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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Nov 10. 2016

04. 그리스 부동산에 투자하는 중국인

<글로벌 금융 탐방기>

회사와 나라가 돈을 빌릴 때는 신용등급에 따라 빌려주는 금리가 달라집니다. 제일 높은 등급은 AAA이고, 다음으로 AA부터 A, BBB, BB, B, CCC 등으로 나뉩니다. 또 그 안에서 +, 0, - 세 가지 등급으로 세분되어 있지요.

     
그리스 정부의 신용등급은 B+인데요. 보통 투자할 수 있는 등급이 BBB까지여서 B+는 사실상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 중에 만기가 1년밖에 안 남은 채권조차도 액면가의 70%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원금만 해도 1만 원인 채권이 7천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인데요. 1년 후에 그리스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까지도 받을 수 있기에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지요.
     
그래서 그리스 1년짜리 채권에 투자한다면, 1년 후 만기 시점에 받는 금액은 원금 1만 원 + 이자 337원 = 10,337원. (이자 337원은 이 채권의 이자율이 3.37%이기 때문입니다) 즉 7천 원을 투자하여 1년 뒤에 10,337원을 받으니 수익률은 무려 47%나 됩니다. 그런데도 7천 원에 거래된다는 사실은 그만큼 채권 시장에서 그리스 정부를 못 믿는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오랫동안 그리스에서 비즈니스를 해온 분께서는 그리스 정부는 세금을 잘 걷지 못하고 있으니 투자하려면 민간 부문이 오히려 더 낫다고 보기도 하셨습니다. 그리스 회사들이 예전처럼 방만하게 경영할 수 없는 것이 가뜩이나 해외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는데 자칫 딴짓하다가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기존 부채의 만기 연장이 어렵게 되어 망할 수도 있기에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죠.
     
일례로 그리스의 유로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할 때 한국의 한 회사는 그리스 회사로부터 받을 외상대금을 탈 없이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직 만기일이 다가오지도 않았건만 전전긍긍하고 있었는데요. 놀랍게도 그리스 업체는 예정된 결제일보다도 3일이나 먼저 외상대금을 송금해왔다고 합니다. 
     
담당자가 왜 이렇게 빨리 보냈느냐고 묻자, 그리스 회사 측에서는 혹시라도 은행이 실수하거나 전산상의 잘못으로 하루라도 만기일을 넘기면 바로 평판이 떨어지고 안 좋은 소문이 꼬리를 물어 회사가 순식간에 휘청거릴 수 있으므로 미리 보냈다는 것이지요. 이에 고마움을 느낀 한국 회사에서는 더 많은 외상을 그리스 회사에 제공하는 것으로 화답했고요.
   

  
그리스는 빚을 갚기 위해 역사적인 유물과 에게 해의 아름다운 섬 등 국유지의 3분의 1을 팔고 있으며 심지어 얼마 전에는 한국에 그리스의 우체국을 매각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환상적인 해안가에 있는 일정 규모의 리조트가 10억에 매물이 나올 정도라고 하니, (면적과 위치에 따라 편차가 심하겠지만, 한국의 리조트 가격이라면 최소 100억은 됩니다) 어찌 보면 지금이 그리스에 투자할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부동산 가격 역시 많이 내려가 있는 상태인데요. 2009년에 비해 평균 40% 하락했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가격은 2억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IMF 시기의 부동산 시장인 셈인데요. 이렇게 싼 매물이 많기에 외국인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나 중국인이 그리스의 부동산을 많이 매수하고 있는데요. 이는 외국인이 3억 원에 해당하는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거주 허가증을 발급해주기 때문입니다. 이 허가증이 있으면 유로존 국가를 아무런 제지 없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거주 허가증이 만기가 되면 그리스 국적 취득도 가능하고요.
     
요즘 중국에서는 심각한 공해에 불만이 많고 자녀까지도 해외로 유학 보낼 겸해서 그리스에 투자하려는 것입니다. 새삼 중국인들의 경제력은 대단하고 그들이 보는 세계도 넓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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