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미국 해양 환경운동가인 찰스 무어(Charles Moore)는 요트로 태평양을 건너다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들이 바다를 뒤덮어 하나의 섬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 이 ‘쓰레기 섬’의 면적이 한국의 14배에 이르고, 전 세계 대양에 분포해 있는 양을 모두 합치면 지구 표면의 25%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이 쓰레기들의 90%는 플라스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재앙’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지만 어떤 뚜렷한 해결책도 내놓지 못했다. 환경에 관심 많은 열여섯 살 네덜란드 소년이 혁신적인 아이디 어를 제안하기 전까지 말이다.
소년의 이름은 보얀 슬랫(Boyan Slat)이다. 2011년 그리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그는 바닷속에서 물고기보다 더 많은 쓰레기 더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 끔찍한 광경을 마주한 소년은 “우리는 왜 이걸 못 치우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때부터 그의 관심은 온통 ‘바다 쓰레기 청소’에 쏠렸다. 자료를 수집하던 소년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청소하지 못하는 이유가 플라스틱이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우리가 쓰레기를 청소하지 못하는 원인을 역으로 활용해서 플라스틱이 저절로 우리에게 흘러오게 하면 어떨까?”라는 역발상의 질문을 던졌다. 2012년 답을 찾은 그는 2013년 항공우주공학과를 중퇴하고 비영리단체이자 최대의 해양 쓰레기 청소기업인 ‘오션클린업(The Ocean Cleanup)’을 창립했다.
그가 고안한 청소방식은 플라스틱 막대를 거대한 브이(V) 모양으로 바다에 설치한 뒤 해류를 따라 이동해온 플라스틱이 이 막대에 저절로 붙게 하는 것이다. 사람 대신 해류 가 플라스틱을 모으는 일을 하게 만든 셈이다. 그의 방식은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가발전이 가능하다. 이렇게 거둬들인 플라스틱은 되팔아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이 혁신적 아이디어로 오션클린업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캠페인을 통해 뜻을 같이하는 3만6,000여 명으로부터 220만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역사상 최대의 쓰레기 청소 프로젝트’는 10년 이내에 태평양 쓰레기 섬의 절반을 청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2014년에 과학적으로 입증해냈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쓰레기를 거둬들이는 기존의 방식과 비교해보면 비용은 33분의 1에 불과하고, 속도는 무려 7,900배 더 빠른 방식이다.
그는 ‘인텔 아이 50(Intel EYE 50)’의 ‘가장 유망한 젊은 기업가 20인’에 선정되었고 2014년에는 환경 분야에서 유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지구환경대상’의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뽑혔다. 보얀 슬랫이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갈 수 있는 배경에는 오션클린업 창업 당시 300유로의 자금을 지원해줌은 물론 6개월 만에 대학을 중퇴할 때도 아들의 결정을 응원해준 부모님이 있었다. 학업을 그만둔 것에 대해 그는 2015년 서울 디지털포럼 ‘혁신가’ 부문의 연사로 참석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대부분 사람에게 대학은 좋은 도구와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굳이 대학교육 없이도 가능하다면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제 겨우 20세인 그는 현재 15명의 직원과 120명의 자원봉사자를 이끌고 있다. 사람들은 “오션클린업의 CEO라는 직무는 내가 앞으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수단일 뿐 미래에는 다른 환경 문제에 몰두해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그를 두고 조심스럽게 일론 머스크 못지않은 인물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