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질문법>
최고의 사교 도구는
바로 질문하는 것
낯선 사람을 처음으로 소개받았을 때 그와 원수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는가?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소 닭 쳐다보듯 멀뚱멀뚱 앉아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겸연쩍겠는가? 강의가 끝난 후 질문 시간에 아무런 질문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강의가 별 볼일 없었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알리는 것과 같다. 반대로 강의 후 멋진 질문은 본인은 물론 강의한 사람도 빛나게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GE의 고위 임원이 경제공황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했다. 이후 질문을 받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뻔한 질문을 했다. 보너스는 삭감했는지, 투자를 계속할 것인지 등등……. 그때 국민대학교 고현숙 교수는 이런 질문을 했다. “위기일수록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럴 때 직원들이 당신을 통해 무엇을 배우길 바라는가?” 그러자 그는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그리고 강연이 끝난 후 그녀를 찾아와 멋진 질문에 감사하는 인사까지 했다.
조찬모임에 가면 테이블별로 분위기가 매우 다른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누군가 질문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테이블은 분위기가 좋고, 아무 질문 없이 멀뚱멀뚱 앉아 있는 테이블은 분위기가 썰렁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저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답니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관심 대상이 된 사람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한다. “제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일을 한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떤 사람이지요?” 그래서 난 조찬모임에서 같은 테이블에 있는 사람에게는 최대한 정중하게 그들에 대한 질문을 하려고 노력한다. 몸담고 있는 회사는 어떤 곳인지,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일의 본질은 뭔지……. 그럼 말하는 사람도 신나고, 듣는 나도 많은 걸 배울 수 있다.
이런 일은 낯선 상대에게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만나는 상사와 직원, 동료끼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높은 사람을 만났을 때는 미리 질문을 준비하면 의외로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얼마 전 모 그룹에서 사장을 지냈던 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어떤 이야기 끝에 그가 그룹 회장님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최고경영자 과정에서의 일입니다. 사장 후보들을 모아 몇 차례 교육을 하는데 과정 중 회장님과의 만찬 시간이 있었습니다. 여덟 명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자기소개도 하고 간단한 질문도 합니다. 한 시간 반 예정인데 그날은 한 시간 만에 모든 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30분간을 침묵으로 있는 게 싫어서 전 과감하게 회장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회장님은 현업도 안 하시고 현장도 잘 모르실 텐데 어떻게 그렇게 현업에 관해 잘 알고 계시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자 평소 말씀이 없으신 회장님이 장장 30분 동안 신이 나서 자기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비서실 직원들도 회장님이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을 오래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만찬이 끝난 후 회장님이 이번 사장후보들은 다들 괜찮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마음 문을 여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질문이나 하면 안 된다. 난 여러 이유로 경영자, 저자, 기업의 오너 등을 자주 만난다. 이럴 때 나는 만나기 전 질문거리를 공을 들여 준비한다.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근황, 바뀐 점, 예전에 고민했던 것, 자녀 등과 관련해서 질문을 한다. 모르는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을 검색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도 한다. 나이와 학력도 보고, 그 사람 책도 읽어보고, 그 사람이 쓴 칼럼도 읽어본다. 그럼 자연스럽게 물어볼 게 생긴다. 물론 실례가 될 만한 것, 그 사람이 싫어할 만한 질문은 가능한 피한다. 질문은 최고의 사교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