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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06. 2018

09. 회복 탄력성 갖추기

<천재들의 생각 수업>




피터 셀라스가 하버드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 그의 실험 연극이 일찌감치 성공을 거두자, 그는 대학 1학년생으로는 처음으로 로엡 드라마 센터(하버드대학 내에 있는 아메리칸 레퍼토리 극장의 주 공연장)의 주 무대에서 작품 연출을 맡게 되었다. 
  
이렇게 중요한 데뷔 무대에 그는 ‘파사드’라는 작품을 올렸다. 이 작품은 이디스 시트웰의 시에 윌리엄 월턴이 곡을 쓴 것으로, 셀라스는 시를 새롭게 해석했다. 그는 파산해 가는 에드워디안 호텔의 로비로 무대를 만들었다. 뒤쪽에는 세 개의 스크린을 설치하고 프로젝 터로 1926년도 잡지〈일러스트레이티이드 런던 뉴스〉를 띄웠고, 앞 에서는 배우들이 셀라스가 독특하게 해석한 시트웰의 시를 마임으로 표현했다.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셀라스의 연출은 지루하고 엉성하기 짝이 없는 무대이자 무례한 것으로까지 여겨졌다. 매일 밤 약 40%의 관객이 공연 도중 나가버렸고, 셀라스는 로엡 드라마 센터에서 완전히 추방되어 어둡고 케케묵은 학교 기숙사인 아담하우스 지하실로 쫓겨났다. 

신랄하기 이를 데 없는 공격과 강력한 비난들. 아무리 뛰어나고 멋지더라도, 또 아무리 명료하고 화려하더라도 창의적 행동이, 평가는 둘째 치더라도 항상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아니다. 애정이나 창의력만으로 대중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다. 우리 대부분은 셀라스가 경험한 것과 같은 자존심의 타격을 입게 될 때면 그 논란의 현장에서 후퇴해 자신의 입장을 바꿔 버릴 것이다. 
  
특히 아직은 외부의 영향에 휘둘릴 나이인 대학 1학년생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 시기에 우리는 여전히 삶이 뭘지 궁금해 하며 다양한 생각들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개성이 강한 셀라스는 이와 정반대로, 즉시 아담하우스 깊숙한 곳에서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라는 작품을 공연했다. 그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셀라스는 작품에서 기숙사 수영장을 나일강으로 이용했다. 
  
맥아더상 수상자들은 좀처럼 중도에 포기하는 법이 없다. 모욕적인 상황에 직면했을 때조차도 말이다. 혹은 실패에, 혹은 창피·낙담·적의·지루함·무관심에 맞서야 할 때조차도 말이다. 그들은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스스로는 믿는 방법을 찾는다. 그들에게는 목수와 같은 우직함이 있다. 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전화위복을 만드는 힘이 있다. 평온한 태도와 인내심과 끈기가 있다. 수모를 당하더라도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들은 생존과 리더십을 위한 가능성을 마음속에 심어 놓는다. 
  

관심을 돌릴 만한 
다양한 일들을 준비하라.

“당신은 어떻게 회복 탄력성을 기르나요?” 
작가 브레드 리소우서에게 질문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널려 있는 다양한 종이더미를 가리키면서 즉시 대답했다. “내가 시를 보다 가 참을 수 없을 때, 나는 쓰고 있던 소설로 눈을 돌려요. 그리고 또 소설이 나를 짜증나게 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써 주기로 약속한 책 서평의 초안을 만들죠. 책 서평 작업이 맘대로 안 되면, 나는 또 쓰려고 생각 중이던 수필의 대강 줄거리를 세워 보죠. 항상 내 책상에는 작업해야 할 뭔가가 산더미처럼 놓여 있죠. 그것들이 바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들이랍니다.” 

리소우서는 1990년대에 여덟 권의 책을 출간하자는 계획이 있었다. 이 계획은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980년대에도 다섯 권의 책을 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두 달 정도 차이가 나긴 했지만, 어찌됐든 계획에 성공했다. 이렇게 리소우서는 자신의 생각을 공개함으로써 추진력을 얻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발전 단계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수없이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정신이 목표를 따라가지 못할 때 스스로를 재촉하게 만든다. 

환경보전주의자이자 사업가인 페트릭 누넌도 마찬가지이다. 그가 열심히 노력해 왔던 공원 부지를 지키는 협상이 실패했을 때, 그는 즉시 대여섯 개의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들에 관심을 돌렸다. 그와 그가 활동하는 조직에서는 1년에 수백 건의 협상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회복 탄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열쇠 중 하나는 항상 관심을 돌릴 만한 다른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당신의 일들을 벌여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실패나 비난으로 인한 절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점이 있다. 그것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다른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문제가 다른 일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변신하는, 놀라운 연관성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리소우서의 에세이 작품의 어떤 부분이 종종 그가 씨름하고 있는 시에 하나의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누넌이 협상에서 했던 좋은 전략이 다른 협상에서 결정적이거나 혹은 더 잘 될 수도 있는데, 이 전략이 그의 모든 협상을 지배하고 있는 오래된 정책을 개선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방법 


“어떻게 그 어려운 시기를 견디셨나요?” 
이 질문은 시인인 존 애쉬버리(John Ashbery)에게 한 것이다. 그는 수십 권의 시집(문집은 제외하고)을 쓴 작가이자 두 번의 구겐하임상을 수상했으며 국립예술과학원 회원이자 전미 도서비평가상, 전미 도서상, 풀리처상, 그리고 지금은 맥아더상 등 여러 상과 상금을 받았고 다양한 직책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런 타이틀은 쉽게 얻은 게 아니다. 

