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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Mar 30. 2021

불안으로부터의 안락사

알랭 드 보통, <불안>을 읽고

"삶이 불가피하게 고난일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믿음은 수백년 간 인류의 중요한 자산이었으며, 울화로 치닫는 마음을 달래 주었다. 그러나 이 믿음은 근대적 세계관이 배양한 기대 때문에 잔인하게 훼손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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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을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에는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애소설 전문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던 알랭 드 보통이 '불안' 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이러저러하니 개인은 '불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덜 불안'한 삶을 목표로 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책의 요지다. 좀 더 풀어서 쓰면, 난 대로 죽는 것이 당연하던 계급제 사회에서,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광고하는 근대 사회로 오면서 사람들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 불안은 근대 사회를 떠받치는 힘이 되었으나,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내가 가질 수 있었던 것들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불안해해야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관점의 역사관은 유발 하라리의 그것과 아주 유사하다. 유발 하라리 역시 인류사를 집대성하면서, 사냥과 채집으로 겨우 연명하던 고대인과, 젖과 꿀도 아니고 햄버거와 콜라가 흘러 넘치는 현대인 중 누가 더 행복할 것인가? 라는 발칙한 질문을 던진다. 아주 극단적인 질문이어서 동의하기 어렵지만, 한 번쯤 생각해 볼만은 한 문제이다.




글을 잘 쓰려면 이 정도 공부는 되어있어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매순간 했다. 각 장마다 서구 역사의 사실관계와 본인의 생각이 준 전공자급으로 들어 있어서, 짧은 시간 내에 근대사를 훑은 느낌마저 받을 수 있다.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책이다.

#알랭드보통 #불안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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