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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3. 2018

09. 고객은 위험한 존재다.

<말기술>



회사를 망하게 하는 말, “고객은 언제나 옳다”


고객은 위험한 존재다.

고객의 취향을 따르면 판매량이 오를 수도 있고, 또 그게 당신에게 필요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고객은 희소하고 아까운 존재이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전제만을 따라 행동할 때, 오히려 경제적 손실과 전략적 혼란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얼핏 모순으로 들릴 수 있지만, 신중하고 침착한 자세로 고객에게 봉사하는 방식을 사고하지 않는다면 어제까지 당신의 서비스에 아낌없이 높은 점수를 주었던 바로 그 고객이 내일은 당신의 사업을 망하게 할 수 있다. 

고객에의 투철한 헌신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까다로운 소비자는 무시하라는 말도 아니다. 모든 사업에는 고객이 필요하며, 그러므로 고객의 관점은 충분히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고객이 옳고 그들이 어떤 면에서 옳은지를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고객은 전문가가 아니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라는 비싼 문장은 사실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고객 관계를 넘어서는 훨씬 넓은 영역에 똑같은 통설과 함정이 퍼져 있다. 다만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돈이 직접 오가는 판매자-구매자 관계는 관계의 역학을 분명히 보여준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에서 나오는 과잉 반응의 약점은 사실 모든 사회관계에 적용된다. 혹시 당신은 다음과 같은 믿음 때문에 곤란해진 경험이 없는가? 

‘내 친구들은 언제나 옳다.’ 
‘내 가족은 언제나 옳다.’ 

타인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들에게 대응하다가 균형을 잃기도 한다. 이는 돈과 전혀 관계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우리는 시장과 고객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다음과 같은 비싼 문장들도 한 번씩 생각해봄직하다. 

예술가: 비평가는 언제나 옳다.
교사: 학생은 언제나 옳다. (또는) 학부모는 언제나 옳다. 
목사: 신도는 언제나 옳다.
부모: 아이들은 언제나 옳다. (또는) 아이들은 언제나 행복해야 한다. 
감독: 선수는 언제나 옳다.
CEO: 직원은 언제나 옳다. 

이렇게 구체적인 관계를 대입해보면 “○○는 언제나 옳다”라는 말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고, 그 믿음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태를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이를테면, 당신은 의사가 “환자는 언제나 옳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았는가? 

이렇게 상상해보자. 당신이 주치의를 찾아가서 “선생님, 제가 배가 너무나 아파요. 맹장을 떼어주셔야겠어요”라고 하자 의사가 대답한다. “환자는 언제나 옳지요. 당장 수술에 들어갑시다!” 물론 우리 모두는 자기의 건강 상태를 썩 잘 알고, 때론 몸에 생긴 병도 알아챈다. 그러나 수십 년간 교육받고 경험을 쌓은 의사보다 스스로를 더 잘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의사가 무조건 옳다는 말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편향과 맹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나 의료 분야에서는 고객(즉 환자)에게 전문성이 없다고 전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병원에 가는 이유는 의사를 전문가로 여기기 때문이다. 

당신의 분야에서는 당신이 고객보다 그 분야를 더 잘 알지 않는가? 나는 조달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참고로 조달부는 기업에서 서비스 및 상품 구매를 담당하는 부서다. 흔히 기업은 제안 요청서(RFP)로 요구 조건을 문서화하고 업체와 소통한다. RFP를 작성하다 보면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거래처의 답변을 받고 대화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시장과 상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또 그동안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사안을 질문받으면 우리 쪽 클라이언트의 회사와 문제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된다. 외부의 전문 업체는 다른 기업들과 일하면서 유사한 상황을 많이 경험했고, 그 문제와 해결법에 대해서도 우리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을 돌아보면 내가 언제나 옳은 고객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나는 늘 조금은 틀린 고객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고객이 늘 틀린다는 말은 아니다. (이는 고객이 언제나 옳다는 말만큼 틀렸다.) 이를테면, 우유 한 통이나 못 한 상자를 사는 고객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틀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이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것이 고객에게 말을 건네기 위한 첫 단계다. 
  

고객이 틀렸을 때의 대가

미식축구에는 오하이오 대학교 감독 우디 헤이즈가 만들었다는, 포워드 패스에 관한 철학이 있다. 쿼터백이 공을 던지면 셋 중 한 가지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 셋 중 둘은 나쁜 결과다. (계획대로 리시버가 공을 받는 것이 유일하게 좋은 결과다. 공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나쁜 결과, 상대 팀이 공을 가로채는 것은 최악의 결과다.) 

고객이 옳다는 믿음도 셋 중 하나이며, 여기서도 셋 중 둘은 나쁜 결과다. 

첫째, 전략상의 혼선이다. 고객이 옳다고 전제할 때는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르게 된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기존 노선이나 정책에서 벗어난다면 전략의 초점이 흐려지거나 덜 성공적인 방향으로 기울 것이다. 

둘째, 비용 초과다. 고객의 모든 요구에 대응하는 서비스는 비싸다. 특별한 주문까지 다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의 비즈니스 모 델이 이러한 초과 비용을 허용하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다가 이익을 전부 날려버릴 수도 있다. 

셋째, 더없이 긍정적인 결과다. 고객을 깊이 만족시키고 사업에서 도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헤이즈가 무슨 경고를 했든 현대의 모든 미식축구 팀은 포워드 패스를 중심으로 플레이한다. 결과는 예 나 지금이나 셋 중 하나지만, 감독과 선수들은 알맞은 상황에서 정확 히 공을 던지면 이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족시킨 다는 목적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 만족도가 낮은 회사는 성공하기 어렵다. 핵심은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비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가 아무리 성숙하고 안정적인 기업도 때로 어려움을 겪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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