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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Jul 23. 2018

06. 고객의 니즈를 뼛속까지 파악하라.

<나에게 불황은 없다>



세상의 모든 직업은 평범하지 않다. 다만 일상의 쳇바퀴와 권태에 빠져 들어서 평범해질 뿐이다. 판매사원이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그냥 고객이 다시 오든지 말든지 아무 관심 없이 판매에 임한다면 보기에만 좋은 관상용 나무 한 그루를 매장에 들여놓은 것뿐이라 생각한다. 모든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판매 사원 역시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업무에 대해 생각하고 움직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 신사복 매장에서 근무할 때 고객들의 바지 기장을 줄이거나 늘이는 일 때문에 수선실 심부름을 자주 다녔다. 잘하는 것이 없을 때는 심부름이라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때 문득 수선실에서 버려지는 바지 원단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아깝다, 분명 쓸모가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자 머릿속으로는 계속해서 남은 바지 원단의 쓰임새를 찾고 있었다. 그때 불현듯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당시 신사복 모든 브랜드에서는 원단을 작게 잘라서 만든 원단북을 각 매장에 배포했고, 그 원단으로 주문을 받기도 하고 실물과 비교해 주기도 했다. 나는 그 원단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객이 정장을 구매하고 바지 수선을 한 남은 원단으로 ‘구매 고객 원단북’을 만들었다. 
  
노트에 고객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뒤 고객이 구매해 간 제품의 원단을 작게 잘라서 붙이고 특이사항을 기재했다. 예를 들어 직업과 취미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고객에 대해 기억하기 좋은 모든 것들을 기록한 것이다. 그 외에도 가족 동반 여부와 가족들의 특징을 적어두기도 했다. 물론 전산으로 고객 정보를 등록하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전산 프로그램엔 고객의 특징을 디테일하게 기록할 수는 없었다. 마음먹고 고객 이름을 외우지 않는 한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작은 노트는 엄청난 효과를 안겨 주었다. 그날 하루 일과로 한 번씩 구매 고객 원단북을 넘겨보면서 ‘아, 이분이 한번 오실 때가 되었는데…….’ 하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분이 방문해 주길 기대하면 며칠 안에 그분들이 틀림없이 매장을 찾아 주시곤 했다. 그것은 내가 무슨 신통력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름 그 고객의 구매 시기와 구매 패턴을 어렴풋하게라도 파악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고객이 방문했을 때 컬러가 비슷해서 어떤 컬러의 정장을 가지고 있는지 많이 헷갈려 하는 분들에겐 구매 고객 원단 북을 보여 드리면서 색상 비교를 할 수 있게 도왔더니 정말 편하다고 좋아해 주셨다. 그 뒤로는 색깔만 비교 후 입어 보지도 않으시고 결재만 한 뒤 수선해서 보내라고 하고 가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심지어 방문한 고객 가족의 안부까지 함께 물으면 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냐며 더 큰 감동을 받고 돌아가시곤 했다. 그렇게 ‘구매 고객 원단 북’은 나만의 무기가 되었다.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자투리 천을 활용하고자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고객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가 되고, 고객은 나의 작은 행동을 통해 진심을 느껴 지속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는 물꼬가 되었다는 것에서 스스로 판매에 자신감을 갖고 해낼 수 있다고 용기를 얻게 되었다. 이것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다. 진심으로 고객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진심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은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지극히 평범한 판매사원으로 도전했지만 고객과 소통함에 있어서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다. 잠시라도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생각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끈기 있게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백만 불짜리 습관>이라는 책을 읽다가 ‘사업의 성공과 실패는 습관 하나에 달려 있을 수도 있고, 무엇이든 끈기 있게 하고 디테일하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큰 공감을 했다. 
  
이미 상당 부분 고객을 위해서 하고 있는 것들이었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디테일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다시 한 번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을 알아 가는 과정에서 고객의 사이즈만 기억하고 매출을 얼마나 올려주었는지 같은 것을 기억할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직장, 취미, 학교, 가족구성원, 아이의 수뿐만 아니라 휴가는 어디로 다녀왔는지까지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장롱 속에 어떤 컬러의 정장과 셔츠가 있는지, 내가 판매한 것은 넥타이 컬러뿐만 아니라 작은 무늬까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원단북에 꼼꼼히 기록하고 그것을 고객에게 ‘내가 당신에게 관심이 많다’고 보여 주니 큰 감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나의 충성 고객이 되어 매장이 발전하는 데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이렇듯 이제는 말뿐인 칭찬과 상품 설명만 잘하는 판매 사원은 필요 없는 시대다. 따뜻한 가슴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고객의 니즈를 뼛속까지 느낄 줄 아는 평범하지 않는 직원들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즐거움은 다른 사람들과의 행복한 관계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반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그들과 불행한 관계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삶에 대한 모든 문제의 대부분은 결국 사람이다. 어떤 경우라도 서비스업을 하려면 나의 이익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줄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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