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동양 삼국 무예의 집대성

<병서, 조선을 말하다>

by 더굿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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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시대를 준비하다.

18세기 조선 사회를 말할 때, 정조의 개혁 정치는 늘 화두가 된다. 정조가 실행한 개혁 정치는 강력한 군권 장악과 새로운 국정 운영 철학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정조 시대의 국정 운영의 방향은 ‘문치규장무설장용’이라는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규장각을 중심으로 성리학을 바로잡으며, 친위 군영인 장용영으로 왕권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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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도> 중 규장각과 금군이 무예 훈련을 했던 영화당 앞뜰의 모습이다. 정조는 “문치규장무설장용”이라며 문은 규장각, 무는 장용영을 중심으로 삼아 국정을 운영했다.

정조의 무에 대한 특별한 인식은 장용영 설치와 함께 다양한 병서의 편찬으로 구체화되었다. 그중 병서의 지속적인 편찬은 중앙 군영뿐만 아니라, 지방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조선시대 병서 편찬은 단순히 새로운 병서를 보급해 군사훈련이나 무예를 변화시키는 1차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병서의 제작 준비부터 새로운 인재의 등용과 배치가 이루어졌고, 병서가 간행되면 군제의 변화도 일어났기 때문에 군무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적 사업이었다.


병서 간행으로 나라를 바로 세우다.

정조 대 군사 개혁의 시작을 알리는 책은 『대전통편』이다. 비록 실질적인 병서는 아니지만 『대전통편』은 이후 병서 간행의 기본 바탕이 되었다. 『대전통편』의 반포일에 군제 개혁의 신호탄이 된 『병학통』이 완성되었다.

『병학통』은 도성을 방위하던 훈련도감·어영청·금위영과 금군 역할을 수행한 용호영의 군사훈련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조는 바로 어명을 내려 숙위군뿐만 아니라 중앙 군영과 지방군까지도 『병학통』을 따라 훈련 체제를 수정하도록 했다.

『병학통』과 짝이 되는 『무예도보통지』는 진법의 표준화와 함께 군사 개개인의 무예 자세를 통일하려고 간행했다. 『무예도보통지』는 보병 무예 18기와 기병의 마상무예 6기가 수록되었다. 『무예도보통지』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예(武藝)를 그림(圖)과 글(譜)로 설명한 종합서(通志)다.


아버지를 위한 병서

『무예도보통지』는 정조 대에 한꺼번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무예도보통지』의 편찬 과정을 살펴보면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한교가 완성한 『무예제보』의 보병 무예 6기를 근본으로 했다. 이후 사도세자가 『무예제보』의 6기를 정리하고 여기에 새로운 단병접전 무예를 추가해 보병 무예 18기로 구성된 『무예신보』를 편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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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도보통지』는 조선·중국·일본·몽골 등의 다양한 무예를 담아낸 동아시아 대표 단병 무예서다. 2017년 10월 31일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했다.

『무예도보통지』는 보병이 익힌 무예 18기에 기병이 익힌 마상무예 6기를 더해 기병 강화의 의지를 보여준 동시에 생부인 사도세자의 위업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정조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임오화변 이후 영조는 사도세자와 관련된 모든 논의를 금지했다. 따라서 사도세자가 공식적인 군무의 일환으로 편찬한 『무예신보』는 정조가 생부의 업적을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정조는 사도세자가 이룩한 업적인 『무예신보』를 충실히 이어받아 추숭 사업의 일환으로 『무예도보통지』를 펴낸 것이다.

정조는 『무예도보통지』에 군사 업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입장까지 담아놓았다. 이 병서로 기존의 당파와 무관한 새로운 무반을 육성하고 장용영을 중심으로 무예 체계를 표준화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후에 이루어진 단병 무예서 편찬은 『무예제보』, 『무예제보번역속집』, 『무예신보』, 『무예도보통지』로 이어지며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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