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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Jan 25. 2021

Connecting the Dots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을 그려 가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목표를 설정해서 달려나가거나,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겨 살아가거나. 대부분의 경우에 이 두 가지는 섞여 있다. 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공무원시험을 열심히 공부해 공무원이 되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그만두거나,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열심히 운동했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체육선생님이 되거나 등등. 누구에게나 소설 한 권 만큼의 이야기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더러 어떻게 살고 싶은데? 라고 묻는다면, 나는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다. 이유는 모르겠다. 왠지 그래야 할 것만 같다. 모범생으로 살아 왔지만, 모범생 딱지를 벗지 않는 선 안에서 나는 항상 일탈을 추구해 왔다. 물론 어디 가서 일탈 좀 했다고 명함을 내밀었다가는 바로 '입구컷' 당할 정도의 귀여운 일탈들이었지만, 항상 나름의 아웃라이어로서의 삶을 꿈꿔왔다는 사실에는 자신이 있다.






아웃라이어를 꿈꾸는 모범생의 삶은 순탄치가 않다. 주변을 둘러 보면 모범생밖에 없다. 모범생들은 목표지향적이고, 저돌적이며, 능력있다.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어도, 끊임없이 불안해진다. 물론 그런 불안은 누구든지 다 느끼는 것이겠지만, 20대 초반에 인생의 모든 준비를 일찌감치 끝내 놓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느끼는 불안은 또 한 차원 다른 것이다. 20대를 지나오는 동안 정신 상태를 요약하면, 모범생들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면서 끊임없이 고개를 돌려서 두리번대는 모양새였던 것 같다. 결국 로스쿨에 가고 변호사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들과 도착한 곳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29살의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슬슬 마무리할 때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다. 그래서 한층 더 초조하다.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만, 당장 어떻게 흘러갈지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백록담에서 러시아로 갈지 중국으로 갈지 북한으로 갈지 모르는 물처럼, 애초에 어디로 흘러갈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고여 있다.

그러나 믿음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 마음을 끄는 일을 열심히 하자. 아무리 관련 없어 보이고 하찮아 보일지라도, 언젠가 뒤돌아보면 기묘하게 연결되어 멋진 그림이 되어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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