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가 작은 일생>
아스파라거스의 계절이 오면 근처 독일인 셰프가 있는 레스토랑 입구에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들어왔습니다.”라는 공지가 붙는다. 색연필로 그린 일러스트에 일본어와 독일어로 쓴 손 글씨다. 일본어는 초등학생이 쓴 것 같고 알파벳 쪽은 좀 더 유려하다. 살짝 웃음을 짓게 된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란 말을 들어도 나는 어렸을 때 먹은 통조림의 이미지가 떠오를 뿐 별다른 감흥이 없다. 그러나 유럽, 특히 독일 사람들에게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봄의 전령인 모양이다. 독일에 오래 살았던 분에게서 들으니 “앗, 드디어 봄이 왔네.” 하는 즐거움과 함께 식탁에 올라오는 채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녁이 되면 그 레스토랑에는 독일과 관계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평소에는 조용하던 가게가 갑자기 흥청망청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일본의 벚꽃과 같구나, 하고 생각했다. 언제쯤 꽃이 필까 하고 내내 마음을 쓰다가, 피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만개하면 다 같이 흥분하면서 혹시 비라도 올까 날씨를 걱정하게 만드는 벚꽃.
식재료와 꽃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그 나라,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그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걸 맘껏 누리는 감각은 그런 데 친숙하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맛있는 기간은 겨우 몇 주일 동안이라고 한다. 벚꽃이 만개하는 것도 겨우 며칠이다. 만약 1년 내내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나고 벚꽃이 핀다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금방 사라져버릴 것이기에 있을 때 충분히 즐겨야 한다는 마음이, 기쁨과 가슴 뛰는 느낌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인생과도 아주 흡사하다.
젊을 때는 젊을 때만의 즐거움이 있다. 밤늦도록 밖에서 놀거나 유행하는 옷과 신발이 갖고 싶어지거나 새 가게가 문을 열면 바로 달려가거나 하는 것은 젊을 때의 즐거움이다.
그 나이 때만 즐길 수 있는 것, 그 사람이 그때밖에 할 수 없는 것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때 즐겼던 것들 중에는 나이가 들면서 시들해지는 것도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젊을 때와 똑같은 것을 즐기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것은 벚꽃이 1년 내내 피어있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불가능한 바람이다.
젊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것이 있듯, 나이를 먹지 않으면 할 수 없고 즐길 수 없는 것도 분명 있다. 그것을 발견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나이를 먹는 방식이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모델케이스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각자가 지금 이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리저리 생각하고,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 해나가는 가운데 기쁨과 가슴 뛰는 느낌이 서서히 퍼져가는 법이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짜 즐거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