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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May 21. 2018

07. 그 일이 정말 아무 의미 없습니까?

<고수의 질문법>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약간의 치매기가 있는 아흔넷의 노모가 혼자 사는 집에 일흔세 살의 아들이 함께 살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할 일이 없던 그는 술로 세월을 보냈다. 술이 늘면서 점차 알코올중독 증세가 나타났고, 심지어는 아내에게 폭력적인 성향마저 드러냈다. 견디다 못한 부인이 이혼을 요구했고, 결국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혼자가 되어 홀로 살던 노모에게로 간 것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런데 늙은 아들과 함께 살면서 치매 증세를 보였던 노모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여러분들은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는가? 노모가 매일 삼시 아들의 밥을 해주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란 것이 내 생각이다. 그동안은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무료하게 지내다가 늙은 아들이 들어오면서 비로소 존재의 이유를 다시 발견한 것이다. 그만큼 삶에서 의미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

우리는 많은 일을 힘들어한다. 결혼을 하는 것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회사 일하는 것도, 부모를 봉양하는 것도, 밥하는 것도, 설거지하는 것도 다 힘들다. 세상에는 온통 힘든 일뿐이다. 하고 싶은 일은 임대료나 받으며 골프나 치고 세계 여행이나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힘들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 내가 생각하는 ‘힘들다’의 정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의 다른 표현이다.



평생을 다이어트에 목숨 건 배우자를 마땅치 않게 보는 지인이 있다. 늘 다이어트 문제로 티격태격 싸우면서 이런 말을 한다. “어차피 원위치가 될 걸 왜 그러느냐? 좀 먹어라.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 어차피 살을 빼봐야 당신은 거기서 거기다.” 이런 말로 상대의 열을 돋군다. 아무 효용성이 없는 말이다. 괜히 사이만 나빠진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라면 “다이어트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란 질문을 할 것이다. 의미를 묻는 질문이다. 그럼 질문을 받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대부분의 사람은 별생각 없이 남들이 다 하니까, 살이 좀 쪘다고 생각해서 다이어트를 한다. 그런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다이어트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다양한 답변이 나올 것이다. 몸무게를 줄이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 “자신감을 갖고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다”, “내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싶다” 등 별생각 없이 하던 다이어트에 대해 의미를 생각해보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면 이후의 다이어트는 이전의 다이어트와 달라질 것이다.

일에 대한 것도 그렇다. 대부분 사람들은 일을 지겨워한다. 경제적인 목적 외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당연히 주중은 괴롭고 주말을 위해 산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동기부여시킬 것인가? 일에 대한 의미를 물어보라. “일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직장이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일을 하지 않고 산다면 어떨 것 같나요?”, “돈을 주는 것 외에 또 다른 가치는 없나요?”, “어떤 부분이 충족되면 더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이 질문에 답을 해보라. 여러분에게 일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내 이야기를 잠깐 하고 싶다. 미국에서 공학 박사까지 받은 후 들어간 대기업은 내게 죽음이었다. 긴 근무 시간, 관료적인 문화, 고압적인 상사, 쓸데없는 회의는 기본이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건 내게 주어진 잡일이었다.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또 영어가 좀 된다는 이유로 외국 손님들이 오면 늘 내가 공장 안내를 해야 했고, 신입사원이나 경력사원을 뽑으면 이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내 임무였다. 당시 난 기획 담당 임원이라 이런 일과는 무관했지만, 젊고 강의를 좀 한다는 이유로 연말연시면 백암에 있는 연수원을 내 집 다니듯이 가야 했다.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그런 일까지 추가로 하려니 짜증이 났다. 왜 이런 쓸데없는 일에 내 시간을 써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은 결코 가치 없이 흘러간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런 시간들이 축적되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깨달음이 없었다. 당시 누군가 힘들어하는 내게 “지금 하는 일이 당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나요? 이 일을 통해 배우는 건 없나요?”란 질문을 던졌다면 어땠을까? 분명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같은 강의도 훨씬 즐겁게 했을 것이다.

삶에 의미가 있다면 인간은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지만, 반대로 삶에 의미가 없다면 어떤 것도 참을 수 없다.

《목적이 이끄는 삶》에서 릭 워런(Rick Warren)이 한 말이다. 늘 의미에 관한 질문을 본인과 주변 사람에게 던져보라. 그럼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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