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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n 11. 2018

03. 와인 고르기, 라벨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슬픈 날엔 샴페인을>



원하는 와인을 고르려면 무엇보다 먼저 
라벨(label)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와인의 라벨은 한 사람의 이력서와 같다. 이력서가 그 사람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출생년도, 출신지역, 전공 등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그 사람을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라벨 역시 그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라벨을 만들어 붙이는 데는 엄격한 법이 있고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는 품종과 지역의 이름을 반드시 명기해야 하지만 스페인이나 프랑스, 독일, 이태리 같은 나라에서는 품종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라벨에 ‘카베르네 소비뇽, 캘리포니아’라고 적혀 있다면 법적으로 그 와인을 만드는 데 쓰는 포도는 100퍼센트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것이라야 하고,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75퍼센트 이상 들어가야만 한다.
  
라벨에 적혀 있는 지역이 크고 전체적이면(예: 캘리포니아), 작고 특정한 지역(예: 나파 밸리의 오크빌)이 적혀 있는 것보다 품질도 떨어지고 가격도 낮다. 왜냐하면 캘리포니아는 대한민국보다 네 배 이상이나 면적이 크기 때문에 저가 와이너리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몇 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부터 포도를 가져와서 와인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파 밸리의 오크빌’처럼 어느 특정 지역이 표기되어 있다면 그 포도는 집중적으로 관리되어 그 지역 고유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양질의 와인이 될 수 있다.
  
특별할인가나 세일에 나오는 와인도 주의해야 한다. 마켓에서 와인을 세일로 내놓았다면 이유는 오직 두 가지 중 하나다. 안 팔려서 재고정리를 하려고 내놓았거나 아니면 해를 넘겨서 신선함을 잃어버렸거나 잃어버릴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일 와인이 모두 의심스러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값이 싸다고 무조건 사지 말고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나는 단 와인을 싫어하니까 드라이한 걸로 주세요.’라고 요청할 때도 ‘달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실제로 단맛이 나는 와인은 포트(port)나 리슬링(Riesling)뿐이고, 포도 그 자체의 맛이 나는 와인은 머스캣(또는 모스카토)과 콩코드 두 품종뿐이다. 나머지 모든 와인은 사실 포도가 아닌 다른 과일의 맛과 향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와인에서는 단순히 단맛만 느껴지는 게 아니고 깊고 여운이 남는 뒷맛, 또는 풍부하고 농익은 과일의 맛과 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드라이한 와인을 요청하기 전에 어떤 품종의 와인인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게다가 우리의 혀는 놀랍도록 적응이 빨라서 시큼하고 떫은맛도 일주일만 지나면 단맛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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