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인생이란 괴물과 싸우는 법

<불안과 함께 살아지다>

by 더굿북
%E9%87%89%EB%9A%AE%EC%9C%B4%E7%A7%BB%EF%BF%BDf2.jpg?type=w1200&type=w1200



어떤 마을에 마녀가 살고 있다. 마녀는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린 소녀의 정기를 필요로 한다. 마녀의 마법이 두려웠던 마을사람들은 매년 한 명의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쳐야 했다.

한 소녀가 있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한 소년이 있다. 소녀가 마녀의 제물로 바쳐질 위기에 처했다. 소녀와의 이별을 슬퍼하던 소년은, 우연찮게 들은 항간의 소문을 통해, 마녀의 힘이 마녀가 가지고 있는 거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년은 그 거울을 없애고 소녀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소녀가 제물로 바쳐지던 날, 마녀의 성으로 몰래 잠입한 소년은, 마녀가 소녀의 정기를 취하려는 순간에 극적으로 나타나 마녀의 거울을 깨뜨린다. 힘없이 주저앉은 마녀는, 이내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으로 사라져 갔다. 소년이 소녀를 구한 것이다.

그런데…,
마법의 거울이 깨어지던 순간에 흩날린 작은 파편이 소녀의 눈에 들어갔다. 소녀의 눈엔 소년이 마귀로 보인다. 마귀의 모습에 놀란 소녀는 소년에게서 달아난다.


tja.jpg?type=w1200 신채린, <오늘 밤 나 역시>, 110x100cm, 비단에 한국화 채색, 2016.


어릴 적에 보았던 <어린이 명작동화>의 내용이었던 것 같긴 한데, 결말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어린이들 보라고 만든 만화가 비극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테고…. 그러나 그 대강이라도 기억하는 이유는, 그 반전의 스토리가 우리 삶에 대한 알레고리 같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한 것뿐인데, 결과적으로 사랑은 깨져버렸다. 사랑이 마녀 때문에 깨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마녀를 물리치겠노라 저지른 용단이 도리어 사랑을 떠나가게 한다. 끓어 넘치도록 과도한 열정의 온도가 때론 열정의 대상에게 화상을 입히고 자신의 속을 타들어 가게 한다.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뿐인데, 때때론 최선으로 체득한 삶의 방식이 도리어 자신의 삶을 집어삼키기도 한다.

니체가 이르길,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괴물의 모습으로 괴물을 성토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4. 사라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