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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1. 2018

06.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예측, 일단 의심하라>



우리 미래에 대해 우리 스스로 예측할 수 있을까?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로는 거시경제적인 변동들, 이를테면 불경기나 호황기 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관심은 또 다른 경기침체 아니면 멋들어진 황금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에 관한 예측에 쏠릴 것이다. 자율주행차나 암 치료제와 같이 새로운 최첨단 과학기술과 미래의 발견 또한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관심은 앞으로의 일을 ‘따끈따끈하게’ 예측한 사례에 쏠리곤 한다.
  
그러나 이 모두는 죄다 크디큰 세계적 사건들이다. 우리는 각자의 소소한 사생활이라는 차원에서 장차 어떤 일들이 생길지 골똘히 예측하는 데에 공을 들이기도 한다. 다음 달부터 탈 새 차는 과연 승차감이 좋을까? 내가 새 직장에서 잘해낼까? 보통 나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까지 추이곡선을 추정하거나 확률계산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분명히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대개 혼자 마음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슬그머니 떠올리는 식으로 앞일을 내다본다.
  
어떤 때는 머릿속으로 가상의 장면을 연출해보기도 한다. 가령 그리스 어느 섬의 해수욕장에 햇볕이 쨍쨍하여 비슬비슬해진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이 오직 나 홀로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를 듣고 있는 장면을 그려본다. 호젓하면서도 느긋하고 행복한 기분일 것이다. 정말 멋진 휴가를 보내리라 예상한다. 훌륭한 음식, 안락한 호텔, 이것저것 눈요깃감과 해봄 직한 여흥거리들도 많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좋을지 아니면 안 좋을지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까? 우리의 예측 실력은 과연 얼마나 훌륭할까?

우리는 예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실망과 후회의 감정으로 고통받는다. 스포츠 경기나 시험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이 나올 때 우리는 자존감 상실로 힘들어질 수 있다. 차를 새로 사거나 부엌 시설을 고치느라 빌린 대출금을 모두 갚을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다 보면 결국 빚더미에 나앉게 될 것이다. 만약 음주와 관련된 문제나 질병으로 고생할 위험을 과소평가한다면 이런 불상사가 실제로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필요한 방책을 강구하는 데에 소홀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종 독감에 감염되지 않을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사람들은 감염 위험을 제대로 인식한 사람들보다 훨씬 뜸하게 손을 씻고 손 세정제도 덜 쓸 것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낙관주의 덕에 J. K. 롤링이 베스트셀러작가 대열의 최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고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가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기에 이를 읽는 독자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정말로 희망이라곤 조금도 없는 난관에 맞설 때 쉽사리 전의를 상실한다면 분명히 어떤 대단한 일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자 편향’ 때문에 혼선이 빚어지지는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J. K. 롤링과 같은 꿈을 갖고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수천 명도 더 된다. 이들도 수년간 힘들게 노력하고 원고 집필을 끝내기까지 어마어마한 희생도 감수했지만 결국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그들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물들은 출판업자들 말로는 ‘쓰레기더미’에 불과한 종이 뭉치의 일부였을 것이다. 두툼한 원고가 오랜 시간 뒤에 원작가의 품으로 돌아올 때엔 비정하게도 퉁명스런 거절 의사를 밝힌 쪽지만 달랑 붙여져
허름한 소포꾸러미 몰골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풍문으로 듣기 딱 좋은 소식에는 어렵사리 거둔 성공담 그리고 성공을 일궈내기 위해 끝까지 참고 버틴 사람들의 사연이 단연코 으뜸이다. 가혹한 환경 출신이면서 결국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거물급 인물로 거듭나서,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났다’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사람들의 얘기도 전해 듣기 마련이다. 조롱과 퇴짜를 당하기 일쑤여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 결국 레이더나 제트엔진을 개발한 발명가들의 속사정도 듣는다. 사업을 이제 막 시작하려다가 좌초된 새내기 사업가, 혹은 노후대비 자금으로 평생 모은 돈을 실험에 다 쏟아 붓고도 실패한 발명가들은 대개 도외시된다.

그런데 세상 이치가 이렇다고 해서 꿈과 야망을 갖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이 꿈을 단지 꿈으로 여기고 포기하자는 말도 아니다. 바로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보다 현실감 있게 예측해보자는 말이다. 성공의 가능성을 막연히 헤아려보지만 말고 반드시 자신이 실현하고야 말겠다고 결심할 만큼 진정으로 성공을 원하는지의 여부는 하나의 결정사항이지, 예측 사항이 아니다. 현실적인 예측을 할 때엔 적어도 현재 위험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여태까지 논의한 것이 ‘비현실적인’ 낙관주의라는 대목이다.

예측을 통해 세상도 바꿀 수 있다. 어떤 때에는 사건을 예측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건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시장조사를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이 후일 어떤 것을 구매할지 본인의 의사를 예측한 후 그들이 그 예측대로 행동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 예측은 일종의 자기충족적인 예언과도 같다. J. K. 롤링의 경우처럼 낙관적인 태도는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쉽다. 또한 아무리 힘든 일이 많아도 끝끝내 맞서 싸우겠다는 동기가 강하게 유발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태도, 행동, 그리고 동기가 모두 겸비된 낙관주의는 원래부터 전혀 비현실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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