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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07. 2018

10. 예측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예측, 일단 의심하라>


모든 예측 값은 불완전하기 마련이다. 어떠한 예측도 미래가 전개될 여러 가지 가능성 모두를 다 포섭할 수 없다. 심지어 당신이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예측하는 때에도 그 동전이 공중에 던져져있는 동안 갑자기 재주 많은 도둑의 손에 낚아채어질 수도 있다. 혹은 열린 창문으로 홀연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이렇듯이 이루 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희한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바람에 결과가 틀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하기로는 검은 백조의 경우를 꼽을 수 있는데 탈레브가 같은 표현으로 책을 내어서 유명해진 표현이기도 하다.


예측의 세계에서 검은 백조, 즉 흑조란 예측 불가능하고 발생 빈도도 극히 희박한 사건들이되 일단 발생한 경우에는 어마어마한 영향력, 그리고 어떤 때에는 엄청난 파괴력을 행사하는 사건들을 일컫는다. 가공할 만한 증권시장 대폭락 사태, 역대급 홍수와 쓰나미, 테러범들의 대대적인 공격, 불안을 초래하는 첨단 혁신제품들, 군사 쿠데타, 심지어 새로운 유행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가 다 흑조로 볼 수 있다. 이 ‘흑조’는 충격과 놀라움을 가할 잠재적 능력을 고스란히 갖고서 잠복하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는 마치 모든 백조는 다 색이 희다고 당연하게 믿고 있다가 처음으로 호주의 땅을 밟은 유럽인들이 검은 백조를 보고 기함했던 때와 비슷한 충격과 놀라움이다. 단 한 번도 목격한 적도 없고 생각해볼 수도 없는 사건들까지 우리가 헤아려 예측값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판국에 우리가 취할 최선의 방도는 예기치 않은 일들에 제대로 맞서는 것이다. 예측 값을 산출한 다음에 이 값이 불완전하고 이 값만으로 만사형통하지는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아예 예측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매일 아침 차를 몰면서 나는 은연중에 내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리라 예측하지만 언제나 끔찍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망컨대 그 가능성이 크지 않기를 원하지만)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는 시나리오가 내 삶을 지배하게 두면 나는 앞으로 결코 운전하지 못할 테고 휴가도 못 떠날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음식을 맛볼 기회도 없을 테고 제대로 살맛 나는 인생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미래에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어떤 식품제조 회사의 제품에 발암성분이 들어 있다는 증거를 밝혀 여태까지는 일정하게 훌륭한 매출곡선을 그리던 수치들이 마치 유성이라도 떨어진 양 완전히 고꾸라지다 못해 완벽하게 매출이 전혀 없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게나마 있다는 이유로 그 식품회사에 매출 예측을 중지하라고 말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그 회사가 만일의 대참사가 생길 사태에 대비할 계획을 제대로 갖추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예측 작업을 실시해야 하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이보다는 약간 더 억울한 이유로 불완전한 사례는 바로 단 한 가지 수치나 단 하나의 사건으로 예측한 경우다. 이는 마치 무화과 나뭇잎으로 조각품의 치부를 가리는 것처럼 불확실성이라는 치부를 몰래 숨기려 드는 형국이다. 우리는 이와 같이 똑떨어지는, 정확하다 못해 밋밋하기까지 한 예측 값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영양가는 없는데 칼로리는 높은 패스트푸드처럼 이런 예측 값들은 우리의 입맛에 꼭 맞고 기분도 좋아지게 해준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음식이 우리의 허리둘레만 늘어나게 만들어 나쁘기 짝이 없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이렇게 앞뒤 다 자르고 간략하게 산출한 예측 값들은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기상예보관이 내일 날씨는 맑고 해가 나 화창할 거라고 말할 때도 여전히 나는 만약 내가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목적지까지 걸어가다 비에 흠뻑 젖을 위험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재무부 장관이 내년 경제성장률이 2.3%에 달하리라고 말할 때에도 여전히 경기 침체의 위험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뒤에서는 만약 컴퓨터가 단일한 수치로 예측 값을 산정한 경우라면 이는 대개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모든 가능성들의 평균값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평균값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기 다반사다. 한때 어떤 사람은 만약 부엌에서 누군가가 한 발은 오븐 속에, 그리고 다른 한 발은 냉장고에 넣고 앉아 있다면 대개 평균적으로 보아 편안함을 느낄 거라고 주장했다. 영국 복권에서 뽑는 평균값, 즉 중간값은 30이다. 이는 사실이지만 이 정보가 도움이 되는가? 당연히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만약 내가 제빵사인데 내 컴퓨터가 예측하기로 내일 크림 케이크는 428개의 수요가 있으리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치자. 그런데도 나는 만약 빵이 다 안 팔려 여분이 남아 걱정인 것보다 빵이 모자라 실망하는 고객이 혹시라도 생기는 게 더 걱정이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빵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다.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다른 가능성들이 있는지 그런 가능성들이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최악의 일이 벌어질 때 어떤 형국이 될지에 대해 일일이 확인해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일 예측 전문가가 이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솔직히 모른다고 곧이곧대로 우리에게 털어놓아야 한다. 단 하나의 숫자 혹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나온 예측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모름지기 충고는 이렇게 똑 부러지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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