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인간은 과연 동물과 얼마나 다른가?

<지식인 복잡한 세상을 만나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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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인 진화심리학

진화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은 1980년대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비교적 새로운 학문으로서, 빠른 발전 속도와 인간 행동과 심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통적인 사회과학 이념과 척을 지고 있어 뜨거운 감자로 통하기도 한다.

진화심리학이 전통적이 사회과학과 차이가 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간이 특수한 존재가 아니며 동물과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둘째, 인간의 성격과 사고방식, 즉 ‘인간다움’은 오랫동안 진화하면서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에 적응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에서는 양성 간의 모든 차이를 생식능력의 차이로 설명하고, 인류의 모든 행위의 원인과 목적은 결국 자신의 유전자 보존으로 귀착된다고 말한다.

이론적으로 남성은 수많은 자손을 거느릴 수 있지만 여성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손은 많아야 십수 명이다. 이 때문에 여성은 가정을 중시하게 되고, 이런 성향은 무의식적으로 발현된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가정을 등한시하는 여성은 진화에 의해 도태된다.

이러한 원리로 모험을 즐기는 남성과 모험을 기피하는 여성의 일반적 성향 역시 설명할 수 있다. 여성에게 있어서 모험을 좇는 남자란 자신이 힘들게 낳은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여성은 누가 자신의 아이인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선사시대의 남자는 그럴 수 없었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해 남성은 여성의 외도를 특히 용서하기 어렵다.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나이가 들수록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자신의 아내를 살해할 때는 젊은 남자와 늙은 남자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

남편의 아내살인을 결정하는 것은 남편의 나이가 아니라 아내 자신의 나이다. 그리고 나이가 어린 여성일수록 쉽게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남편이 외도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젊은 남성은 경쟁자를 줄이기 위해 다른 남성을 죽이려 하고, 나이 든 남성은 자신의 젊은 아내를 죽이려 한다.

일부다처제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일부다처제가 가장 자연스러운 사회 형태라고 본다. 여성은 다음 세대를 위해 부자의 여러 아내 중 한 명이 될지언정 가난한 사람의 유일한 아내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거의 모든 고대사회가 일부다처제였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남성에게는 일부일처제가 유리하다. 부유하고 잘 나가는 소수의 남성이 다수의 여성을 아내로 맞이한다면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다수의 남성은 결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화심리학은 일부일처제는 사실 여성의 해방이 아니라 남성의 권익을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남성들이 여성의 권익을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여성이라는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암묵적인 협의를 맺은 것이라고 해석한다.

진화심리학은 이처럼 침묵하는 대다수를 연구하고, 인류의 가장 원시적인 본능을 연구한다. 이는 인간 자신의 출발점을 이해하는 작업으로서, 앞으로 인류에 대한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범위를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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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화심리학의 관점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 답하기 어려운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동성애 문제다. 후손을 생산할 수 없는 동성애자는 어떻게 도태를 피할 수 있었는가?

이에 대해서는 유전학자가 일부 답변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남녀를 불문하고 남성과의 성행위를 더욱 원한다. 그래서 그 유전자를 가진 여성은 다른 여성보다 더 남성과의 성행위를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향은 그녀들이 또래 여성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아이를 낳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들의 높은 출산율은 남성 동성애자가 끼치는 ‘손실’을 메우며 남성 동성애 유전자를 계속해서 물려주게 된다. 하지만 이 이론은 여성 동성애자의 경우를 설명할 수 없다. 현재까지 이에 대응하는 여성 동성애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화심리학이 모든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사회,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진화심리학이 전통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더라도 현대사회에는 더 많은 새로운 사실들이 발견되고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진화하는 인간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고 진화심리학의 틀 밖으로 나섰다.

이를테면 진화심리학에서는 당연히 양자보다 친자가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부모의 유전자를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가 여럿 존재한다. 계부, 계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은 그동안 꾸준히 발생해왔다. 하지만 양부모가 양자를 친자식과 함께 키우면서도 차별 없이 대하며 사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동물적 본능을 이성으로 이겨낸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인간은 진화심리학을 뛰어넘고 이성으로 본능을 다스리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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