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것은
시간을 빈틈없이 쓴다는 뜻이다.
베로니카 벨몬트(Veronica Belmont)는 봇(bot)에 푹 빠져 있는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제품관리자다. 트위터 팔로어 수가 160만 명이 넘는 그녀는 그로우봇(Growbot)에서 일하면서 직원들이 자기 팀에 대한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받게 도와준다. 또 봇 제작자와 열렬한 지지자들이 모인 거대 커뮤니티 봇위키(Botwiki.org)와 봇메이커스(Botmakers.org)의 관리도 돕고 있다. 작가이자 프로듀서, 연설가로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주요 목표는 기술이 어떻게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혁신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굿리즈(Goodreads, 아마존이 인수), 어바웃미(about.me, AOL이 인수), 데일리드립(DailyDrip), 사운드트래킹(SoundTracking, 랩소디가 인수), 밀크(Milk, 구글이 인수), 위게임(WeGame, 태그드가 인수), 포지(Forge), 시크 CEO(Chic CEO) 같은 많은 스타트업들에게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마케팅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동시에 그녀는 팟캐스트를 운영하면서 모질라(Mozilla)의 〈IRL〉과 〈스워드 앤 레이저(Sword & Laser)〉를 진행하고 있다.
닥치고 돈이나 내!
베로니카는 수억 명에 이르는 지구상의 프리랜서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나눠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졸업하자마자 탄탄한 직장에 입사한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곧 그 일에서 내려왔다. 공황장애를 불러오는 조직생활의 비참함을 견뎌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베로니카는 우리 시대 가장 주목할 만한 프리랜서로 명성을 쌓았다.
그녀는 스타벅스에서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는 젊은 프리랜서들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멋진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면 클라이언트 면전에서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닥치고 돈이나 내세요!’ 10년쯤 프리랜서로 일해보면 안다. 나를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사람들이 쓰는 온갖 수법을. 프리랜서는 멋진 경험일 수도 있고, 유명인이 되기 위한 필수 코스일 수도 있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주는 트렌디한 직업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먹고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집세를 내고 음식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숫자에 밝아야 한다. 내가 먼저 돈 얘기를 집요하고 철저하게 꺼내지 않으면 세상은 결코 먼저 지갑을 열지 않는다.”
베로니카의 의견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계약금이나 수익 분배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습관적으로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리는 의뢰인을 나도 많이 만나봤다.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고상하지 못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믿음 또한 비즈니스 세계에선 강력하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그 사람과는 일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베로니카의 말처럼, 어떻게든 공짜로 부려먹으려고 눈이 빨개진 사람이 밤낮으로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자유시간을 계획하라.
흔히 프리랜서가 되면 자유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베로니카도 이에 동의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확실히 늘어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시간도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만큼이나 중요하기에 그에 따라 스케줄을 잘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결국 깨닫게 된다. 빈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사소한 약속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어려워진다. 탁월한 프리랜서는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철저하게 쓰는 사람이다. 자유시간에 무엇을 할지 치밀하게 계획해놓지 않으면, 결국 나인 투 파이브(9 to 5)의 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자유시간을 온전히 내 시간으로 만들려면 디테일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베로니카의 조언은 의미심장하다. 사실 우리는 규칙적으로 일하는 시간 외에는 너무나 시간에 대해 느슨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던가? 일하는 데 너무 에너지를 쏟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정말 아무것도 안 했던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무것도 안 할 바엔 넷플릭스라도 실컷 보라는 게 베로니카의 주문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 것은 시간을 빈틈없이 쓴다는 뜻임을 명심하도록 하자.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만들어라.
프리랜서들은 늘 일거리가 끊이지는 않을지를 고민한다. 맡은 일을 마감하고 새로운 일을 맡을 때까지의 갭을 못 견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베로니카는 이렇게 권유한다.
“늘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병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나 프로젝트가 생길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을 미루는 사람은 발전이 없는 사람이다. 작가나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면 블로그에 계속 포스팅을 하고,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면 깃허브(GitHub) 활동을 시작한다. 더 많은 일을 맡고 싶다면 링크드인이나 유튜브를 통해 ‘나는 이 일에 정말 열정을 갖고 있어!’라고 내세울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만든다. 해야 할 일을 계속하면서 이런 작업을 병행해야 하고, 해야 할 일이 없을 때도 이런 작업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때 비로소 좋은 프리랜서로 가는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어디 프리랜서뿐이겠는가? 내가 정말 좋아하고 바라는 일을 꾸준히 하면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다. 당장 유튜브를 뒤져보라. 별의별 기회를 잡는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해야 할 일과 좋아하는 일, 해야 할 일과 더 큰 성공을 위해 준비하면 좋을 일을 병행하라. 예를 들어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이런 노력을 통해 기회를 잡은 스토리를 갖고 있다.
“뛰어난 프리랜서들은 목록(list)을 만드는 데 귀신이다. 다양하고 멋진 목록을 시간을 들여 만들고 나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종이에 뭔가를 적어뒀다가 그 일을 마치고 난 뒤에 박박 지워버리는 짜릿한 쾌감을 좋아한다면 당신은 유능한 프리랜서가 될 수 있다. 목록을 만드는 이유는 하나다. 목록을 지우며 작은 성취감을 쌓아 가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유능해질 시간을 얻는다. 프리랜서의 생명은 바로 그 ‘유능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