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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Oct 13. 2016

02. 힘이 들어가면 승부에서 이길 수 없다.

<운을 지배하다>

평소 축구 경기 보는 걸 좋아하는데, 지켜보면 힘이 들어간 팀은 대체로 패배한다. ‘이제 물러설 곳이 없어, 여기서 지면 끝이야.’라고 생각되는 때일수록 이상하게 힘이 많이 들어가서 하위 팀을 상대로도 지는 것이다.


우리 직원 중에도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서 헛도는 사람이 간혹 있다. 본인은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초조한 마음에 더욱 힘이 들어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애초에 힘이 들어가서 일을 원활하게 풀리지 않는 유형을 보면 대부분 자신에게 집착한다. ‘내가 이 일을 따내겠다.’라든가 ‘나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 보이겠다.’라는 식으로 ‘반드시 내가’ 라는 사고가 전면에 있다. 반대로 자신보다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 예를 들어 속해 있는 팀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노력하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몸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다.


회사 초창기에 자신의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며 대기업에서 옮겨온 사람이 있었다.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벤처 일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지나쳐 주변을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말려들게 했다. 모두 자기처럼 해야 한다며 자신의 업무 처리 방식을 부하에게 강요하여 혹사시켰지만, 결과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불만과 피로만 더해지고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고 털어놓는 직원도 있었다. 몇 번 주의를 줘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가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다 못한 나는 업무 방식을 바꾸지 않을 거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본인은 타당하다고 믿으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에 업무 처리 방식이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조직의 방향성에 맞추어 자신이 아닌 회사와 팀을 우선해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최면에서 깨어난 것처럼 힘을 빼자 사람이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구나 싶을 만큼 변모했다. 본인도 나중에는 자신이 착각했다고 반성했으며, 그 후에 눈부시게 활약하여 경영 본부를 담당하는 상무이사에 올랐다. 내 생각에 당시 그는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다.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분발했고 그 결과 한껏 힘이 들어갔던 것이다.

나도 대학을 나와서 막 취직했을 무렵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던 것은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점이라고 생각한다. 입사 첫해에는 매일 아침 첫차로 출근해서 막차로 퇴근하며 1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이후 그런 업무 태도를 인정받아 출자를 받아서 창업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창업을 염두에 두고 노력했던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렇지는 않았고, 다만 회사에서 부여받은 매달 목표를 완수하는 데 빠져서 일에 매진했을 뿐이다. 오히려 나에게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던 동기에게 힘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입사 때부터 언젠가 내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사쿠라이 씨가 말했듯이 ‘머릿속 어딘가에 넣어두고 잊은 듯’ 지냈다.

이기고 싶다는 욕망이 지나치게 강하면 힘이 들어가서 오히려 이길 수 없다. 물론 오로지 이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이 강할 때도 있다. 다만 이기고 싶다고 생각은 해도 힘은 빼자. 담담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그것이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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