여기에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그의 글들에 대한 비평에 등장한 몇몇 단어들을 살펴보자. ‘음조가 맞지 않는’, ‘평범한’, ‘삐져나오는 쓰레기’, ‘고도의 비논리’, ‘치밀하게 불분명한’, ‘계산된 이상함’, ‘의미 없는 것을 향한 여정’, ‘난해한’, ‘최고로 어리둥절하고 최악으로 지루한’, ‘냉장고에 보관한 플라스틱 조화만큼이나 대단히 시적인 삶’ 등. 막대기와 돌은 사람의 몸을 다치게 하지만, 말은 사람을 죽인다. 
  
애쉬버리가 초창기에 쓴 시집 가운데 《어떤 나무들(Some Trees)》이 있다. 이 시로 그는 1956년에 예일 청년 시인(Yale Younger Poets) 대회에 출전했다. 그가 제출한 원고는 그해 심사를 맡았던 W.H. 오든에게 가기도 전에 탈락되었다. 그러나 한 지인을 통해 애쉬버리의 작품이 바로 오든에게 전달되었고, 결국 당선되었다. 당연히 애쉬버리는 열광했다. 대가 로부터 받은 축복은 장차 시인이 되려는 신인에게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시집은 겨우 800부가 팔렸다. 애쉬버리는 다시는 어떤 것도 출판을 하지 않을 거라고 진지하게 다짐했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애쉬버리에게 묻자 그는 ‘친구 들의 지지’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면에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수상자들이 배우자나 스승, 절친한 친구에게 감사를 표하는 간절한 글과 가슴 시린 축사는 많이 들었다. 또, 주변 지인들이라고 해도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다. 회전식 명함정리기에 나 올 법한 친구들, 지나치게 매력적인 친구들, 예쁘기만 한 친구들, 꾸 미기를 좋아하고 인기 많은 친구들, 유행에 밝으며 열정적인 친구들. 이런 친구들은 회복 탄력성을 키우려고 할 때 의지할 만한 사람들은 아니다. 도움이 되는 충고는 필요할 때 ‘진실한’ 친구에게서 듣는, 기운을 차리게 해 주는 몇 마디 말이다. 당신을 잘 알고 있는 친구, 당신을 염려하는 친구, 그의 의견이라면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친구, 진실을 말하는, 그리고 앞을 내다보고 그걸 얘기해 주는 그런 친구들 말이다. 이런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멍은 풀리고 상처는 치유되어 마침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우연히도 나는 조세프 브로드스키에게 좋은 친구를 선택하는 고도 의 특별한 기술이 있다는 걸 듣게 되었다. ‘세상에 그렇게 중요한(아 마도 가장 중요한), 기술을 갖고 있다니’,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물었다. “친구를 어떻게 고르나요?” 그러자 그는 대답했다. “대부분 요행이에요. 운이죠. 하지만 거기에 약간의 기술이 있다면 그건 당신과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을 고른다는 거예요.” “ 어떤 공통분모죠?” 나는 힘주어 물어 보았다. 그는 대답했다. “공통 분모요? 음, 관념의 세계에서 어떤 걸 공유하는 거죠.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경제적 지위의 유사성이 있겠죠. 아주 부자와 아주 가난한 사람은 정말로 친해질 수가 없죠. 가난한 사람과 친해지는 것보다는 부자와 친해지는 게 사실 더 쉽죠. 하지만 결국은 둘 다 쉽지 않다 는 걸 깨닫게 되죠. 또 뭐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뭐랄까, 얼굴에 어떤 품위가 드러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이해해야 하죠?” 나는 웃음이 나왔다. 

“아주 쉽죠. 외향적인 어떤 매력을 얘기하는 게 아니에요. 정말로요. 단테는 어딘가를 상정해 놓았어요. 어딘지는 기억나지 않지만요. 인간의 얼굴에서 말이죠. 그리고 다른 사람, 즉 보는 사람의 얼굴에서 ‘Homo Dei’라는 단어가 보여야 한다고 얘기했죠. 얼굴형은 ‘H’처럼, 눈은 ‘O’처럼, 눈썹 모양은 ‘M’처럼, 코와 옆모습은 ‘D’처럼, ‘E’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리고 제3의 눈이자 가운데 눈이라고 하는 곳은 ‘i’처럼 보여야 한다고 말이죠. 만일 제가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그 글자를 알아본다면 가능성이 있는 거죠. 무슨 가능성이냐구요?” 

내가 말했다. “의사소통?” 

“맞아요.” 그가 대답했다. 그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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