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굿북 Jun 14. 2018

01. 꿈이 있으면 하루하루가 빛난다.

<당신의 재능이 꿈을 받쳐주지 못할 때>



그 후 나는 여섯 평짜리 옆방으로 이사를 했다. 월세가 1,500위안 정도였지만 다른 곳에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바로 아랫방에 신경쇠약증과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가 사신다는 거였다.
  
내가 아무리 조심하며 걸어 다녀도 할머니는 자주 내 방으로 찾아와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잔소리를 해대셨다. 심장병이 도져서 응급조치를 받으신 적도 있었다. 집주인이 내 방에 매트를 깔아줬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할머니는 새벽 1시에 경찰을 불러 내가 민폐를 끼친다며 하소연하셨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 이상 없는 걸 보더니 금세 자리를 떠났다. 난 할머니의 목숨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수시로 할머니 방을 찾아가 별일 없으신지 살피곤 했다.
  
나는 이 방에서 세 번째 책을 썼고 직장을 옮긴 뒤에도 2년 반을 더 지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인생과 직장에서 큰 전환점을 맞고,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도 모두 이곳에서였다. 여기서 가장 좋은 친구를 만났고, 마침내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집세가 갈수록 비싸지자 나는 아예 집을 샀고, 결혼 후에는 신혼집으로 이사했다. 지금 사는 집이 깨끗하고 조용하기는 하지만, 나는 세 들어 살던 그 시절을 항상 기억하고 있다. 내 청춘에 아로새겨진 나날들, 지저분한 환경 속에서 마음 졸이며 살았던 날들, 경찰에게 한소리 듣고 이웃에게 시달리던 그날들이 가슴에 박혀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시절의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친구들이 집을 구할 때 도와주는 걸 좋아한다. 한가할 때는 집 구하는 사이트를 둘러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언제나 예전의 셋방살이 시절이 생각난다. 퇴근 후 밤늦게까지 중개업자를 따라 단지를 찾아다니며 집을 둘러보던 장면들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언젠가 모든 사람이 자기 집과 자기 가정을 갖게 될 거라고 믿는다. 이 넓은 세상의 어느 한구석에서라도 우리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을 작은 등불 하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 겪은 모든 고생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위로가 될 것이다. 그 고생은 빛을 발하면서도 우리에게 청춘이었던 때가 있었음을 상기시켜 준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던 시절, 무엇이든 다 받아들이고 인내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
  
청년은 누구나 언젠가는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웃음 짓는 건 청춘이었던 모든 순간을 가슴에 새기고 간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00. <당신의 재능이 꿈을 받쳐주지 못할 때>연재예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