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는 연습>
‘지금 내가 이런 감정을 느껴도 괜찮을까?’
‘지금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이렇게 서운해 하면, 너무 속 좁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소심하거나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되진 않을까?’
‘이렇게 말했다가 미움을 받지는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며 속상한 마음을 그저 묻어둔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기우(杞憂)다. 기억은 그 자체로 주관적이고 편향되어 있다. 그중 나쁜 기억은 그 자체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과 비슷한 또 다른 나쁜 기억을 불러오는 지속성도 지니고 있다.
기억의 주관성
똑같은 상황에 있었더라도 훗날 사람마다 다르게 평가하는 것을 경험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는 기억 자체가 ‘주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사건의 당사자들은 이야기 자체로 상황을 판단하지 않는다. 그 상황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느냐에 따라 ‘좋고 나쁨’으로 판단한다. 주어진 상황을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나쁜 기억’이 되기도 하고 ‘좋은 기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판단과 시선’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관성에 대한 특성을 외면하고 자책하곤 한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의 기준은 ‘남들의 시선, 상식’이 아니라, 한 개인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관한 문제이다.
기억의 편향성
인간은 원래 공명정대하게 세상을 인식하지 않는다. 기억 또한 마찬가지다. 같은 기억이라 할지라도, 그 기억을 회상하는 상황과 시기에 따라 나쁜 기억이 좋은 계기와 기억이 되기도 한다.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란 없다.’라는 말은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이러한 기억의 특성이 바로 ‘편향성’이다.
기억의 편향성과 관련하여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삶이 끝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아직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았다는 점이다. ‘내 인생, 잠깐 좋으면 뭐해? 결국 다 이렇게 형편없이 될 것을…….’,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지!’ 어느 쪽이 될지는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
기억의 지속성
사람들은 대개 ‘그때 긴장을 하지 않고 잘 했더라면…’, ‘그때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등과 같은 생각들을 하며 그때를 후회하곤 한다. 이처럼 ‘그 당시에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과 같이 대안을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라고 한다. 이 사고방식의 문제는 과거에 자신이 했던 행동을 후회하고 자책함으로써 끊임없이 그 기억을 떠올린다는 점이다.
레몬을 상상하면 혀에 침이 고이는 것처럼 우리 뇌는 생생한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반사실적 사고’, 즉 기억의 지속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반복되는 재현으로 인해 우울과 절망, 자괴감, 죄책감 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느 것보다 무서운 특성으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