게 혼낸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넘어진 이유는 명확해진다. 바로 “바닥 때문이다!” 제대로 걷는 방법, 자세를 바로잡는 것, 바닥에 턱이나 장애물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을 고민할 이유는 당연히 없어진다. 이것이 과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애매한 뗏지로 인해 아이는 문제가 생기면 나로 인한 이유를 생각하기보다는 ‘남 탓하는 모습’을 먼저 학습하게 된다. 자기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남을 탓하는 습관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문제가 생겼을 때 이유와 결과를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일단 자기 잘못을 보는 훈련이 되지 않으면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겪을 때도 내 잘못을 살펴보지 않게 된다. 내 잘못보다는 다른 요인부터 생각해서 외부 환경이나 사람들을 탓하게 된다. 그게 적어도 자신을 덜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의 이런 모습은 아이 주변 사람들 눈에는 절대 호감적인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적응력이 떨어지거나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아이를 위해서는 ‘너무 귀하게 여기느라 애매하게 아이를 감싸주는 선택’보다는 아이가 자신을 바로 만나는 훈련을 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잘한 내 모습도, 잘 못한 내 모습도 있는 그대로 만나는 훈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모습들을 모두 받아들여야 더 발전하는 성장이 가능해지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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